가을이다. 만경강에 나가보자. 지난 봄 젊은이의 추천에 따라 ‘강살리기 완주군 네트워크 운영위원’ 완주군수 위촉장을 받고 이로 인해 ‘사단법인 전라북도 강살리기추진단 오문태 상임이사’를 만나 만경강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고창출신 오문태 상임이사는 ‘완주 명예 군민’으로 맞아야 할 인물이다. 도청 근무 당시 4년 반 동안(2002.3~2006.11) △만경강 93km에 △67억9천9백만원을 들여 △왕벚, 이팝, 단풍 등 21종 △10만1천913 그루를 심었다.
기름 값이 비싸니 먼 데 가지 말고 만경강 둑길을 행하다 보면 풍광의 아름다움에 젖어들 것이다. 이쪽은 농촌 저편은 너른 하천 숨쉬기 편한 땅이 나그네를 반겨 준다. 위대한 추진력과 자연의 신선함을 맛보는 순간 허무함이 날아가며 모험 향한 목숨 건 갈망이 고개 숙일 수 있다.
보통 ‘친(親)환경’ 이란 말을 흔히 쓰는데 실은 자연에 사죄하고 ‘생(生)환경’을 맹세하며, 만경강 생태진단을 새로 할 때라 생각한다.
앞서 간 더위에 옷을 훌렁 벗고 물에 뛰어드는 애들[河童] 없었고, 빨래하는 아낙네[漂母]가 보이지 않았으며, 풀만 무성할 뿐 물고기가 귀하다. 흔해빠진 모래자갈 보이지 않으며 강바닥은 물 이끼로 미끌미끌하다.
죽은 강이냐 산 강이냐. 전문가의 대답이 기다려진다. 여름밤 젊은 내외가 살며시 나와 물속에 스르르 잠기며 누가 볼세라 콩당콩당 가슴 조이던 ‘도둑목욕(?)’이 마치 ‘천사 옷 감춘 나무꾼 이야기’와 흡사 해 추억 넘치는 강이다.
‘뒤돌아보지 않고 바쁘게만 사는’ 우리네의 일상에 줏대를 바로 잡아 줄 내 고장 만경강을 산자들의 든든한 울타리로 삼았으면 한다. 울분이 키워낸 속병에는 만경강 양편 나뭇길 200리 단풍잎 나무 냄새 가 천혜의 보약이다.
만경강이 김제·익산·군산 강이 아니라 완주 13개 읍면 물이 모여 흐르는 우리 강임을 똑바로 알아야 한다. 조만간 배 띄울 생각 머리 쓰면 물이 돈이다. 선남선녀 나란히 자전거 타고 숭숭 뚫려버린 가슴 속에 호연지기를 품어보아라.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