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에 무등산 자락에 있는 리프트를 타고 팔각정에 올라가는데, 은은한 소나무 향기가 마음속 깊이 파고들어, 전주에서 못 느낀 그윽한 향기를 마음 속 깊이 마실 수 있어 좋았다. 소나무 사이사이에 간간이 서 있는 참나무들이 옷을 다 벗어버려서 추위에 떨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팔각정에 올라 광주 시내를 내려다보았으나, 안개가 자욱이 끼어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저녁 노을이 안개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예쁜 무지개 층이 형성되어 색다른 무지개의 멋이 신선한 공기처럼 다가와 내 몸을 물들이는 것 같았다. 팔각정에 올라와 광주시내를 내려다보면서 시원한 무등산 동동주를 오징어 전을 안주 삼아 마시고 있노라니 신선이 부럽지 않고, 차가운 겨울산의 공기도 포근하게만 느껴졌다. 다음날 아침 8시에 호텔을 출발하여 무등산을 오르기 시작했는데, 원효사 밑에 주차를 하고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는데, 전에 내린 눈이 얼어붙어 빙판 길을 이루었다. 조심조심하며 오르다 보니 고드름으로 장식이 된 빙벽이 나왔다. 고드름이 환상적으로 병풍처럼 빙벽을 만들어 놓았다. 조금 더 오르다보니 꿩 한 마리가 빙벽을 타고 오르다 미끄러지고, 또 미끄러지고 하다가 어쩌다 올라가더니 푸드득 소리를 내면서 날아갔다. 이제부터 정상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정상이 보이기 시작하니 바람이 세차게 불고 구름이 산을 감싸고 흘러 흘러 나무에 새하얀 꽃(상고대)을 피운다. 오리나무에 피어있는 상고대는 마치 사슴뿔에 나있는 새하얗고 부드러운 털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다른 나뭇가지에는 참빗처럼 상고대가 형성되었는데, 구름이 얼음알갱이로 변하여 전에 내린 눈이 녹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상부분에는 새하얀 눈꽃이 피어있는 것 같았다. 소나무에도 상고대가 피어 소나무 가지가지 마다 복스럽게 새하얀 꽃이 피어 크리스마스 트리를 연상케 하였다. 좋은 볼거리가 있어 마음이 풍요로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바람이 어찌나 세찬지 귀와 코가 떨어져 나가는 것 같았다. 원효사를 출발한지 2시간 여만에 무등산 입석대(1071m)에 도착했는데, 6각형 모형의 몇 아람이나 되어 보이는 웅장한 돌기둥이 하늘을 떠 바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온갖 나무와 풀과 바위에 피어있는 “상고대”는 말로 표현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상고대”란 초목에 눈같이 내린 서리를 말하는데, 나뭇가지에 매달려있는 얼음알갱이는 마치 복슬강아지 꼬리처럼 부드럽게 보이지만 만져 보면 이내 부서지고 마는 차디찬 얼음조각이다. 무등산 정상에 있는 오리나무, 소나무, 전나무, 싸리나무, 억새풀, 바위 등 모든 사물들이 새하얀 꽃으로 덮여 있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마치 눈 덮인 산처럼 멋져 보인다. 자연이 우리에게 이러한 아름다움을 안겨 주듯 우리 인간들도 자연과 한데 어우러져서 서로서로 따뜻함과 아름다움을 주고 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유광찬 =전주교육대학교 총장
최종편집: 2025-06-24 06:29:13
최신뉴스
트위터페이스북밴드카카오톡네이버블로그URL복사
오늘 주간 월간
제호 : 완주전주신문본사 : 전북특별자치도 완주군 봉동읍 봉동동서로 48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전라북도, 다01289 등록(발행)일자 : 신문:2012.5.16.
발행인 : 김학백 편집인 : 원제연 청소년보호책임자 : 원제연청탁방지담당관 : 원제연(010-5655-2350)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학백
Tel : 063-263-3338e-mail : wjgm@hanmail.net
Copyright 완주전주신문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