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모양은 비슷한데 하나는 ‘옥녀봉(玉女峰)’, 다른 하나는 ‘삿갓봉[笠峰]’이다. 옥녀봉(324m)은 봉동 봉암리에 있으며, 삿갓봉(637.4m)은 소양면 용문사(龍門寺) 앞에 우뚝하다.
봉동사람은 이 산봉우리가 마치 “어여쁜 여인의 가슴”처럼 보여 ‘옥녀봉’이라 했고, 소양 주민들은 비올 때 쓰는 삿갓으로 소박하게 표현했다. 누가 잘하고 못한 건 아니지만 정서의 차이는 대단하다. 옥녀봉 아래 9군단 본부가 들어서자 많은 남자 군인(주로 총각)이 복무한다.
젊은 남자들이 어여쁜 여인 곁으로 모였다고 생각하면 그 이름이 기묘하다. 남성들은 일반적으로 예쁜 여인을 선모(羨慕)하는 편인데 완주산업단지 역시 남자들이 많다. 마침 옥녀봉과 가까우므로 우연이든 현실이든 절묘한 산 이름이다.
화장품은 여인들에게 절대적인 애호 생필품(愛好生必品)이니 이 근처에 화장품 공장을 세워 옛날 지명 「우주(紆州)」를 붙여 ‘우주화장품’이라 한다면 여인들의 눈길을 끌 것이다.
소양면 구진리에는 순두부집이 잘 된다. 여기서 조심할 일은 비싼 음식점을 차리면 손님이 아니 온다. 쌀 반말 값을 넘으면 이는 서민음식이 아니다. 삿갓은 서민의 우장 아닌가? 서민들 발길 끊길 비싼 음식을 꿈꾸다간 바가지 찬다. 몇몇 사업장이 문을 닫은 걸 보지 않았나.
봉동 이름 지을 때 ‘우봉’이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동면(紆東面)’과 ‘봉상면(鳳翔面)’ 통합과정에서 왜 이 생각을 못했던가?
소양면의 만덕산(萬德山:761.8m)이 이름값을 할 때가 곧 올 것이다. 익산-장계 고속도로가 나고 소양은 새로운 햇볕이 내려 쪼이는 고장이 됐다.
8월 7일 소나기가 내렸는데 같은 전주 ‘송천(松川)동’은 빼어놓고 ‘화산(華山)동’에는 내렸다. 이름 때문인가? 내[松川]보다 ‘불(?)’이 생각나는 산[華山]에 먼저 물을 주었나 보다.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