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돈이 되는 시대라는 말도 있고, 문화는 돈으로 평가할 대상이 아니라고도 한다. 물론 둘다 맞는 말이다. 정치에서 경제로 그리고 문화로 인류 역사의 중심이 변화하는 추세를 반영하는 것이 앞의 논리라면, 문화는 여전히 물질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정신을 풍요롭게 일구는(서양에서 온 ‘문화culture’라는 말은 라틴어 중 ‘경작하다’에서 유래하였으며, 키케로가 ‘정신적 밭을 가는 일’로 비유한 이래 ‘정신적인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분야로 인식하는게 후자의 논리이다. 그런데 이제 현실은 이 두 가지 정의의 옳고 그름을 따질 만큼 한가롭지 않다. 정치가 퇴색한 반면, 경제는 지구촌시대·국제금융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한순간에 생존을 결정하는 절대적 위력을 떨치고 있다. 문화가 산업이 되는 시대가 도래했지만, 그렇다고 한가롭게 문화국가만 표방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따라서, 작금의 우리는 경제와 문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야하는 ‘문화경제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우리도 이제 문화를 상품화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지역에서 좌판을 벌여 돈을 버는 문화상품들을 살펴보면 모두가 서울을 비롯한 중앙중심 그리고 문화대기업에서 생산해 낸 제품에 불과하다. 문화 역시 도민의 호주머니를 털어 외부사람들의 배를 불리는 형국인 것이다. 지역 문화상품, 문화중소기업 제품을 키우고 만들어내는데 더 이상 갑론을박 할 때가 아니다. 곧바로 수행할 수 있는 실천적 전략과 대응 그리고 공연제품 생산을 동시에 가동해야 한다. 연간 500만을 바라보는 전주시 한옥마을 관광객, 그리고 준공 1년만에 거의 1,000만명에 육박하는 새만금관광시대가 전라북도에 도래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문화상품은 대중적 그리고 산업적 요소의 결합으로 경쟁력을 갖는다. 나아가, 지역 공연물은 특히 정체성과 독창성을 갖춰야 한다. 정체성은 지역적 소재와 표현에 있어서의 전통성이 바탕이 되어야 하며, 독창성은 새로운 창작과 기발한 아이디어로 참신성이 돋보여야 한다. 여기에 높은 예술성과 완성도를 가미하면 이제 문화상품으로서 기본요소를 구비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필자는 그 동안 우리 지역에서 많은 예산과 고급인력을 투입하여 제작해온 관립단체의 지난 공연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특히, 도립국악원의 지난 공연 중에는 창극, 무용, 관현악 공연을 망라해서 그러한 요소를 두루 갖춘 작품들이 많다. 창극단의 ‘견훤’, ‘수궁가’, ‘피처럼 붉은 꽃 논개’, 무용단의 ‘파랑새’, ‘모악’, 관현악단의 ‘아, 안중근’, ‘호랭이 물어갈 놈’ 등은 3천~1억원 안팎의 적은 제작비로 만들어졌으나 공연상품으로서 충분한 가치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좀더 긴장감있게 압축하고, 대중적·산업적 요소를 결합시키며, 추가 제작비를 통한 첨단기법의 도입과 적절한 수정의 과정을 거친다면, 앞서 거론한 지역 문화상품으로서 손색이 없을 것으로 본다. 필자가 몇 해 전부터 관심있게 찾아본 중국의 성공한 공연물들을 볼 때, 우리의 일반적인 제작환경을 감안하면 아직 민간차원에서는 그러한 대형공연물이 성공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그것은 난타, 점프 등과 같이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활용한 깜짝 상품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접근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을 모방하여, 50억을 투자해 지은 경주 보문호 수상공연장이 정작 공연제작에 필요한 160억원의 민자유치에 실패하면서 애물단지로 전락한 사례를 거울삼아야 한다. 따라서, 민간차원의 공연은 소규모, 아이디어 중심으로 지원하고, 대형 공연물은 관립단체의 기존 공연물을 보완 혹은 그 시스템을 활용한 새로운 상품으로 제작하는 것이 좋은 방안의 하나라 하겠다. /유장영=전북도립국악원 관현악단 단장/지휘자
최종편집: 2025-06-24 06: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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