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사람에게 ‘장판’이라 하면 어렵고, 오히려 영어로 ‘a market place(장이 선 곳)’ 이 말이 쉬울지 모르겠다. 옛날 장판의 두 모습이 그립다. 삼례, 봉동, 고산장이 마찬가지이었다. 바이올린을 키면서 북치던 약장수와 울긋불긋 책을 늘어놓았던 책장수가 사라졌다. 《춘향전》, 《심청전》, 《유충렬전》, 《조웅전》, 《박씨전》 등등 고전 소설을 팔았고, 마을 사랑방에서는 이야기책 읽는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이마져 사라진지 오래이다. 재미나는 이야기는 라디오와 텔레비전이 각각 대신 해 주니 돈 들여 책 사 읽을 필요가 없어진 게 사실이다. 하여간 책이 아니 팔린다. 전주 관통로 4거리의 큰 서점 ‘민중서관’이 문을 닫았고, 그 자리엔 안경점이 들어섰다. 책 읽다 눈 상한 것도 아닐 터인데 책방은 없어지고 안경점이라니 해괴한 일이다. ‘문성당’, ‘육서점’, ‘홍지서점’ 외에 헌 책방까지 흔했는데 책사(冊肆) 찾기가 어려운 도시 풍경이니 변화냐 퇴보냐 분간하기 어렵다. 아파트 쓰레기장에는 볼만한 책이 무더기로 나온다. 교과서가 버려진다. 출판사가 위기라는 말까지 나온다. 출판사까지 사라지면 문화의 암흑기로 돌아가는 게 아닌지. 좋은 책이 계속 팔려야만 시내 종이 값이 오르고 고상한 이야기가 오갈 것이다. 책 많이 읽은 장서가가(藏書家)가 존경 받으며 책 선물이 최고라는 인식이 풍족한 마음을 살찌게 하는 것이 아닐까? 이순신, 류관순, 6·25전쟁을 모르며 광주민주화운동에 고개를 갸우뚱 한다니 폭폭하다. 《춘향전》의 배경마을은 남원이다. 《흥부놀부전》은 운봉, 《콩주팥쥐전》은 완주군 이서면이며, 《홍술해전》은 봉동읍 귀미리란다. 책 읽고 이야기하며 식자답게 살아 보자. ‘나는 손에 스마트폰 들고 다니며서 읽어요’ 말이야 맞다. 그렇지만 ‘책은 책’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
최종편집: 2025-06-24 06:4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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