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장애인 생활환경에 어떤 바람이 불고 있는가?’ 장애인을 교육하고 장애인들의 더 나은 복지와 미래를 고민하는 특수교육 종사자로서 이 바람의 의미를 알고 살아가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만약 일정한 방향으로 바람이 일고 있다면, 우리는 흔히 ‘최근 동향’이라고 일컫는다. 최근 동향의 출발점은 과거이고, 과거는 현재의 거울이며, 현재는 미래의 조망도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최근 동향을 말하려면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조망하는 것이 마땅하다. 특별히 과거를 이야기 하다 보면 장황하고 불운한 역사를 이야기해야 한다. 그 보다는 현재와 미래를 아우를 수 있는 최근 동향을 이야기 하고 싶다. 최근에는 ‘예비 장애인’이라는 말을 종종 듣게 된다. 이 말의 의미는 누구나 장애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조금 더 극단적으로 말한다면 결국 모든 사람은 장애인이 된다. 왜냐하면 ‘요람에서 무덤까지’라는 말이 있듯이 태어나면 반드시 노인이 되어 죽게 되어 있는 것이다. ADA(장애를 가진 미국인법)의 장애 정의에 의하면, 노인이 되어 주요 생활 활동 중 하나 이상에서, 예를 들어 오래 걷는데 있어서, 실질적으로(또는 상당히) 제한을 받는다면 장애인이라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므로 노인이 된다는 것은 장애인이 된다는 의미이며, 이것은 곧 누구나 장애인이 된다는 뜻이다. 이처럼 나이를 먹는다는 것 자체가 삶의 일부분인 것처럼 장애가 된다는 것도 삶의 일부분이요 개인의 한 특성이다. 그렇다면,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불행한 것이며, 노인이 된다는 것은 불필요한 다양성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결코 그렇지 않다. 오히려 노인들의 지혜가 삶을 더욱더 다양하고 윤택하게 만들어 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다양한 꽃들이 어우러져 자연의 아름다움을 완성하듯이 다양한 장애는 세상을 다양하고 아름답고 또한 조화롭게 만드는 결정체이다. 이러한 인식은 비단 비장애인 뿐만 아니라 장애인 본인들도 가져야할 사고이다. 그리고 세상은 그 인식의 톱니바퀴에 맞춰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최근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서는 비장애인들과 동등한 환경에서(여기서 동등한의 의미는 장애를 보완한다는 의미이다) 당연히 교육 받아야 할 권리들을 보장해 주고 더 나아가 사회에서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수 있는 진로·직업 교육 그리고 평생교육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이제 장애인은 더 이상 혐오의 대상, 치료의 대상, 격리의 대상, 보호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보듬고 동반자로 함께 가야할 대상이라는 것을 뜻한다. 몇 년 전 우리나라에서는 오체불만족으로 유명해진 오토다케 히로타다(일본. 사지절단증)의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그가 도쿄 스기나미구의 한 구립 초등학교에서 교생 실습을 마쳤고, 교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교생 실습 때 그는 턱과 왼팔에 분필을 끼워 글자를 썼으며, 휴대용 컴퓨터가 나타나는 프로젝터를 사용했다. 그리고 체육활동 시에는 말로 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교사로는 문제 없다’는 판정을 받고 교단에 섰다. 이런 결과는 ‘장애는 불편하지만 불행하지는 않다’라는 그의 긍정적인 사고가 이루어낸 기적이고 희망이었다. ‘장애와 자부심(Disabled and Proud)’이라는 미국 장애인들 모임에서는 Disability Pride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Disability Pride는 우리의 신체적, 정신적, 인지적인 부분에서의 다름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서 출발하는 것으로, 인간으로서의 위엄과 자부심을 갖는 것이다. 우리의 장애가 다양한 사람의 모습 중에 일부로서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우리 믿음을 공표하는 것이고, 장애에 낙인을 두는 사회구조에 대한 도전이며, 오랫동안 장애억압적인 사회가 규정한, 장애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와 믿음과 느낌들로부터 우리 자신들을 자유케 하려는 시도인 것이다.”(Sarah Triano, 2004) 이 정의는 장애와 자부심이라는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를 결부시켜 장애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져야 한다는 역발상으로부터 출발해 다소 생소함 마저 느껴진다. 그러나 우리가 견디기 힘든 상황 속에서 ‘희망’이란 끈을 놓지 않으려고 부단히 애쓰는 것처럼 심리적 고통이 따르고 육체적인 위협이 동반되는 상황 가운데서 몸으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그들이 있음을 기억해 주면 좋겠다. 또한 개성과 다양함을 존중하는 오늘날 다양한 제도적 편의를 제공하고 장애인들도 더 이상 장애인이라는 꼬리표 대신 있는 그대로의 한 인간으로 봐 줄 때 우리 세상은 살맛나는 세상 눈부시게 아름다운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백재영= 전북푸른학교 교감
최종편집: 2025-06-24 06: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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