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비가 내렸다. 군산과 태안 등에서는 300mm 이상의 폭우가 쏟아지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오랜 가뭄과 이어진 폭염으로 맘고생을 하던 농부들은 이제 국지적 집중호우를 걱정하며 들판을 바라보고 있다.
이른 봄 볍씨를 심으면서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많은 애정과 정성을 기울여서 길러온 들판인가. 낮에는 땡볕이, 밤이면 귀뚜리 우는 소리가 가을을 재촉하는 동안 제법 낱알도 영글어왔다. 햇살이 내려앉는 들판에도 어딘지 모르게 노랑물감이 섞여 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흐믓한 미소로 바라보던 들판 위로 걱정의 눈빛을 보내는 농부들을 보면서 교육현장을 바라보는 나의 자세를 돌아보게 된다.
33년이 넘게 교육에 종사해오면서 항상 ‘교육이란 농사’이고, 제자를 길러내는 교사는 ‘농사를 대하는 농부의 마음’이라고 생각해 왔다. 작지만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씨앗을 심어 가꾸며 열매를 맺도록 도와주는 게 교육이다. 길고 고단하고 그렇지만 너무나도 보람이 넘치는 일, 그것이 교육이다.
학생이 자라 알곡이 될 것인지 불행하게도 쭉정이가 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렇다면 우리 교육자는 모두가 알곡이 될 것으로 믿으며 부지런히 가르치고 기르며 희망을 놓지 말아야 한다.
더구나 현재 우리나라는 출산율이 급격히 감소하면서 고령화 사회로 진행 중이다. 향후 10년 내에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10만 명 이상 감소될 것으로 예상될 정도로 학령인구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교육의 패러다임도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이전에는 큰 교실에 많은 학생을 수용해 가르치면서 잘 하는 아이들만 끌고 올라갔다. 이제는 어느 한 학생도 놓치지 않고 적성과 소질을 계발해서 우리 사회와 세계를 이끌어갈 건강하고 행복한 사람으로 양성해 내야 한다.
이를 위해 교육장으로 부임한 뒤로 지금까지 완주교육공동체 모두가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 완주 교육발전을 위해 학생과 교사는 물론 학부모들까지 모두 참여하는 공감과 소통의 행복한 교육공동체 실현에 많은 시간과 열정을 할애했다.
그 동안 소외되고 약한 학생들에게도 고른 기회를 제공하여 어느 한 학생도 놓치지 않도록 교육평등에 항상 염두를 두었다. 기초학력 책임지도를 통해 기초학력 미달학생 숫자를 대폭 줄였고, 교복과 급식지원, 종일돌봄제 실시, 무료 방과후학교 지원 등 차별 없는 교육복지사업을 대폭 확대하였다.
또한 공감을 바탕으로 교사들의 수업전문성 향상을 위해서도 노력했다. 이제 수업은 가르치는 교사 중심이 아닌 배우는 아이들 위주로 변화되어야 한다. 이전의 수업에 비해서 아이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깊어져야 하고 교수·학습을 준비하는 시간도 많아져야 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한·일교류 수업나누기 연수 등 각종 연수와 워크숍 등을 통해 교사들의 수업역량 강화에 주력한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완주 교사들의 역량은 매우 뛰어나고 우수하다. 특히 정보와 자료수집 역량은 기존의 선배들이 따라가기 힘든 수준이다. 여기에 자기희생과 끊임없는 자기계발이 뒤따라준다면 완주교육은 한층 발전할 것이다.
교육은 이제 교사만으로 홀로 설 수 없다. 학교를 구성하는 요소들인 학생들, 학부모, 지역사회와 파트너십을 구축해야 교육적 성취를 성공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교육을 형성하는 교직원, 학생, 학부모, 지역사회 등 모든 주체를 하나로 연결해주는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다. 소통과 협력을 위한 ‘공감 4-EDU’는 이러한 교육행정의 방향과 소신을 남은 교육정책으로 이를 적극 추진해 왔다.
교육청과 학교의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우리 완주 학부모의 어머니 합창단과 어머니 배구단은 전라북도 전체에서도 활동이 뛰어난 팀으로 유명하다. 이분들의 활동은 학교와 학부모, 지역사회가 함께 교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또한 교직원들과 소통하기 위해 ‘완주교우산악회’를 만들어 매달 1회씩 산행을 떠나고 있다.
예로부터 전국을 먹여 살렸다는 금만평야, 옥구평야 등 우리 호남의 들판들이 농부들의 소망대로 이 마지막 여름을 잘 견뎌내 주기를 바라면서, 여름방학 동안 훌쩍 자란 아이들로 다시 활기차게 살아날 2학기 교정을 눈앞에 그려본다.
행복한 학교, 공감과 소통의 완주교육의 품에 다시 안긴 학생들, 그 아이들을 사랑스런 눈빛으로 맞이할 선생님들, 농부의 정성으로 바라보고 노력하는 선생님들의 정성과 애정을 바탕으로 우리 아이들도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란다.
/문채룡 =전라북도완주교육지원청 교육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