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가뭄이 심해 ‘우후죽순’ 보기가 어려웠다. 속담도 들으면 들을수록 깊은 뜻이 있다.
‘왕대밭에 왕대난다’는 속담대로 이 큰일을 했다. 작년 말 애국지사 정암 이태현(1910-1942) 선생 유고집《精菴私稿(정암사고)》을 냈다.
우선 한 눈에 대단하다. 한문 원집 복사물 214페이지와 이를 번역한 글이 392페이지이고, 전 원광대학교 교수 박금규 문학박사는 본문 한자 한자에 훈(訓)을 달아 술술 읽기 쉽게 풀어 놓았다.
앞에는 존영과 자료 사진을 실었다. 남원은 남들이 못하는 일을 자주 하여 ‘왕대밭’이라는 칭송을 듣는다. 1972년12월 이태현(李太鉉) 선생 추모비를 세웠고 나라에서는 뒤늦게 알았다며 대통령이 표창했다.
선생은 평생 반일 항일에 앞장서자 일본 경찰이 지명수배를 하니 이 의사는 1942년 5월 23일 주생면 주재소에 나타나 호령하고 품었던 비수로 자기 목을 두 번이나 찔러 결국 3일 후에 죽었다.
바로 이 어른의 사고(私稿)를 에서 번역 무료로 나눠준다. 옛날부터 ‘장성 가서 글자랑 하지 말고[文不如長城]’, ‘남원에 가 잘난 체 하지마라[人不如南原]’ 하더니 이 말이 척척 들어맞는다.
임진왜란 때 10,000인이 순국했고, 6·25 전후엔 지리산을 중심으로 수없이 죽었다. 이렇듯 사람 많이 죽은 남원에서 산 사람이 무슨 말을 하랴. 이 지사의 차남 이영철 씨는 광복회 전라북도 지부장을 했다. 두고 보면 ‘왕대’ 문화원이 있고 ‘시나대’ 문화원이 있다.
완주 소양에서는 올봄에 자손들이 자력으로《춘강유고집(春岡遺稿集):208p》을 펴냈다. 모두 경하한다. 과 는 각각 그 지역의 ‘왕대 문화 밭’이다.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