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운 날씨지만 충남 홍성에 위치한 바위가 아름다운 용봉산을 찾았다. 용봉사 입구에 이르니 탐스럽게 피어있는 ‘설토화’가 나를 반겨준다. 탐스런 수국을 보니 마음이 부자가 된 느낌이다. ‘용봉사’는 용봉산 북서쪽 병풍바위 밑에 자리한 절로 확실한 창건 연대는 알수 없으나 절 위에 있는 보물 제 355호인 마애불이 고려초기의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절의 역사는 백제시대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용봉산 등산 코스는 3가지 코스가 있는데, 필자는 3코스를 선택하였다. 산행을 시작할 때부터 가랑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했다. 빗줄기가 조금 굵어졌다가 가늘어지고, 그쳤다가 또 내리고 등산을 하는 동안 이내 반복되어 용봉산 전체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오히려 실제의 용봉산 보다 더 크고 웅장하고 신비스러운 용봉산을 느끼게 해주는 것 같아 자연의 변화에 감사할 따름이다. 마애석불에서 보아 1시 방향에 ‘병풍바위’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다. 바위가 병풍폭처럼 줄기줄기 이어져 있고, 또 그 줄기에 해당되는 곳마다 푸른 소나무가 자라고 있어, 자연이 만든 아름다운 동양화가 그려져 있는 커다란 병풍을 보는 것 같아 정겨움을 자아내게 했다. 용봉산의 또 하나의 특색은 곳곳에 잘 지어진 정자가 많아서 등산객에게 좋은 쉼터를 제공해 주고 있다. 완벽하게 조성된 공원에 온 느낌이다. 정자에서 올려다보는 ‘악귀봉’은 구름에 휘감겨 보였다가는 이내 곧 사라지고, 사라지는가 싶으면 또 그 모습을 보여주기를 반복한다. 아마 그 아름다운 자태를 확실히 보여주기가 부끄러워서 그런가 보다. 왜 이 바위이름을 ‘악귀봉’이라 붙였을까? 아마 여기까지 오르는데 힘이 들어서 홧김에 붙인 이름이 아닐까? 구름이 지나가고 보이는 것은 솟아 있는 3개의 바위인데 가운데 솟아있는 바위는 말의 머리와도 같고 양쪽에 있는 바위는 말의 귀와 같이 느껴졌다. 바위 봉우리 끝자락에 위치한 이 바위는 보는 이에 따라 여러 가지 형상을 떠올리게 하는데 충분한 재주를 지닌 것 같다. 한 고개를 내려왔다가 다시 바위를 미끄러지며 기어올라간 봉우리가 노적봉이다. 이 봉우리는 가을에 벼를 쌓아놓은 노적봉 같이 생겼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용봉산을 찾아가는 길에 길을 물었더니 ‘돌산’이라고들 말을 하였다. 그래서 폭우가 쏟아질 때면 온 산이 삽시간에 폭포를 이뤄 장관을 이루며 가을철에는 단풍이 아름다워 등산객을 유혹한다고 한다. 노적봉의 뾰족뾰족한 바위 봉우리가 인상적이다. 안개가 걷히는가 싶더니 다시 자욱해 진다. 바위들의 형상도 가지가지다. 엄마가 아이를 달래기 위해 얼굴을 부비며 안고 있는 형상을 한 바위, 군사가 투구를 쓰고 보초를 서고 있는 형상을 한 바위, 산자락에 거북이가 엎드려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거북바위 등 안개가 걷히면서 산 줄기 마다 바위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바위의 아름다움을 한껏 부추겨 주는 것 같다. 정상(381m)에 오르니 까만 돌에 용봉산 정상이라고 새긴 글이 보인다. 항상 산에 가서 느끼는 것이지만, 산은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이 있기 때문에, 그 정취가 오래 가슴 속에 남게 된다. 그러므로 다시 그곳을 찾게 하는 마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지 몰라도 필자도 용봉산을 네 번이나 찾았다. 우리 인간도 각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보여줄 때, 마음이 통하고 정을 나눌 수 있는 상대를 만나게 된다. 이렇게 자연스럽고 우연히 만나 그 만남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면, 이러한 만남은 ‘교육적인 만남’이 될 수 있고 인간적인 만남으로 형성되어 ‘장기적인 만남’으로 발전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의 삶에 있어서, 이 세상이 ‘즐겁고 멋진 곳이냐, 아니면 고통스럽고 힘든 곳이냐’를 결정해 주는 중요한 요소는 “어떤 사람을 만나고, 또한 그들과 어떤 말을 주고 받느냐”에 달려 있다. /유광찬=전주교육대학교 총장
최종편집: 2025-06-24 06: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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