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출판에는 대개 세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 여러 사람이 많이 읽을수록 돈 벌리는 책이 있어 10만부도 거뜬히 팔린다.
둘째, 있는 예산 그냥 두면 날아가니 이것저것 끌어 모아 내는 잡서가 있으며, 셋째는 남긴 원고 없어질까 두려워 ‘유고’ 혹은 ‘사고’라는 이름으로 내는 문집은 대개 거저 주면서 즐거워 한다.
셋째 번에 해당하는《춘강유고집(春岡遺稿集)》이 지난 2012년 2월 28일 나왔다. 홍두표 유생이 남긴 글을 아들 홍의심(洪義諶)이 번역했으며 전 원광대학교 박금규 교수의 간결한 서문이 앞에 있다.
주옥같은 한시 가운데 백범기념관에서 초상화를 우러러 보며 읊은 의미심장한 5언절구 ‘감음(感吟)’이 눈길을 끈다.
『끝끝내 큰일 이루지 못했으나[大業終難就(대업종난취)]/ 몸과 맘 오히려 건전하시네[心身尙健勍(심신상건경)]/ 이로운 칼 어디서 얻을고[利刀何以得(이도하이득)]/ 옳거니 배신자들 베어야 하는데[可斬背君卿(가참배군경)]』백범 김구 선생을 향한 일편단심이 넘쳐흐른다.
‘남북 정상회담을 찬성한다[贊南北頂上會談]’는 마지막 절 『……쌍방 서로 좋은 약속 맺어진다면(若使雙方成善約-약사쌍방성선약)/ 여기저기 무궁화 피는 나라 그 기쁨 끝없으리.(槿邦處處樂無窮-근방처처락무궁』분단국가 국민으로서 지닌 의당한 회포를 분명히 했다.
생시 보기엔 한가한 시골 노인, 향교에 다니는 평범한 어른으로만 알았는데 가신 후 문집을 보니 후회가 많다.
선비의 족적이 너무나 크다. 학문과 사람을 이어줄 중간자의 무관심이 학자를 외롭게 했다. 이 책을 얻어준 우정(又亭)이 아니었더라면 영영 춘강 홍두표 선생을 모를 뻔 했다. 학문과 문화를 어이없이 여기는 사람들은 반드시 이《춘강유고집》을 봐야 하겠다.
/이승철=국사편찬위/史料조사위원(esc2691@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