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들레는 키 작고 초라한 꽃이지만, 뿌리를 단단히 대지에 내리고 비바람 이겨내고 파란 이파리를 두른 채 꽃대 하나 곧게 올려 노란 꽃을 피웁니다.
꽃이 지고 씨앗이 생기면, 바람에 실어 멀리 세상 이곳저곳으로 보냅니다. 작은 홀씨 하나가 드넓은 대지를 노란 빛으로 물들이는 장관을 생각해보십시오.
생각만으로도 벅차지 않습니까. 민들레는 산과 들을 노란 빛으로 물들이고 우리들 마음속에 도사리고 있는 탐욕과 서로에 대한 불신과 적대심을 모두 걷어내고 희망의 노란 빛으로 채색합니다.상생적 발전이 강조되는 이 시대에 민들레가 주는 시사점은 적지 않습니다. 상생의 전제는 서로가 서로를 인정하는 것입니다.
# 민들레라는 녀석은 땅바닥에 붙어살아 그런지 평소에는 존재감이 없는 놈입니다. 노란 꽃이나 겨우 피어야 가까스로 눈에 띄는 그런 미미한 존재입니다. 하지만 민들레가 갖고 있는 상생 메커니즘만 놓고 본다면 우리네 인간보다 훨씬 낫습니다.
첫째, 민들레는 평등합니다. 많은 잎들이 피어나지만, 그 잎들이 피어나는 출발점은 줄기가 아닌 뿌리입니다. 뿌리에서 모든 잎들이 바로 피어나기 때문에 출발선이 같습니다.
어떤 놈은 높은 가지에서, 어떤 놈은 낮은 가지에서 피어나, 출발선이 다른 여타 풀, 나무와는 다릅니다.
둘째, 민들레는 조화로운 상태를 유지합니다. 민들레꽃은 하나의 사회와 같습니다. 한 송이의 꽃으로 보이는 그 민들레꽃은 사실, 낱꽃들의 집합체입니다. 낱꽃들이 모여서 민들레꽃을 구성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그 낱꽃들 사이에 불협화음은 없습니다. 서로를 개체로서 존중한다는 느낌이라 할까요. 낱꽃들은 마치 한 몸인 양 어우러져 꽃을 피웁니다. 그러다가 꽃이 지고 씨가 되면 모두가 따로따로 제 갈 길로 날아갑니다.
서넛만 모여도 이견이 불가피하고, 이견을 조정하다보면 갈등이 증폭되기 십상인 인간과 다릅니다.
셋째, 민들레는 양보하는 미덕을 갖고 있습니다. 민들레는 평소에 줄기가 없지만, 꽃이 필 때만은 꽃대가 올라옵니다.
한 포기에서 보통 여러 개의 꽃대가 올라오는데요, 민들레는 꽃대들 간에 서로 경쟁하려 들지 않습니다.
꽃대가 차례로 올라와 차례로 꽃을 피웁니다. 수분과 수정의 과정에서 서로 다퉈봤자 좋을 게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갈등이 발발하면 극단으로 치닫는 우리들보다 훨씬 지혜롭지 않나요?
#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상생의 지혜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한쪽만 일방적으로 편익을 취하는 사회는 지속되기 힘듭니다.
상대방의 입을 막아버리고, 내 귀를 닫아버린 채 외치는‘상생적 발전’이라는 구호에는 진실성이 없습니다.
나의 진정성이 상대방에 가닿게 하려면, 먼저 상대방을 인정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잊지 말기를 충심으로 바랍니다.
/유희태=민들레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