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보는 사람마다 심히 놀랐다. 얘기하다보면 불쑥 옛이야기와 뒤섞이는 경우가 더러 있으나 고개 끄덕이는 독자도 많다. 지금 젊은이 집 찾아가 ‘나오너라!’ 큰소리치면 혹 멱살 잡히거나 봉변당할 수 있다. 이는 조선시대 선비 나들이 방문 때 인기척 부름이었다. 1980년대 s처에서 근무할 적의 점심시간. 아주 젊은이가 도시락을 들고 사(교)무실에 들어선다. 어른 앞에 다가서는 걸 보고서야 그의 아들임을 알았고 금방 박수가 나왔으며, 아버지는 어색해 하면서도 미소 지었다. 방계원 선생과 아들 방극성 얘기이다. 사법고시에 합격하고 마침 틈이 나자 아버님 점심 도시락을 들고 교무실에 들어선 광경이다. 곧 판사 발령을 받았으며 결혼식 날 손님이 많았다. 판사 혼례식장에 나감이 자랑스러워하던 시절의 풍경이다. 며칠 후 전 직원 초대를 했는데 오후 6시 무렵 전주고등학교 뒤편 ‘물항머리’ 방 판사 대문 앞에 수십 동료가 도착했고, 이 아무개가 느닷없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나오너라!’ 외치니 젊은 교사들 놀랐으며 나이든 선배들은 빙그레 웃고 있을 때, 방계원 선생 뛰어나와 대문 활짝 열어젖히며 포옹을 한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나오너라!’를 상석에 앉히고 술상이 곧 나오니 점심(도시락) 후 빈 뱃속이라 맛 좋은 음식마다 가문 논에 물들어가듯 잡아당겨 자차 없던 시절 너나없이 술 마구 마셨다. 새 며느리 인사까지 시키니, 대리 만족 즉흥이 노송동을 뒤흔들었다. 그 아들 광주고등법원장을 했고 부자간 고운 심성 똑같았으며 주인공은 남원 남양방씨이다. 『사계(沙溪)·만오(晩悟) 두 선생 실기집』이 있고, 「‘애련곡 삼첩(愛蓮曲 三疊)’ 134면」 <대 집 세 칸 짓고 못을 파 연을 심어/ 취엽경파(푸른 잎 아름다운 꽃) 만향이 어른거릴 적에/ 거문고 한 입 소리를 알 리 없어 하노라>. 이는 만오유고(1537-1610)의 시조이다. 아버지 방계원 선생 중학교장에 아들 법관이면서도 아파트 신축개발 때까지 물항머리 그 집에서 살았는데 ‘사법고시 합격자 나온 집’이란 애정과 겸손 때문이었다. 개인 생각이지만 대법관에 오르지 않았음(못했음)은 호남인이라 그런걸로 보인다. 판결 솜씨 대단했다. 모 택시 기사 마누라가 5월 7일 밤 큰길을 건너다 교통사고로 여인은 죽었고, 바람난 외간 남자는 중상이었다. 전주지방법원에서 이 사건을 맡았는데 뺑소니냐. 아니냐. 얽기고 설킨 문제의 재판을 속히 진행시켜 집행유예로 내보낸 명관이었다. 이런 집안이니 ‘나오너라!’ 소리 알아듣는 수준 높은 식구들이었다. 전주시 만성동에서 개업 중인 방극성 변호사는 늘 서민 편에서 변론한다. 집집마다 이처럼 뿌리 깊은 인물 나와야 하고, 뜨거운 사랑이 차별과 편견을 녹여내더라. / 유하당(柳河堂) = 前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최종편집: 2025-06-23 20: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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