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쉽고도 어렵다. ‘마포(麻布)·마포(麻浦)’ 음(소리)은 같으나 뜻이 다르다. 서울 사람 더러 ‘마포종점’(밤 깊은 마포종점 갈 곳 없는 밤 전차/ 비에 젖어 너도 섰고 갈 곳 없는 나도섰다./ 강 건너 영등포에 불빛만 아련한데…) 노래까지 잘 부르나, 시골 살며 마포(삼베) 모르는 사람 적지 않다. 하늘 아래 살며 ‘하늘 설명’ 어렵듯이 시골 태생이나 ‘마포’ 풀이 조심스럽다.
△마포란 삼으로 짠 베로 삼씨 논·밭에 심어 가꾸면 그 키 3∼4m. 하지 무렵 베어 껍질 벗겨 말렸다가 3mm 정도 쪼개 낱낱이 이어 실타래 만들어 베틀에 앉아 ‘날줄·씨줄’로 짜내는데 과정마다 힘이 들어 거친 손이 애처롭다.
△시골 사람 죽고 집 무너지면 참혹한 소멸인데, 이미 소멸된 문화가 흔하다.
△완주군 고산면 삼기리(상삼)는 와삼평(臥三坪) 중심지로 들 넓고 걸며 능성구씨 500년 집성촌…책 많이 읽은 선비들도 농사철이면 노동 무서운 줄 모른다.
△이러하니 부농에 양반으로 잘 살았으나 농촌풍속 좋은 흔적들이 그럭저럭 자취를 감추는데 특히 아쉬운 건 ‘삼굿(삼무지)’이다.
△마을 뒤편 물길 가까운 곳에 둑셍이가 있었고, 성인들이 협력 돌 성문 마무리처럼 교묘하게 맞춰 기술적으로 쌓아 새벽부터 아궁이에 불 지펴 돌 달구고, 정오쯤 수십 인이 삼 다발(삼동)을 차곡차곡 쌓아 겉을 거적때기로 싼 다음 꼭꼭 묶고 여러 사람이 맨 줄을 잡아당겨 삼굿 위에 세우면 남녀노소 두 줄로 서서 물을 퍼 전달…사다리에 오른 장정이 받아 골고루 뿌려 바닥 뜨거운 돌에 이르면 김이 꼭대기까지 치솟아 결국 삼 푹 익은 상태에서 풀어 벗긴 껍질 아랫부분 가지런히 묶어 볕에 바싹 말리면 ‘삼단’이라 한다.(처녀 머리 좋으면 ‘삼단 같다’ 운운)
여기까지 공동작업이어야 하는데 집성촌 능성구씨는 훌륭한 조상 아래 핏줄로 뭉치고, 수많은 자손 일로 단합하니 고산현에서 구씨(具氏)와 혼인하면 출세로 여겼다.
△힘든 삼굿 작업 현장 典敎(전교) 송정 구성조(具成祖) 선생 목소리 가장 컸던 걸로 기억되며 이런 성력으로 맏아들(구연식) 일본 유학, 둘째(구연태) 전주북중학교, 셋째(구연민) 공주사범대학교 보냈다.(인물소개 이하생략)
△모시·삼베는 ‘나무껍질’ 삼베·명주옷 수의로 으뜸이었다. 땅속에 묻혀 어느 기간 지나면 옷 자연스레 녹아버리고 백골만 흙과 밀착 명당 소리 들었다.
△지방자치시대 지방마다 격이 다르나 격대로 문화유산에 관심을 기울이면 그 이름 영원하리다. 경상도 신라문화와 호남 백제문화 견줘보면 이해가 쉽다.
잊지 않아야 오래 가고, 구슬도 꿰어야 보배이다. 여름 살갗 가리는 삼베옷 부녀자들 각고의 산물이요 길쌈 덕분이다. 이 정성이 바로 무형문화유산이다.
구정태 박사 한국 민속 생활사를 가리켜 세계 제일이란 평가 백 번 옳은 지적이다. ‘삼단 같은 머리 그 여인, 구씨네 처녀’ 이날 한 번 볼 수 있었다.
/ 유하당(柳河堂) = 前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