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 뿔 거북 털/송월주 회고록(서울:조계종출판사, 2016)』이런 책이 나왔고, 전북 완주군 구이면 광곡리에「경각사(鯨角寺)」가 있는데, 절 이름 경(鯨)은 ‘고래 경’, 각(角)은 ‘뿔 각’. 이는 고래 뿔로 현실 이론과는 동떨어지나, 송월주 스님의 책 ‘토끼 뿔…’을 연상케 하여 이름이 주는 매력부터 대단하다.
2024년 11월 16일 철로는 겨울이나 아직도 날씨 따뜻해 만산이 단풍으로 화려하다. 일기 좋으면 밖에 나서고 싶어 하는 사람마다의 호기심이 본능으로 보인다.
‘극락보전’, ‘미륵불’, ‘법종’이 절에 있음도 당연한 일. 이 실물 자체도 귀중하지만 문화유산 조성사업에 참여한(시주자) 이름을 새겨 둔 비석들이 그 업적 1000년을 품고 갈 것이다.
일주문 기둥 굵으며 산사답게 조용하나 시야만은 저 멀리 김제까지 내려다보인다. 고무신 여러 켤레를 닦아 나란히 세워 말리는 걸로 봐 관리가 잘 되는 절로 보인다.
예전에 서당에서 『소학(小學)』·『대학(大學)』읽고 『맹자』·『논어(論語)』 배우듯이 관광에도 단계가 있다.
첫째 고향을 잘 알고, 둘째 이웃을 파악하며, 셋째 우리나라 방방곡곡 안 다음, 외국 나들이를 하는 게 순서이다. 이래야 ‘을축(乙丑)-갑자(갑자)’ 아니 된다(육십갑자에서 ‘갑자’ 다음 ‘을축’이 오게 되어 있는데 을축이 먼저 왔다는 뜻으로, 무슨 일이 제대로 되지 아니하고 순서가 뒤바뀜을 이르는 말).
우리나라는 순서(질서)를 소중하게 여겼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 이를 입에 달고 살았으며, 식견 더 높으면 ‘봄-여름-가을-겨울(원형이정·元亨利貞)은=천도지상(天道之常-하늘의 도 상식)’·‘인의예지(仁義禮智)=인성지강(人性之綱-마음 판에 새겨들 일)’을 논의했는데 긴 설명 독자들에게 지루할까 봐 생략한다.
이제 들판 이야기이다. △구이초등학교(학생 55인/ 교직원 12인), 태봉초등학교(49/10), 청명초등학교(33/11) 한 면에 이 적은 수의 학교 세 곳 유지되는 걸로 봐 대한민국 대단하다.
△마을마다의 경로당 얘기는 설명 안 해도 다들 잘 안다. △길마다 포장이 돼 있고, 초가집 한 채 없으며 △주변에 맛집이 많아 만족한 여행이 된다. 곰탕 한 그릇에 1만원 먹다 밥을 남긴다. 배고픈 사람 귀하다는 징표이다. ‘모과도 과일이냐!’ 하던 시절처럼 칡넝쿨 그 잎도 물이 들어 산의 운치를 드높인다.
△구이면의 숨은 보석, 저수지는 한적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곳. 푸른 물빛·잔잔한 수면 마음을 편안케 하며, 데이트 코스 인기 있다. 저수지 둘레길 따라 산책하거나, 자전거 타고 시원한 바람을 쏘이는데 으뜸이다.
저수지는 사계절 아름답고, 가까워 가을 단풍 푸른 물빛이 조화를 이루는 완주의 명소이다. 첫눈 내리기 전에 귀를 활짝 열고 구이(九耳)로 다가서기 바란다.
/ 유하당(柳河堂) = 前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