ㅇㅇ마을에 사는 유월중(柳月中:가명) 노인이 백로(白露)를 지나자 목 부위가 근질근질…슬슬 긁어도 시원치 않아 병원 찾아가기 혁신도시에서만 6군데…전주 도심지 이름 난(?) 피부과 네 곳. 여기에 의료분쟁까지 겹쳐 막막해서 광주 ‘최ㅅㅍ피부과’까지 달려가니 ‘대학교병원’으로 가란다.
의사마다 진단 ‘노인성 건조증’. 이놈의 증세가 마치 6·25전쟁 초기처럼 가려움증이 밀고 내려오는데 ‘젖가슴’을 넘어, 며칠 후 ‘배꼽’ 부위를 지나, 곧 아래 수풀 지대를 거처 허벅지·장딴지 말랑말랑한 데까지 파고들었으나 ‘대학병원’ 진료 예약날짜는 1주일 후이다.
계속 약을 먹어도 매일반 가려워 등짝을 문틀에 대고 소처럼 비벼대도 소용이 없다. 단방약(單方藥) 복숭아나무 순·밤나무껍질을 각각 삶아 그 물을 발라도 마찬가지.
가려운 전선(?)이 온몸에 번져 결국 ‘피하출혈’까지 겹쳐 보기조차 흉하다. 하다하다 못해 일광욕(日光浴)이 동네 재판을 불러왔다.
▲마을해소(解消)위원장의 말 “변호인 말해보시오.” 피소인 “내가 변호사입니다.”, “원고 측 말해 봐요.”, “대낮에 웃통 벗고 뜰에 서있음은 ‘미풍양속위반 육체노출혐의’로 보입니다. 위원장 “피고 말하시오.”, “내 바지는 ‘윤복희 치마’ 길이 정도요, 윗옷은 김연자 ‘가요무대’에서 가슴팍 내 놓은 만큼입니다.” 경로당 안 모든 사람이 웃었다.
판사(위원장)는 “고발한 자를 봤습니까?” 피고 말 “못 봤습니다.” 판사 “그럼 신고자는 어떻게 봤단 말이요?” 피고 “그가 이웃집을 엿본 것입니다. 이는 무슨 죄에 해당합니까?” 또 한 바탕 웃음이 터져 나왔다.
마을 의사의 증언 “‘노인성 피부건증’은 전염병이 아니니 하루 두 번씩 찾아가 웃으며 물수건으로 살살 문질러 드리게 하시오,” 판사는 이 말대로 언도 땅땅땅…재판을 마쳤다.
이 위원장 별명이 ‘윤복희 치마 법관’ 명판정(明判正:가명) 판사요, 고발자 별호 ‘마촉(마을 촉새)’이다.
▲전주중앙성당 떡집 골목 얘기. 지나던 노숙자가 가게 앞에 이르러 코를 실룩실룩 골고루 냄새를 맡는다. 가게 주인마다 ‘어서 오시오!’ 하자 미안했던지 “냄새 맡은 값 천원 밖에 없는데요, 이 돈 받고 보내주오” 20년 떡 장사하며 처음 겪는 일이다.
떡장수 A씨 “…냄새 맡은 값!” 이 소리에 정신이 빠짝 들며, “난 이제껏 남모르고 살았구나!” 2천 원짜리 송편 한 판을 얼른 들고 쫓아가 손에 쥐어줬다. 한 참 뒤에 보니 이 영감 건너편 요양원 의자에 앉아 단 번에 다 자시는 게 아닌가.
매우 흡족하여 가게 문을 일찍 닫고 집에 들어서니 식구마다 “어디 편찮으세요?” 이렇게 묻는다. “아니야 20년 떡장수! 오늘처럼 즐거운 날이 처음이었다.”며 낮에 있었던 이야기를 털어 놓으니, 착한 며느리의 말 “어머님은 꼭 닮은 한석봉 어머니예요” 이런다.
/ 유하당(柳河堂) = 前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