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느 날처럼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하던 중 어색한 얼굴로 조심스럽게 진료실 문을 두드리는 중년 남자 분을 뵀습니다.
환자분께서는 다소 긴장되고 굳은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와 “제가 이 병원까지 오는데 정말 수십 번 갈까 말까 망설였어요. 내가 정신병자도 아닌데 이런 병원에까지 가야하나.. 정말 치료가 필요한 걸까...”라고 말씀하시며 근래 들어 힘들었던 일들을 이야기 했습니다.
환자분은 사업상 어려움을 겪게 되면서 자주 가슴이 떨리고 불안하며, 우울한 기분을 호소했습니다. 더불어 근래에는 잠도 잘 못 자고, 식사양도 줄어서 체중이 5kg이나 빠졌다고 합니다. 좋아하던 친구도 만나기 싫고 가족들 눈치가 보여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방안에서 TV만 보며 지낸다고 했습니다.
사회생활의 스트레스가 누적돼 생긴 우울증 이었습니다. 환자분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고, 정서적 지지를 제공함과 동시에 증상의 심각도를 고려해 약물치료를 시작했는데, 8개월이 지난 지금은 다시 가족과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사회생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은 느끼지만 사람들은 왜 치료받는 현장까지 오기 힘들까요? 정신건강의학과에 어렵게 찾아온 환자, 보호자들이 자주하는 질문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첫 번째, “이게 정말 치료가 필요한 게 맞아요? 그냥 잠깐 그러는 거 아니에요?”
정신건강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제부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까요? 약한 수준의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는 스트레스 요인이 해결되고, 시간이 지나면서 짧게 유지되거나 자연스럽게 호전 경과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며 평소 자신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수준이라면 가급적 빨리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정신건강’이라고 하면 “알기 어렵고, 나는 잘 모르는데...” 라고 느끼기 쉽습니다.
가장 적절한 치료 결정 시기는 스스로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겼어!“라고 알아차릴 때입니다. 학생의 경우, 학교생활이 힘들고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증상이 생기거나, 직장인이 직장에서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대인 관계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며 이로 인해 기분이나 수면, 일상의 활동에 변화가 생긴다면 치료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외부에 알려질까 봐 걱정되요”
먼저 진료와 관련된 일체의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법률 제16930호)에 의해 보호됩니다. 여러 가지 개인정보 중 건강 등 의료행위는 ’민감정보‘로 분류되며 법적으로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수집 할 수 없습니다. 특히 취업과 관련해 본인동의 없이 의료행위 정보를 취득 할 수 없으며, 치료력에 대해 스스로 언급하지 않는 다면 알 수 없습니다.
▲세 번째, “어디를 가야할지를 모르겠어요”
처음부터 바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상담 받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하지만 병원 방문이 조금 망설여진다면 우리 주변에 있는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해 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전국 시군구마다 설치돼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역 주민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무료 정신건강 검진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상담, 약물/입원 등 보다 전문적인 병원 치료의 연계 등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신체 건강과 더불어 마음 건강까지 함께 챙길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지금 바로 나와 소중한 가족, 친구에게 물어보세요.
“OO아, 오늘 마음건강 안녕하니?”
◆강남인 센터장
-전북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의학박사
-현. 완주군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
-현. 전북특별자치도 마음사랑병원 진료과장(정신과 전문의)
-대한조현병학회 평이사
-대한노인의학회, 중독정신의학회, 약물정신의학회, 한국 트라우마 스트레스 학회, 대한조현병학회 평생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