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군은 지난 1월 여자레슬링팀에 이어 근대5종팀을 창단하면서 2개의 직장운동부를 운영하게 됐다.
임성택(46) 초대 감독을 축으로 김예나, 김우철, 형태극, 이화영, 김세웅, 윤민종 등 6명의 선수로 꾸려진 근대5종팀은 창단 후 지난 7개월 동안 눈부신 성과를 이뤄내며, 완주군의 위상을 크게 드높였다.
실제 근대5종팀은 회장배와 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는 등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4월에는 실업연맹회장배에 출전, 금메달 3개와 은메달 2개를 따냈고, 지난 7월에도 전국 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목 금메달을 비롯 총 6개의 메달을 획득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메달뿐 아니라 대한체육회가 주관한 ‘2024년 하계 종목 직장운동경기부 창단 지원 공모사업’에 응모한 결과, 팀 운영계획, 인프라, 예산, 저변확대 기여도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최종 공모 선정과 함께 지원금 3억 원을 확보, 훈련용품 구입과 국내외 전지훈련비, 대회 참가비 등으로 넉넉히 사용하고 있다.
이밖에도 전국대회를 잇달아 유치하는데 성공하면서 지역경제에 상당한 파급효과를 가져왔다.
이처럼 창단 이후 매 대회마다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공모선정에다 전국대회 유치까지 그야말로 ‘승승장구’하고 있는 완주군 근대5종팀의 사령탑 임성택 감독을 지난 달 30일 만나 지도자가 되기까지의 과정, 그간 거둔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 각오 등을 들어봤다.
▲어렸을 때 꿈은 무엇이었나요?
=달리기를 잘해서 운동선수가 꿈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임실군 강진면 학성리에서 2남 2녀 중 막내로 태어났는데요.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할머니 밑에서 자랐어요.
마침 섬진중학교에 근대5종팀이 생겨 시작하게 됐는데, 처음에는 10명 정도 하다가 체고에 들어가니 운동이 힘들어서인지 4명으로 줄었어요.
중학교때는 지도자 없이 섬진강 아래 도랑에서 수영을 배웠고, 여름에 한 달 동안 체고에서 합숙훈련을 했어요. 당시 환경은 열악했죠.
▲성적은 어땠나요?
=중학교 2학년 때 성남에서 열린 회장배 대회에 참가했는데 수영 경기에서 100미터를 간신히 찍고 올 정도로 힘들었던 것으로 기억납니다.
당연히 꼴등을 했는데, 체계적으로 배우지 못하다보니 수도권 선수들과 기량차를 크게 느꼈습니다. 대회 이후에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육상은 항상 상위권에 있으니까 수영만 잘하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겠다는 욕심도 생기고 ‘꼭 성공해야 겠다’는 목표도 갖게 됐습니다.
이후에 단체전에서 1위를 하고 성적도 제법 잘 나왔어요. 중학교 3학년때 임실에서 전주로 나와 1년 동안 거의 체고에서 살다시피 하면서 열심히 훈련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요.
=몸이 좋지 않았어요. 그래서 계속 운동하는 것보다 교사가 되기로 마음먹고 열심히 수능 준비를 해서 원광대 사범대에 합격했어요.
그리고 군대 전역 후 대학 3학년에 복학해 다니고 있는데 어느 날, 중학교 은사님으로부터 ‘아이들을 맡아 주라’는 연락을 받았어요. 대학 등록금을 벌어서 학교에 다니고 임용고시도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소년체전까지 5개월만 봐주겠다’고 대답했어요.
그렇게 약속을 받고 갔는데, 고등학교 은사님께서 ‘뭔 소리냐? 지도자로 왔으면 고등학교까지 책임져 줘야지’라며 저를 계속 설득해 결국 못 이겨 지금까지 지도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수영 아르바이트보다 수입이 훨씬 낮았지만 은사님과의 정 때문에 거절을 못했죠. 돌아보면 잘 선택한 것 같아요.
▲기억에 남는 일도 많이 있을텐데요.
=제 아내(동경진.43)는 양궁선수 출신으로, 현재 초등학교에서 양궁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김우철 선수를 가장 먼저 발굴한 게 아내입니다. 우철이 고향이 용진인데요.
아내가 임신한 상태에서 용진 간중초 방과후 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는데, 까무잡잡한 근육질 몸에, 얼굴이 운동을 좋아할 스타일인데 매일 축구만 하는 아이가 눈에 띠어 저보고 ‘그 얘가 운동을 잘 할 것 같으니 한 번 만나보라’고 하는 겁니다. 가서 보니 정말 운동 잘하게 생겨 곧바로 아버지를 만나 ‘아들을 운동 시켜 보라’고 권유했어요.
마침 아버지도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었는데 ‘아버지가 시켜서 운동했다’며 아들이 후회할까봐 망설였다는 겁니다.
결국 우철이는 근대5종을 시작하게 됐고, 6학년 겨울부터 수영을 배우면서 선수로서 조금씩 성장했죠.
처음에는 수영을 못했는데, 중 2때 시합만 하면 두각을 나타내더니 3학년때는 대회마다 전관왕을 차지했어요. 학년 탑이었어요.
김예나 선수도 학년 탑이었는데, 유망주를 뽑는다고 해서 중학교 2학년때 대표 선발전에 내보냈어요. 자기보다 못하는 선수에게 져, 슬럼프에 빠졌지만 돌아오더니 금메달을 계속 따내더라고요. 그 기억이 생생합니다.
▲완주군 근대 5종팀 선수들의 장단점을 말씀해 주시죠.
=제가 선수들과 10년 정도 함께 하다 보니 장단점도 거의 파악하고 있어요.
먼저 김우철 선수는 유연성은 조금 떨어지지만 굉장히 힘과 근성이 좋고, 지는 것 싫어하는 욕심이 많은 선수입니다.
형태극 선수는 수영, 승마, 육상, 여러 종목을 하다 보니 잔부상이 있지만 큰 시합에 강합니다. 중·고등학교 3학년 때 1등, 전관왕, 대학교 4학년 때도 탑을 찍었을 정도로 좋은 실력을 갖추고 있고, 팀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김세웅 선수는 2진급 선수였는데 펜싱과 사격, 수영 실력이 괜찮아 데리고 왔어요. 육상을 가르치고 있는데, 조금만 보완하면 성장성이 매우 높은 선수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화영 선수는 신장은 작지만 근성이 좋고, 내가 운동을 가르쳐주지 않아도 스스로 하는 친구입니다. 어디 내놔도 자기 몫은 해내는 선수인데요. 그래서 감독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입니다.
특히 수영은 국가대표를 할 정도로 매우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습니다.
막내 윤민종 선수는 나이가 어리지만 성격이 좋고, 펜싱이 장점입니다. 사격만 보완한다면 대성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김예나 선수는 두 말할 필요 없을 만큼 ‘팀의 에이스’로 통하는데요. 성실한데다 인성까지 갖췄고, 항상 밝게 웃는 얼굴이어서 긍정 에너지를 선수들에게 고루 나눠주고 있습니다.
▲창단 이후 대회성적 등 많은 성과를 거뒀는데 비결은 무엇인지요.
=완주군과 완주군체육회의 전폭적인 지원이 가장 컸다고 생각합니다. 선수들이 완주군청에 입단하면서 생활이 안정되고, 무엇보다 소속감이 생기고, ‘좋은 성적을 내야한다’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생겨 경기력에도 많은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이루고 싶은 꿈과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시죠.
=최종 목표는 먼저, 완주군 근대5종팀을 전국 최고 반열에 올려놓는 겁니다. 태극 마크를 달고 세계무대에서도 멋진 활약을 펼치도록 지도자로서 역량을 발휘 하는 등 최선을 다해 가르칠 계획입니다.
아직 마지막 퍼즐이 남아 있는데, 퍼즐은 전북출신으로 국가대표, 아시안게임 선수로 활약하는 선수들을 영입하는 것인데요. 예산 확보 등이 어렵긴 하지만 할 수 있는데까지 최선의 노력을 다해 봐야죠. 퍼즐이 완성되면 그 시기도 앞당겨 질 것이라고 봅니다.
무엇보다 완주군의 위상과 선수들의 앞날에 도움이 되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고요. 개인적으로는 현재 연맹 이사를 맡고 있는데, 경기력향상위원장도 꿈 안에 넣어놨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 해주시죠.
=우리 근대5종팀이 주민들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재능기부를 통해 작으나마 지역에 보탬이 되고 싶습니다.
가령 중·고등학교 선수들에게 사격을 지도해 주고 장소만 허락한다면 완주군민들에게 수영을 무료로 가르쳐줌으로써, 생활체육 활성화에도 기여를 하고 싶습니다.
특히 이번 집중호우로 완주군이 큰 피해를 입었는데요. 우리 선수들도 대민지원에 나가 봉사도 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어 마음이 아팠습니다.
앞으로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선수단이 되겠습니다. 군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