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동’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바로 ‘생강’이다. 봉동은 국내 최초 생강 시배지로, 과거에는 전국 시장을 주무를 정도로 생산량이 많았다. 특히 봉동 일대에서 생산된 생강은 뿌리가 굵고, 섬유질이 적으면서, 매운 맛이 덜하고 향이 깊어 조선시대 임금님의 진상품이었다. 무엇보다 지난 2019년에 600년 전통의 한국(토종)생강의 역사와 토굴을 활용한 독특한 저장방식으로 ‘완주생강 전통농업시스템’이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3호로 등재되기도 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현재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에 도전하고 있다. 그러니 봉동 주민들의 생강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봉동 주민만큼이나 생강에 관심이 높은 사람이 있다. 생강뿐만 아니다. 고향은 아니지만 봉동에 대한 애정이 깊다. 바로 봉동읍 낙평리에 소재한 중화요리 전문점 ‘사천향’ 김영진(52)사장이다. 오늘 소개할 주인공이다. # 그는 올해 1월,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생강짬뽕’을 메뉴판에 올렸다. 아마도 전국 최초이지 않을까? 이미 2년 전부터 짬뽕에 봉동 생강을 넣어 손님상에 내놓았지만 ‘생강짬뽕’이란 이름으로 주문을 받은 것은 올해 1월 중순부터다. 메뉴를 선보인지 5개월이 지났다. 손님들의 반응은 기대이상이다. “생강짬뽕이라는 이름을 짓기 전에도 계속 짬뽕에 생강을 넣었어요. 말은 안했는데 손님 중 한 분이 ‘뭘 넣었냐? 생강향이 난다’고 물어, 제가 ‘봉동생강을 넣었다’고 말했더니, ‘그럼 생강짬뽕으로 하는 게 낫겠다’고 조언해 주셔서 메뉴판에 올리기로 결정했죠.” 사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다. 생강의 독특한 향과 매운맛 때문이었다. 당연히 호불호가 갈렸다. 하지만 10년 넘게 음식점을 운영해오면서 봉동을 전국에 알리고 싶었다. 가장 쉬운 방법이 봉동생강을 넣은 음식을 만드는 것이었다. “지금의 육수를 만들기 위해 치킨스톡(닭육수)으로도 해보고, 고기로도 해보고, 이것저것 먹어보고, 전체 직원들 모아놓고, 시식도 해보고, 생강양도 늘려보고, 줄여도 보고, 진짜 노력을 많이 했어요.” # 맛은 어떨까? 생강짬뽕을 메뉴판에 넣지 않았을 때에도 사천향에서 한 번이라도 짬뽕을 먹어봤다면 이미 생강짬뽕을 먹었다고 보면 된다. 모든 육수에 생강을 넣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아! 그래서 이 맛이 났구나!’라며 무릎을 칠 것이다. 이제 생강짬뽕을 알고 맛을 보면 확실히 알게 된다. 입에 들어가기 전, 그릇에 얼굴을 살짝 갖다 대면 생강 향이 코로 스며든다. 그런데 싫지 않다. 자! 그럼, 소매를 걷어붙이고, 국물이 튈지 모르니 앞치마로 무장한 뒤, 본격적으로 맛을 보자. 먼저, 국물을 한 모금 마시면 생강이 온 몸을 따뜻하게 데워준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다음, 면 위에 올려놓은 해물을 씹으면서 입 안에 고소한 향을 돌게 한다. 그리고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려 한 입 후루룩 먹어보자. 고소함과 얼큰함을 동시에 느끼게 된다. 절반 쯤 먹다보면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힌다. 영양은 계산할 필요가 없다. 생강은 몸의 냉증을 없애주고 소화를 도와주며, 구토를 없앤다고 해 예로부터 약용으로 사용됐다. 굳이 효과를 떠나 맛있으면 몸에도 좋은 거다. 사천향의 시그니처 메뉴가 된 생강짬뽕은 일단 양이 많다. 밥을 한 끼 이상 굶거나, 힘든 일을 해서 몹시 배고픈 사람을 제외하곤 한 그릇을 비우기란 쉽지 않다. 또한 여느 집에 비해 해물을 듬뿍 넣어준다. 주문해 보면 알겠지만 양파, 양배추, 대파 등 신선한 야채와 함께 홍합, 링 오징어를 비롯해 호텔이나 고급 중식당에서만 볼 수 있고, 일반적으로 쓰지 않는 솔방울 오징어까지 충분히 맛볼 수 있게 넉넉히 그릇에 담았다. 무엇보다 생강짬뽕의 맛의 비결은 육수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 프랜차이즈나, 큰 규모 중식당 등 손꼽을 정도로 몇몇 중식당에서만 육수를 내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몇 년 하다 보니 육수를 만들게 되고, 육수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됐죠.” 시장에서 생강을 구입해 깨끗이 씻고 다져서 육수를 낼 때 8인 분정도 양에 맞춰 넣는단다. 처음에는 다진 생강의 양을 조절하는 게 쉽지 않았다. 1년 넘게 시험한 끝에 비법을 터득했다. 참고로, 육수를 낼 때 고기를 쓰지 않고, 해물과 버섯만 사용한단다. 이유가 있다. 고기를 먹지 않는 외국인 손님이 생각 외로 많기 때문이다. 보통 육수를 만들 때 고기를 볶은 다음, 기름을 넣고, 야채를 볶아 고춧가루를 넣는 등의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종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이 많아 고민 끝에 해물과 버섯을 육수 재료로 사용하게 됐다. 그 덕분에 외국인 손님이 꾸준히 늘고 있다. # 어찌됐든 봉동생강은 사천향 짬뽕에게는 ‘약방의 감초’격이다. 환상의 짝궁이기도 하다. 봉동생강이 기본이 돼 ‘짬뽕 삼총사’가 탄생했다. 해물 가득 비주얼 깡패인 ‘삼선특짬뽕’, 불고기를 듬뿍 넣은 ‘불고기짬뽕’, 찐 매운 맛 ‘불타는 짬뽕’이 바로 그것이다. 탕수육과 짜장, 간짜장은 두말할 필요 없이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지만 짬뽕 삼총사도 효자 메뉴로 손꼽히며, 손님을 끌어 모으는데 한 몫하고 있다. 이외에도 백화점에 납품하는 콩물로 만들어 맛이 일품인 콩국수도 사천향의 여름 메뉴로 오랫동안 각광받고 있다. 이렇듯 봉동에 대한 애정이 듬뿍 담긴 생강짬뽕을 메뉴판에 넣으면서 덩달아 손님도 크게 늘었다. “봉동 지역 주민들 중에는 ‘잠시나마 생강 밭에서 뛰어놀던 소싯적 기억을 떠오르게 한다’며 자주 찾는 분들이 많아요. 특히 SNS에 생강짬뽕을 올려, 그것을 보고 타 지역에서 오는 관광객들도 많아 봉동의 특산품인 생강을 홍보할 수 있게 돼 기분이 좋습니다.” 손님들이 늘어나자, 주문하기 쉽게 테이블 오더기(무인주문결제시스템)도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설치했다. 메인화면을 생강짬뽕으로 설정해 놨다. 생강짬뽕 때문에 생긴 기분 좋은 변화다. 그런데 여느 집과 달리 테이블 오더기가 주문만 하도록 돼있다. 이유를 물었다. “여기가 시골이고, 자주 오는 손님들 중에는 어르신들이 많은데, 정이 없게 느껴져, 대화도 하고, 얼굴도 보면서 어르신들의 안부도 묻고 싶어서 결제는 카운터에서만 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러니 맛을 떠나 따뜻함이 느껴진다. 사천향이 사랑을 받는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보통 10시에 문을 여는데, 이전에 오는 경우 오픈시간까지 기다리지 않고 주문과 동시에 음식을 만들어 손님상에 올린다. 어르신 두 분이 오는 경우에도 꼭 2인분을 주문 받지 않는다. 상황에 따라 한 그릇만 시키게 해 나눠서 드시게 한다. 혼자 오는 손님도 4인상에 앉는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저희 집은 선착순이라 괜찮다. 편안하게 식사하라”며 따뜻하게 맞이한다. 주방뿐만 아니라 서빙 직원들도 귀찮을 법도 한데, 짜증내지 않고 손님 입장을 충분히 배려해준다. 김영진 사장이 “착한 직원들 만났으니 나는 복 받은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이유를 알 수 있겠다. 착한 직원은 착한 사장이 만드는 법. 김 사장은 땀 흘리며 음식을 만들어야하는 주방 직원을 위해 에어컨을 설치해줬다. 덥지 않은 쾌적한 환경에서 ‘최고의 음식’이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 ‘에어컨이 설치된 주방’, 호텔 주방에나 있을까? 글쎄다, 기자는 처음 들어봤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영양제를 수시로 넣어 주는 등 직원들의 건강을 세심하게 챙겨준다. 올해도 정관장 홍삼수 30박스를 구입해 자유롭게 물대신 마시도록 해줬다. 어쩌면 사천향이 맛 뿐 아니라 친절하면서 ‘주문한 음식이 빠르게 나온다’는 가장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된 것은 평소 자신들을 가족처럼 대하는 김영진 사장의 따뜻한 마음에 직원들이 보답해준게 아닐까? # 가게를 열면서 어르신들에게 무료로 짜장면을 대접하고, 최근에는 지역아동센터를 비롯 장애인단체 등 소외계층으로 확대해 음식 제공과 함께 물품을 기증하는 등 사회공헌에도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지역에서 돈을 벌었으니 다시 지역에 환원해야 한다는 그의 굳은 신념을 엿볼 수 있다. 봉동을 널리 알리고 싶어 생강짬뽕을 개발했다는 김영진 사장. 끝으로 그는 봉동이 쇠퇴하지 않고 관광객이 몰려와 지역경제가 활성화되기를 바란다며 작은 소망을 이야기 했다. “봉동에 맛있는 중국요리집, 국수집이 많이 있잖아요. 좀 더 늘어나 중국집 거리나 국수집 거리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최종편집: 2025-08-09 18: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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