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들이 부르는 택호(宅號) ‘신하 댁’은 광산김씨(1913-2000)요, 우리들끼리는 ‘김봉회(金鳳會), 용회, 두회, 길회, 정회, 용순, 효순, 길순, 덕순 어머니(9남매)’였습니다. 궁평가양길142-2 좁은 집에서 시부모님을 모셨으며, 남편은 독신 시누이가 6형제. 여기에 머슴이 있었고, 물레방아를 부려 일이 남보다 여러 배 많았습니다. 신하 아주머님은 ‘너그러운 여성’이었습니다. ‘솥의 밥을 퍼다 그릇 수 잊어버린다.’는 대가족 큰 살림집 주부였습니다. 집성촌 번족하여 당내간이 수 10명이었지요. 이처럼 많은 가족과 사람들 사이에서 정작 본인 몸은 쉬고 돌볼 틈 없었습니다. 장남 귀엽다보니 마을 그 또래들도 아들처럼 대해 주셨지요. 설날 세배 가면 먹을 것 상 차려주셨습니다. 이 동네는 유독 남아들이 많아 600명이라 했고, 이 가운데 유별난 아이들이 많아 어른들처럼 계(契)를 묻어 3년째인 1947년 겨울 △큰아들의 계원 10여명의 점심을 해냈고 저녁밥까지 챙기셨습니다. △열두어 살 때부터 물고기 잡아 천렵하는 날이면 반찬과 장을 들려주셨고 △사랑방을 아이들 공부방으로 내주셨는데 ‘공부한답시고’ 모이면 장난치고 시끄러운 시간이 많았지만 이 꼴 다 봐 넘기셨습니다. △이 가운데 더러는 자정도 못돼 닭장 앞에 나가 ‘꼬-꾜요오’ 소리 내어 닭을 울렸습니다. 아들 20대 화산면 청년들 큰 모임인 ‘우록계원(友鹿契員)’ 30여명 계 차례도 맡아주셨습니다. 여름방학이면 여섯 시누이 자녀 생질들이 외가에 모이는데 한 끼 20∼30인은 보통이었습니다. 장남이 살림을 맡으면서 모임의 규모가 더 커져 ‘남매계(男妹契)’로 발전, 행사 날이면 5-60인 대 식구이었습니다. 이 어른은 김학영 교장·은진향교 유도회 김기영 부회장과 남매간이며, 제주도부지사에 경기도 성남시장을 지낸 김병량의 고모입니다. 병자호란 때 강화도에서 순절한 만치당(萬癡堂) 김수남(金秀南)의 후손입니다. 맏며느리 임경남과 손자며느리 박춘선도 ‘신하 아주머님’ 닮아 큰 살림을 꿋꿋하게 이끌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건 자부와 손자며느리도 몸이 성치 못하여 심히 딱합니다. 집성촌 대가족 덕부 얘기입니다. 당숙↔당질이 모르고…, 이런 일 ‘당연하다’는 세상 사람이 많습니다. 전에 어른들은 100리 안 일가 어려운 일에 찾아가지 않으면 사람대접을 받지 못했습니다. 세상 이럴수록 화산면 하와룡 남포(蘭圃) 김재우 내외분→장남 덕산(德山) 김봉회 부부→장손 균당(均堂) 김태희 부처 3대는 이처럼 훌륭하여 20대 김정례 복지부장관상을 받았습니다. 돌아가시고 벌써 25년! 세상 많이 바뀌었습니다. 동네 아이들도 어른처럼 대해 주신 고장의 어머니셨습니다. 보고 싶네요. 비누 한 장 못 사들여 죄송합니다. 어버이날에 어른의 얼굴이 떠오릅니다. ‘신하 아주머님!’ / 유하당(柳河堂) = 前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최종편집: 2025-06-24 03: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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