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은 관계의 연속이다. 사전에서 관계의 뜻은 ‘둘 이상의 사람, 사물, 현상 등이 서로 관련을 맺거나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가족관계, 친구관계, 연인관계, 부부관계, 남녀관계, 사제관계, 이웃관계, 직장관계, 노사관계, 국민과 국가관계, 법률관계 등 수많은 관계 속에 살아간다. 관계의 유지는 신뢰(信賴)와 배려(配慮)를 기반으로 한다. 신뢰가 무너지면 관계가 깨어진다. 깨어진 관계로 개인은 고통을 느끼고 행복을 빼앗기며, 나라와 사회, 가정 공동체의 유대감이 약화되어 국가경쟁력이 낮아지고 경제 발전이 휘청거린다. 사법농단, 국정농단, 채용비리, 갑질행위, 부패범죄, 가정폭력, 학교폭행, 성폭력, 몰래카메라, 사기범죄, 보이스피싱 등의 사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결국 근본적인 원인은 신뢰가 무너지고, 배려가 부족하여 ‘관계들이 깨어졌기’ 때문이다. 배려의 실천적 용어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이다. 상대방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다. 나의 언행이 그것을 당하는 그쪽이나 국가와 사회에 어떻게 작용할지를 먼저 스스로에게 물어 생각해 본 뒤에 행동하는 것이다. 신뢰와 배려, 관계의 회복에는 ‘용기가 필요’하다. 개인의 사적 이익을 포기할 줄 아는 용기, 나에게 피해를 준 상대방을 용서할 수 있는 용기, 나로 인하여 저쪽이 해를 입었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는 용기, 잘못을 솔직하게 인정할 수 있는 용기, 방관하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내부비리를 신고할 수 있는 용기 등 이러한 것들이 바로 정의실현을 위한 용기이다. 검사로서 일을 하다보면 이런 용기 있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날 수 있다. 그들을 볼 때 정의가 살아 숨 쉬는 것을 경험한다. 마음 깊이 감사하여 그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사건이 정의롭게 해결될 수 있도록 사건관계자들의 용기를 끌어내어 그들을 정의롭게 만들 수 있는 검사가 진정 정의로운 검사가 아닐까. ‘신과 함께’라는 영화 속 인물의 “나쁜 상황이 있을 뿐, 나쁜 인간은 없다”라는 대사가 있다. 영화 속 인물들은 죽기 전에 가장 용기 있는 행동, 즉 용서를 구하는 행동을 한다. 인간은 그 죽기 전이 언제인지를 모른다. 그러므로 지금, 현재가 바로 그 용기 있는 행동을 할 시점이다. “‘정의(正義)의 실현은 관계의 회복’에서부터 시작한다. 관계 회복에는 개인의 용기가 필요하고, 사회와 국가는 용기 내는 국민을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 새로운 관계를 재건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