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여인과 사는 사람이 많고 외국을 문턱 넘나들듯 하는 세상이라 국적 따지기 어려우나 밥상 앞에 앉으면 한국 여성들마다 우러러 보인다.
도대체 ‘이 맛 어떻게 냈나!’, ‘식품공학과 아니 나오고 저울·온도계도 쓰지 않으면서 이토록 잘들 만들다니!’, ‘나 왜 이제야 깨달았지!’ 별놈의 생각이 다 든다. 늦게나마 경의를 보낸다.
찬사는 고사하고 ‘위생상’ 어쩌고저쩌고 말 많은 사람들이 있어 여인들 편에서는 늘 원통한 일이었다. ▲양파·마늘 넣은 돼지고지 볶음 ▲간장·된장·고추장 맛 ▲새우젓, 갈치젓, 명란젓… ▲호박·가지·고사리·미나리나물… ▲부추, 깻잎, 파전… 목구멍을 넘어갈 때 그 맛, 간·온도…에 뱃살 아니 찔 수 있나.
구호물자를 주고받을 때의 인상을 지닌 자들은 새우젓-김치-청국장 냄새 싫어 코를 막았고, 미개인으로 얕잡아 껌 많이 팔리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서기1970∼80년대부터 대학(혹 농고)이 부쩍 늘며 식품공학과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비타민, 단백질, 칼로리, 지방…’ 운운하며 ‘영양가’, ‘칼로리’, ‘발효식품’ 과학적인 분석 결과를 바로 보이자 순창은 ‘장류산업’ 간판을 얼른 걸었고, 임정엽 완주군수는 재임 중 꼬부랑글씨 ‘로칼푸드:local food/지역 음식)’를 내세워 판을 벌렸는데 어느덧 12년.
2023년 10월 고산휴양림 행사(축제)장에 ‘총 13만 4천여 관광객이 모여 8억 원 매출을 올려 역대 최고였다’는 보도가 나왔다(전북일보).’ 보완점이야 있다지만 우선 대성공이었단다.
한국 사람의 먹성 어느 나라에도 지지 않는다. 전문인을 제외하고 음식 거의 여인 손에서 만들어진다. ‘부엌데기-식모-찬모’ 이런 이름으로 불리며 천대받던 분들이 선생님이다. ‘라면 하나 제대로 못 삶는 부인과 사는 남자 불쌍하다.’, ‘남편 밥해주려고 시집가나’ 이런 왈가닥도 있다.
잊지 못할 밥상이 있다. 화산면 상와룡 임병교(다산) 씨 댁에 큰일도 아닌 일로 여럿이 갔다. 수다스런 얘기에 시간가는 줄을 몰랐는데, 밥상이 나왔다. ‘아! 이게 뭐지?’ 신설로가 차려졌다. 부인 봉동댁 진주당(眞珠堂) 서영수의 손님 접대 정성이다. 그 빚을 갚으려니 ‘90 넘어 무릎·다리가 말을 듣지 않는다.’고 한다.
딸·며느리가 효녀 효부이다. 『고개 들어 하늘을 보니 여든 일곱(2019년)』 230 면 문집이 있다. 여섯 자녀와 손자·손녀가 펴냈다. 두 번 읽고 신기하여 춘산 김왕태 처와 형제들에게 ‘참고하라’며 보냈더니 ‘2024년 봄까진 책을 내겠다.’고한다. 기특해 한 마디. ‘어른들 기력 장담 못해…’ 서두르라는 뜻이었다.
석암 임석문 부천병원 문병 가서 부탁받은 글 얘기하자 고개를 흔들더니 곧 가더라. 노인 위하는 일이라면 급히 서둘러야 한다. 2024년 설날 아침 누구 전화를 기다리나.
/ 유하당(柳河堂) = 前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