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조합장 선거 투표소가 설치됐던 전북 순창군의 농협 주차장에 1톤 트럭 차량이 돌진해서 3명이 사망하고 17명이 중경상을 입은 사고의 충격이 지금도 생생하다.
70대 운전자가 브레이크와 액셀레이터(가속페달)를 착각해 일어난 안타까운 사고였다.
2021년 12월에도 71세 택시 기사가 부산의 대형마트 5층 주차장에서 건물 외벽을 뚫고 추락해, 운전자 포함 1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처럼 고령운전자 사고는 사상자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 고령운전자로 인한 비율은 2012년 13.3%에서 2021년 24.3%까지 증가했다.
공단에 따르면 고령운전자와 비고령자가 발생시키는 위험 운전 행동에 차이가 있었는데, 고령운전자들은 정지 상태에서 출발(급출발)하거나 주행방향 조작(급좌·우회전, 급유턴 등) 시 95% 신뢰수준에서 비고령운전자 대비 위험행동을 보였다.
이러한 사고를 방지코자 도입한 것이‘고령운전자 운전면허증 반납제도’이다.
현재 기준, 법령정보센터에 등록된 자치법규를 보면 약 150여 지자체가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교통카드나 완주사랑상품권 같은 지역화폐로 약 10~50만 원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의 중요성과 달리 최근 5년 동안 전국의 자진 반납률 평균은 고작 2%대에 그치고 있다.
반납률이 낮다는 것은 고령운전자가 운전하지 않을 때 발생하는 일상의 불편과 소득감소로 인한 노인의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장에 가보면, ‘차가 없으면 논밭에도, 친구 장례식장에도 못 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노인들의 교통권 자체가 불안하다.
택시나 트럭 등 영업용 차량을 운전하며 생계를 꾸려나가는 노인들의 경우 더욱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명확한 지원 대책 없이 그저 노인이라는 이유로 운전면허증을 반납하라는 것은 사회가 노인층에 가하는 또 다른 차별이라고 본 의원은 생각한다.
이에 본 의원은 고령운전자 운전면허증 반납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 반납한 운전자들을 위한 실질적이고 실용적인 대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정책적으로 교통권을 확실히 보장해야 한다. 완주군에는 으뜸택시, 중·고등학생 통학택시, 장애인콜택시와 같은 교통약자 정책이 있다.
‘으뜸택시’는 버스승강장에서 500미터 이상 떨어진 8개 읍면, 38개 마을주민이 1인당 500원의 요금으로 이용하는 제도이고, ‘중·고등학생 통학택시’대상자에게는 월 최대 35만 원이 지원된다.
장애인콜택시 지원예산은 2024년도 본예산 기준, 7억 5천만 원에 이른다. 운전면허증을 반납한 고령운전자들에게도 유사한 수준의 교통편의를 제공한다면 반납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둘째, 고령운전자 안전 규제정책 도입을 조속히 논의해야 한다.
유럽, 호주, 일본, 미국 등 선진국은 운전면허 갱신 주기에 따라 운전자의 신체 기능을 검사하고, 운전 실기평가 등의 규제를 마련하며, 고령운전자 대상 교육을 강화하는 안전 규제 정책을 도입·시행 중이다.
고령운전자의 운전면허증 반납제도의 목표는 노인의 활동 제한이 아니다. 고령자의 교통권을 비롯해 모든 주민 일상의 복지 안전망을 지속적으로 확보해 나가기 위한 방안이다.
무엇보다 고령운전자는 물론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가 도로 위에서 안전하게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이다. 완주군 집행부와 주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동참을 요청 드린다.
/이순덕 = 완주군의회 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