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이 어느덧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농사를 짓는 사람으로서 되돌아보니 올 여름은 잊을 수가 없다. 때는 지난 7월 14일, TV를 켜는 순간, 아침 재난방송에서 잇달아 우리 지역 만경강 하리교가 만수위라고 보도되고 있었다. 나는 급한 마음에 수해 피해가 우려돼 하리 조사 마을에 있는 딸기농장으로 향했다. 마을과 약 2km 남짓 거리에 위치한 딸기농장으로 한달음에 달려가는 동안 온통 머릿속은 ‘딸기농장에 피해가 있을지’에 대한 염려로 가득했다. 우리 농장 딸기농장은 만경강둑과 겨우 200m밖에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도착 당시, 마주한 광경은 걱정했던 그대로였다. 하리교는 상판 밑까지 물이 차 곧 넘칠 기세였다. 강둑을 따라 내려가다가 하리조사마을 전 이장을 만났는데,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그는 나를 보더니 “큰일 났다. 만경강물이 우리 마을 쪽으로 넘치고 있다”며 큰 소리로 외치기 시작했다. 나는 안전한 쪽으로 주차하고, 급히 둑 위로 올라갔다. 아니나 다를까 시뻘건 흙탕물과 함께 산더미 같은 쓰레기들이 논과 하우스를 거침없이 휩쓸면서 하리조사마을을 향하고 있었다. 이 전 이장은 전화로 신고를 했고, 몇 분이 안 돼 군의원과 읍장이 포크레인을 대동하고 현장에 도착했다. 주민들도 하나, 둘씩 모여 열린 수문을 닫는데 힘을 모았다. 하지만 쉽게 닫히지 않았다. 그때 삼례읍장이 직접 나서 수문 핸들을 잡고, 이리저리 돌리더니 마침내 조금씩 닫히기 시작했다. 그제야 모두들 안도하며 일제히 환호와 함께 박수를 쳤다. 만경강 물은 범람하지 않고, 주민 모두가 위기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주민, 의원, 행정이 모두 한데 힘을 모은 덕분이다. 지난 여름, 더 큰 재해를 막기 위해 몸소 현장에 뛰어들어 마을을 지켜준 모두가 위대한 영웅이다. 글을 통해 애쓴 모든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이웃의 위험을 지나치지 않는 투철한 사명감이 더불어 사는 사회의 밀알이 될 것이라 확신하며 글을 마친다. /이영구=삼례 딸기농가
최종편집: 2025-06-24 03:5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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