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출생자를 ‘해방둥이’라 하며 올해 일흔여덟 살이다. 광복되던 해까지(그 후도 한동안) 완주군엔 군청-중학교-교육청-경찰서-도서관-소방서 하나 없이 모두 전주에만 있어 완주군은 전주의 더부살이였다. 초등학교 졸업생 진학률이 10% 안팎, 집 밥 먹고 가는 학생은 상관(?)-삼례-조촌 기차 통학생들 뿐이었다. 외가-고모-이모 집에 기숙하면 ‘은수저’, 한 달에 쌀 칠팔 말씩 내고 하숙하는 학생은 ‘금수저’, 자취생은 ‘흙수저’로 장작·반찬·식량·이불 지고가 살았다. 졸업 후 고향에 돌아오는 이 적어 ‘모이는 완주 걸 먹고, 알은 도회지에 낳는 격’이었다. 이러다보니 완주 어른들 뼈 빠지게 가르쳐 놓았으나 시골엔 계약서 한 장 반반하게 쓸 사람이 귀했다. 당시 우리 부모형제는 찬물 마시고 이 쑤시는 삶, 이를 좋게 표현 ‘이슬 먹고 자란 불로초’라 한다. 완주 학생 전주 진학자들마다 남중(일본인학교)은 못가고 사범학교는 특혜의 벽이 높아 들어가기 어려워 농업·공업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보통이었으며 일정 말기엔 이마저도 어려워 일본에 가 공부한 사람들이 해방 후 환국 교원·면서기를 하며 유지 소리를 들었다. 아이들을 위해 새벽밥 먹고 먼 산 나무, 쟁기질, 줄모심기, 보리타작, 등짐장사 뼈골 성할 수가 없었다. 여기에 회충, 간디스토마, 초학 안질에 시달렸으니 회갑잔치 안할 수 없었다. 야!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전주 인구 60만 〉 완주 10만, 50만 차이인데 완주에도 이제 있을 것 다 있다. 돈·재주 있으면 화산자율중학교, 운주 한국게임과학고등학교에 보내며, 일반 초·중·고등학교마다 교실과 강당이 남아 청소가 걱정이라는 데 운동장과 화단엔 겨울 빼고 세 철 풀이 텁수룩하다. 마음 떨려 112번 전화기 누르면 이인영 여자경찰서장 아래의 기동대·날쌘 형사가 금방 오고, 급한 일로 119번 콕콕하면 소방차·구급차 곧 들이닥친다. 복지센터에서 춤·노래·붓글씨·일본어도 가르치고, 농협 마트엔 수박 참외는 물론, 바나나와 호주산 쇠갈비가 어서 좀 데려가란다. 학교에서 밥 먹이니 엄마들 도시락 안 싸고, 도화지, 공책, 연필, 색종이, 책, 크레파스도 거저 준다. 그래도 속이 안 차 학원에 보내니 애들은 놀 줄을 모르며, 4촌·재종 소리에 어리둥절하고 이렇게 자라다보니, 초상집 조화에 겨우 ‘삼가 명복을 빕니다.’ 이 여덟 자뿐이다. ‘이슬만 먹고 사는 불로초!’ 이게 완주를 지켜낸 파수꾼·청직이·수문장들이다. 영지버섯 노릇 하는 우리 아버님, 삼신산 불로초처럼 늙을 줄 모르며 살림에 골똘하던 어머님들은 정령 불로초이었다. 이 분들이 판을 깔아줘 초가집 벗어났고, 아들 수업료 꾸러 이웃집에 가지 않는다. 마을 입구마다 ‘헌옷 수거함’이 있고…이게 모두 ‘이슬 먹고 자란 불로초들’의 공덕이다. 꾀꼬리 울면 참깨 심는 철 자연이 선생이다. 상추씨 뿌리고 흙 덮는 시늉만 하여라. / 유하당(柳河堂) = 前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최종편집: 2025-06-24 04:0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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