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은 정신건강의 날이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찾아오는 많은 환자, 보호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신과적 어려움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보편적인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미 사회적 성공과 안정적인 가정을 이룬 노년층이나, 열심히 일하며 퇴근 후 저녁시간을 기다리는 장년층, 배움과 취업 준비로 바쁜 청년들, 아직은 학교생활을 하고 있는 학생들까지, 누구라도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든지 정신건강과 관련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가장 최근에 시행한 「2021년 정신건강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의 평생 유병율(평생 동안 정신장애를 경험한 비율)은 27.8%로 나타났다.
이는 성인 4명 중 1명 이상이 평생 한번 이상 유의한 수준의 정신건강 문제를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실제로 병원,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을 통해 정신건강서비스를 이용했던 사람은 겨우 7.2%밖에 되지 않는다.
왜 모두가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치료 현장까지 오기는 힘든 것일까?
정신건강의학과를 어렵게 찾아오는 환자나 보호자들이 자주하는 몇 가지 질문은 이렇다.
첫 번째, “이게 정말 치료가 필요한 게 맞아요? 그냥 잠깐 그러는 거 아니에요?”
정신건강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언제부터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할까? 약한 수준의 우울증이나 불안장애는 스트레스 요인이 해결되거나 시간이 지나면서 짧게 유지되고, 자연스럽게 호전 경과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일정 기간 이상 지속되고, 평소 자신의 삶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수준이라면 가급적 빨리 치료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정신건강’이라고 하면 “알기 어렵고, 나는 잘 모르는데...” 라고 느끼기 쉽다.
가장 적절한 치료 결정 시기는 스스로 “정신건강 문제로 인해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겼어!”라고 알아차릴 때다.
학생의 경우 학교생활이 힘들고, 학교 가기를 거부하는 증상이 생기거나, 직장인이 직장에서 일의 능률이 떨어지고 대인 관계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고, 이로 인해 기분이나 수면, 일상의 활동에 변화가 생긴다면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두 번째, “정신과 약이 독하다고 하던데... 부작용도 있다고 하고...”
우리가 정신과에 대한 정보를 얻는 주된 경로는 제한된 미디어 매체나 충분한 검증 없이 게시되는 블로그, 유튜브 등이다.
이 때문에 정신과 약물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과 잘못된 정보가 더욱 만연한 것 같다.
과거 정신과 약물 중에는 심한 졸리움 등을 유발하는 약물 들이 사용되기도 했으나, 근래는 엄격한 국제적 안전 기준을 통과한 약물만 사용이 가능하다.
또한 정신과 전문의가 환자의 증상과 신체적 상태 등을 모두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방하고 있기 때문에 비교적 안전하다.
따라서 잘못된 정보로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치는 일은 오히려 병을 더 심각하게 만드는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된다.
세 번째, “외부에 알려질까 봐 걱정돼요...”
먼저 진료와 관련된 일체의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법률 제16930호)에 의해 철저하게 보호된다. 여러 가지 개인정보 중 건강 등 의료행위는 ’민감정보‘로 분류되며, 법적으로 당사자의 동의 없이는 수집 할 수 없다.
따라서 취업 및 기타 사회생활과 관련, 본인 동의 없이 의료행위 정보를 취득 할 수 없기 때문에 외부에 알려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본인 스스로 치료력에 대해 언급하지 않는다면 외부에서는 알 수 없다.
네 번째, “어디를 가야할지를 모르겠어요...”
처음부터 바로 정신건강의학과에 방문해 상담 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병원 방문이 조금 망설여진다면 우리 주변에 있는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이용해 보면 어떨까?
전국 시·군·구마다 설치돼 있는 정신건강복지센터는 지역 주민의 정신건강증진을 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무료 정신건강 검진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전문가와의 상담, 약물/입원 등 보다 전문적인 병원 치료의 연계 등 다양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로 연결돼 있다. 신체 건강과 더불어 마음 건강까지 함께 챙길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오늘, 행복한 삶을 위해 나와 우리가족의 ‘정신건강’을 점검해보면 어떨까?
/강남인=완주군정신건강복지센터 센터장
(정신과 전문의·전라북도마음사랑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