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영(父 상길:경주인)·박정수(광언:순천)·김민기(학천:경주)·이대윤(진일:전주) 변호사, 박은혜(태왕:밀양) 판사, 임일성(득봉:평택)·서경원(형석:대구) 의사, 박현수(천규:순천) 면장, 임○○(평택) 항공기장, 권용관(안동) 부자, 주보라(모친: 김오순) 회계사…모두 현역들이다.
19∼20세기 신암 김정만 선생은 유학자 간재 전우 제자로 10대에 ‘4서3경’ 모두를 외운 호남 제1 유생이었으며, 오경목은 1900년 초 종리교회를 연 초대 기독교인이다.
박해관(순천인)과 백○○(수원인)은 19세기 조선 말 진사·생원이었다. 이리하여 옛날부터 종리(宗里)에 가 ‘공부 잘하는 척 하지마라’는 동네이다.
법조인·의사·부자·면장·기장·회계사를 높여 서열화하는 게 아니라 시골 자랑거리가 별로 없어 눈에 뜨인 대로 모은 얘기이다.
춘천 서면이나 임실군 삼계면의 ‘박사마을’만은 못하나 완주군 화산에서 빼놓을 수 없기에 아는 대로 적었다. 9급 공무원 순경 한 자리도 어려운 세상이라 호남북부 끝자락 한촌 분들의 사기를 생각해 봤다.
왕대밭에 왕대, 콩 심은데 콩 난다고 했으니 마을 소멸·인구 감소 이 걱정 너무 하지 말며 살아보자는 뜻에서 ‘완주전주신문’에 귀한 이름을 올린다. 성경에서의 씨앗 얘기.
‘옥토에 떨어져야 한다’는 취지 같으나 내 경험으로 ‘길바닥에 난’ 꽃만이 살아 있다. 혁신도시로 이사 ‘전주천변로’ 꽃씨를 받아다 가온마을 공터에 뿌렸는데 해마다 집을 지으니 꽃밭은 사라지고 오직 길바닥에 핀 5월의 노랑꽃 몇 포기가 ‘나 여기 있소!’ 화사하게 맞아준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 멀리 가고 금세엔 ‘서울강남에서 어쩌고저쩌고’만 판을 치기에 우리 고장을 소개한다.
시골 초등학교 김용택 선생이 시집 열네 권 째 『모두가 첫날처럼』을 펼쳐냈다. 난 어느 땐가 그의 대문 앞에서 ‘이리 나오너라!’ 소리를 친 적이 있다. 물론 조선시대 양반이 양반 집에 가 부르던 모습이었다. 세상사람 ‘섬진강하면 김용택, 김용택 하면 섬진강’을 생각하는 인물이다.
만경강은 나에게 수영장·어장·천렵하는 곳·생명수(生命水) 농수(農水) 공급원, 스케이트장이었으나 시 한편, 그림 한 장, 사진 한 컷 제대로 못해 놓았다. 이렇게 늦은 후회를 하다하다 못해 현존 인물을 적어본다.
2023년 5월 8일 유희태 완주군수는 1935년 완주군 개청 이래 처음으로 80세 이상 모범노인만 13인을 골라 표창하고(실무 김용한) 대접을 융숭하게 했다.
김오순은 남편과 사별, 딸 하나(회계사)를 가르치며 구멍가게 용수상회를 지켜 먹고산다. 화산 노포(老鋪) 기념물로 지정할만하고, 유희태 군수는 선정(善政) ‘표창의 깃발’을 세웠으니 내년 가정의 달에도 인물을 골라 살펴주면 화려강산 화산의 영광이겠다.
남을 징계하고는 ‘발을 못 펴고 자나’, 표창하면 ‘만세까지 이름’이 전해진다. 군민은 명관의 거사비를 세웠다. 대한민국 이처럼 대단한 나라이다.
/ 유하당(柳河堂) = 前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