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넘기는 소싯적에 집집마다 하나씩 가지고 즐길 정도로 흔한 운동이자, 놀이였다.
하지만 점차 놀이문화가 다양해지고, 입시 위주의 교육과 더불어 체육활동이 줄어들면서 줄넘기는 뒷전으로 밀려났다.
시간이 지난 지금은 음악과 결합돼 ‘음악줄넘기’로 이름이 붙여져, 학교를 중심으로 널리 보급되고 있는 추세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줄넘기 전문학원이 전국에 300곳이 넘고, 줄넘기를 덤으로 가르치는 태권도장 등이 수천 곳에 달한다.
이처럼 아이들에게 줄넘기가 인기를 끌고 있는 요인으로 ‘키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점, 그리고 다른 운동에 비해 ‘부상 위험이 적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그렇다고 줄넘기를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워낙 체력소모가 많아 요령 없이 계속 뛰기만 하면 쉽게 지치고 포기하기 때문이다.
즉 어느 정도 요령을 익히고, 음악과 함께 즐기다보면 이만한 스포츠는 없다고 할 만큼 매력적인 운동이 바로 ‘음악줄넘기’다.
특히 주부들의 관심이 높은데, 건강은 물론 자녀를 양육하면서 직업과 연결돼 가계경제에도 적잖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부터 완주 곳곳에 음악줄넘기를 전파한 완주군줄넘기협회(회장 김인순)회원들도 모두 전업주부들이다.
지금은 자격증을 취득해 당당히 일정한 비용을 받고 완주군 관내 초·중등학교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음악줄넘기란
줄넘기는 운동효과가 좋지만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운동이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운동이 바로 음악줄넘기다. 음악줄넘기는 단순히 줄넘기를 할 때 음악을 들으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리듬에 맞춰서 스텝과 동작을 변형시키면서하는 줄넘기다.
다양한 동작의 줄넘기를 할 수 있어 지루하지 않고, 운동효과나 운동능력 발달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아이들에게는 키 성장과 함께 음악에 따라 움직이고, 기억해야 되니 리듬감과 두뇌발달에도 큰 영향을 준다.
또한 단체줄넘기의 경우 줄 하나로 여러 명이 서로 호흡을 맞추면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고, 동시에 협동심도 기를 수 있는 강점이 있다.
■전업주부, 줄넘기 강사되다
음악줄넘기가 완주군에 본격적으로 보급된 때는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16년도다. 그해 ‘학부모 진로코칭 역량강화 워크숍’ 이 출발점이 됐다.
당시 완주인재육성재단에 근무했던 서길종 사무국장이 처음 완주군에 음악줄넘기를 소개했다.
그는 도내는 물론 전국에서 알아줄 정도로 ‘음악줄넘기의 대가(大家)’였다. 교육자 출신인 그는 완주 관내 학교에 음악줄넘기를 보급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실제 그는 13개 읍면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현수막 등을 통해 음악줄넘기 참여자를 모집했다.
이후 제1기 워크숍(연수)을 수료한 전업주부 30여명은 자격증을 취득한 뒤 완주군내 초·중등학교의 방과후 프로그램에 ‘음악줄넘기’강사로 활동했다.
거의 대다수가 전업주부들이었다. 이들이 주축이 돼 이듬해인 2017년도에 완주군줄넘기협회가 설립됐다.
협회 설립과 함께 완주군에서 열리는 행사와 축제, 대회 등의 무대에서 시연하며 음악줄넘기를 알리는 데 노력했다. 실제 대아수목원 재능기부를 비롯 제1회 완주교육장배 줄넘기 대회, 완주교육공동체 줄넘기 한마당, 사랑의 연탄나눔운동 재능기부, 완주교육지원청 동아리축제, 무관중 완주줄넘기 한마당, 읍면민의 날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시연을 펼쳤다.
올 10월 말 쯤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전국대회에도 참가할 예정이다. 또한 학교와 학부모의 동의를 얻어 완주군줄넘기시범단도 운영하려는 밑그림도 그려 놨다.
무엇보다 완주군 내 학교에 음악줄넘기를 더 많이 확대·보급하는 일을 협회의 중점사업으로 정해놓고 추진하고 있는데, 올 하반기에 운영 예정인 줄넘기학교는 새로운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줄넘기협회 사무실 마련하다
봉동읍 낙평리 한신 2차 아파트 상가동 2층에 위치한 완주군줄넘기협회. 사무실과 연습실로 사용되고 있으며 규모는 약 50여 평 정도 된다.
이곳에서 음악줄넘기의 다양한 기술이 완주지역에 전파된다. 그러니 ‘완주 음악줄넘기 보급소’라고 불러도 무리는 없을 듯싶다.
사실 오늘날 협회 사무실을 갖기까지 우여곡절도 많았다. 아이들을 계속 가르치려면 지식이나 기술 등 역량을 길러할 공간이 필요했다.
처음에는 일정한 장소 없이 전북도립미술관 앞마당이나 국민생활체육센터 강당 등을 떠돌아다니며 연습을 했다. 그러다가 3년 전에 현재의 협회 사무실을 얻게 됐다.
원래 검도관이었는데, 코로나19와 맞물려 체육관을 내놓게 되자, 때마침 김인순 회장과 잘 알고 지냈던 관장이 건물주와 연결, 협회 사무실로 사용키로 계약했다.
이후 페인트 공사 등 리모델링을 하고, 협회 회원들이 십시일반 매월 돈을 모아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렇게 반듯한 사무실과 연습실을 갖춘 뒤부터는 더위나 추위 걱정 없이 마음껏 연습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회원모두 입을 모은다.
■음악줄넘기를 이끄는 사람들
완주군줄넘기협회는 현재 제2대 김인순(49)회장을 중심으로 신경미(50)부회장, 홍미영(45)사무국장, 양다감(53)재무, 우연정(49)학교마을담당 등 임원들과 신선미(48)·오화순(48)·허희경(45)·이희정(37)회원 등이 이끌어 가고 있다.
모두 전업주부들이고, 이희정 회원을 제외하고, 모두 연수를 받고 자격증을 취득한 뒤 군내 2~3개 학교에서 음악줄넘기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이희정 회원도 곧 연수를 마치면 강사로 활동할 예정이다. 완주군에 음악줄넘기를 보급하고 있는 이들의 면면을 인터뷰 순으로 간략히 소개한다.
신선미씨는 2017년도부터 시작했다. 처음 운동 삼아서 시작했던 게 자격증을 따고 학교 강사로도 활동하게 됐다. 음악줄넘기를 통해 생활에 활력이 생겼고 열정적으로 성격도 변했단다.
우연정씨는 김인순 회장과 어머니 배구에서 만났다. 음악줄넘기를 알게된 이후 집중할 수 있는 일이 생겨 좋고, 아이들을 가르치다보니 자녀들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다고. 많이 보급돼 완주군민들이 보다 건강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란다.
신경미씨는 올해 6년차로 동생인 신정미씨의 소개로 음악줄넘기와 인연을 맺었다. 교습학원을 하다 보니 밤늦게 까지 수업을 해 운동할 시간도 없었다. 음악줄넘기를 시작하고 나서 학원을 과감히 접었고, 가족과 저녁을 먹는 시간이 생겼다. 건강과 성취감도 얻게 됐다. 돈보다는 회원들과 운동하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활동이 즐겁고 큰 기쁨이란다.
허희경씨는 김인순 회장을 통해 음악줄넘기를 알게 됐다. 막내를 유모차에 태우고 연수를 받았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올해 5월부터 완주줄넘기시연단에서 활동하고 있다. 집에서 살림만 하다 운동을 하고 나서부터 활력이 생겼다. 지금 회원들이 초심을 잃지 않고 운동을 계속하고, 5남매도 건강하게 잘 자랐으면 하는 바람이다.
홍미영씨는 구이면에 산다. 봉동까지 먼 거리를 빠짐없이 연습하러 온다. 달리기를 잘하다보니 줄넘기 하면서 숨이 차본 적 없을 정도로 폐활량이 좋다. 막내가 4살 때 줄넘기를 시작, 지금은 4학년이 됐다.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 가르치다보니 엄마에 대한 자부심을 느낀단다. 앞으로 장애 아동들을 가르치고 싶은 게 꿈이다.
김인순씨는 제2대 완주군줄넘기협회장이다. 완주볼링대표 선수 및 감독으로 활약했고, 배구, 검도도 모자라 완주시니어야구단에서도 활동할 정도로 빼어난 운동실력을 자랑한다. 여러 종목 중 지금은 80% 이상 줄넘기에 힘을 쏟고 있다. 줄넘기는 운동이기도 하지만 직업이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줄넘기를 하고, 가정경제활동에도 보탬이 되는 지금이 행복하단다. 흔들림 없이 협회를 이끌어 갈 만큼 소통 능력과 리더십도 갖췄기에 회원들의 신뢰도 두터운 그의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된다.
양다감씨는 협회 맏언니다. 직장 다니다가 잠깐 쉬면서 새로운 일을 찾던 중 지인으로부터 음악줄넘기를 권유받아 2020년부터 시작했다. 몸치라 힘들었는데 열심히 연습해 자격증도 땄다. 운동하면서 어깨 통증도 나았고, 다리도 튼튼해졌다. 젊은 엄마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화순씨는 줌마댄스팀에서 알게 된 양다감씨의 소개를 받아 줄넘기에 입문했다. 운동을 원래 좋아하긴 했지만 줄넘기를 하려면 리듬감을 익혀야 하기에 열심히 노력했다. 지도자는 전혀 생각하지도 안했는데 하다 보니 아이들을 가르치게 됐고, 경제적인 부분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단다.
■김인순 회장 미니인터뷰
김인순 회장은 코로나19사태가 발생한 뒤에도 타 지역과 달리 음악줄넘기를 방과후 프로그램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준 학교장 등 교육관계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김 회장은 “코로나 시국에 전주나 익산의 경우 아예 프로그램이 없어져 줄넘기를 그만둔 선생님들이 많다”며 “하지만 완주군은 꾸준히 활동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줘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 회장은 “음악줄넘기가 운동과 직업으로서 주부들에게 매력이 있고, 지역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된다”면서 “경력단절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덧붙여 “우리 협회 회원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들이 완주를 지키면서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활동할 수 있도록 군청과 교육지원청의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