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니 누우면 라디오 방송 많이 듣고, 앉는 경우 텔레비전(TV) 자주 본다. 둘째의 물음 “아버지! 그 때 TV ‘사온다 하니’ 왜 말리셨어요?” 이 질문 있을 때마다 어물쩡 넘어갔는데 세 번째이니 대답을 한다. △“너 서울 올려 보내고 좋은 자리 취직 못 시켰다.” △“너 혼인시켜 집 못 사줬지” △“네 딸 도ㅇ·다ㅇ 형제와 네 식구 살림에 맘이 쓰여 대답 쉽지 않더라.” △“객지서 10원 한 장 아쉬워도 꿀 일가 없고, 쌀 한 되 궁해도 빌릴 친구 없는 객지! 이 생각 머리에 가득한데 ‘그래라’ 소리 곧 나오겠나?” △“나 1954년 서울 가 을지로 4가 국도극장 곁에서 4년을 지내며 극장 한 번 들어간 적이 없다.”, “골목 안 서래관 우족탕 집 국물 냄새 코를 찔러도 수저 한 번 못 잡았다”, “청계천 가 판자촌 순댓집 즐비한데 침 꿀컥 삼키면서 문턱을 못 넘었다”, “평양냉면 20살 넘어서 처음 먹어봤지” △“1970년 촌에서 전주로 이사 올 때 우리 식구 일곱, 그때 봉급 쌀 한 가마 값 받아 온 것 같다.”, “니들 껌 한통 못 사줬고 너 전주고 다니는데 5,000원 짜리 한 장 빼주지 못한 아비라 대답을 못했는데 사실이 이랬다.” △“아들아! 너무 숙연하게 들어주니 마치련다.”, “아니요. 더 하세요”, “느 할아버지 마흔아홉에 돌아가셔서, 난 담배 한 갑 소주 한 병 못 사드렸는데 니들 대접 받을 때마다 그 생각이란다.”, “조선 말→일제→미군정→6·25전쟁에 골병들어 못 먹고 약 못써 가셨지. ‘아버지 앞에 미안한 맘’ 어찌 잊으랴”, “마포 골목 돼지고기 굽는 냄새… 너나 니 여동생 한 접시 못 사줬다.”. △“니 덕으로 신록사-백담사-월정사-직지사-봉정사-금산사-실상사-선운사-내소사-망해사-해망사-부용사-화암사-안심사-미륵사-송광사-선암사-대흥사-화엄사-불갑사-쌍계사-백양사-천은사-향일암-사성암/안면도-무녀도-선유도-증도-하의도-완도-고금도-거제도-울릉도-독도/아산-광천-군산-영광-목포-여수-광양-순천/불암산-설악산-치악산-칠갑산-내장산-지리산-일출봉-마이산/월송정-허조대-경포대-오죽헌-새만금 동서남북 바다 위의 다리, 한탄강을 다녔다.(이하 생략)” △“짚신 신고 나무 함께 다니던 친구 농약치기에 지치고, 소밥주기에 헐떡이며, 양파 담기에 허리 굽더니 죽거나 요양원에 누웠는데, 난 독방 따습고 두 시간 할 일 있어 성하니, 나 죽거들랑 내 생각하지마라. 잘 먹고 잘 살았으니 제사(추도식)도 하지마라” △“이제 내 걱정 내려놓고, 니들 친구 사이의 담배 빚, 술 빚, 점심 빚 있으면 갚기에 힘써라.”, “너도 딸 혼례 혼주자리 앉을 나이됐으니 당료·혈압·뱃살·허리·다리·고개 조심하고…” △“나 세상에서 뭐가 귀하겠나? 자주 보니 고맙다. 든든하다. 아들아! 토끼는 뒷다리 힘으로 뛰어간다. 다리 힘을 길러라. 눈에 맞는 안경 골라 쓰기 바란다.”, “여기 맥주 한잔 더 따라다오” / 유하당(柳河堂) = 前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최종편집: 2025-06-24 03:4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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