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세부리며 폼(form:모양) 내려거든 수도권에 가라. 집값 오른 만큼 내리는데 정부 겁을 먹고 규제 풀어 은행은 집값 70%까지 빌려주며 집 몇 채 있어도 눈감아 준다.
이러하니 강남·성남에 가 “내 집 40평 얼마 받아 주렵니까?”, “한 50평짜리 사고 싶은데 물건 있습니까?”하면 중개인 상대방을 왕자·칙사 대접한다. 양복 잘 입고 넉살 좋으면 수도권 살만하다. 그러나 살림·처신 이래선 아니 되지.
전엔 달머슴(3, 6, 10 달)이 있었고 힘에 따라 새경 주고받았다. 지금 월급쟁이도 따지고 보면 머슴이다. 공무원·기술자·사무원·운전기사…일해주고 월급 받으니 달머슴과 마찬가지다.
홍매화 주부는 월급쟁이 아내이다. 여상 나온 주부 아니며 경제 세미나에 나간 여인 아니지만 살림솜씨 대단하다. 남편 월급 타오면 첫째 ‘선저여생(先貯餘生:저금 떼어두고 나머지로 살림)’, 둘째 ‘팔입십충(八入十充:쌀 여덟 가마되면 두 가마 채워 열 가마 만들기).
이런 전법(錢法)으로 3남 1녀 대학 졸업시켜 여웠다. 10여리 시장 걸어 다녔고 휴가-여행-철따라 옷차림 모르며 살았다. 남편 혼자라면 식구 굶어 죽었고 이 여인 아니었으면 아이들 거지 됐을 거다. ‘여자는 약하나 어머니는 강하다’는 금언 딱 맞다.
남편 시장에서 돼지고기 한 근 선뜻 못사나 부인은 90세 가까워도 7-8근 떼라고 한다. 딸·아들·며느리·사위·손자 먹이려고….
생선은 싱싱한 것, 멸치는 최고품에, 특품 새우젓을 고른다. 닭-돼지-쇠고기 기름기 질색이며, 된장 간장 고추장 맛이 좋아야 살림 밑천이란다.
호박잎 깻잎 잘 다루고 들기름 참기름에 깨소금 아끼지 않아 식구들 당뇨·고혈압 걱정 없으니 가정의학 주치의이다. 성냥·석유·비누 사 썼고, 아궁이에 불 때기, 재 처내기, 손빨래 다리미질을 했다.
밥에는 양말 지으며 애들 운동화 흰 고무신 빨고 닦아 말렸다. 놉 얻으면 새참내야 했고 곧 돌아와 점심 차리기에 허리 펴볼 틈이 없었다. 개·돼지 밥, 닭 모이도 주부 몫이었다.
여름밤 연기로 모기 몰아냈으며, 보리 까끄라기 풀무질을 했다. 힘든 일한 남편 쌀죽 끓여 오장을 편케 한다. 일요일엔 기도장에 나가고 기도는 반성 결심 자기수양의 시간이다. 닭이 알을 품듯 가족과 이웃 나라를 가슴에 품고 살아 딸 사무실 간판이 ‘포란(抱卵)’이다.
미국-일본 틈바귀에서 매우 불리한 한국, 중국 북한 상대 까다롭다. 전쟁만은 피해야 한다. 지팡이 짚은 노인들 전투 좋을 리 없다. ‘피전평화(避戰平和)’가 최고이다.’ 늙은이 피난 갈 힘이 없다. 자장면 한 그릇에 7,000원 이런 나라에서 전쟁나면 누구 좋은 일인가? 한방에 50만인 죽는다는 무기를 조심! 저임금이라도 편히 타게 하라.
/ 유하당(柳河堂) = 前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