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품이 곧았던 여인은
산소에 들렀다 오는 길이다
둑방길 사이로 펼쳐진 강의 흉상은
머리칼 풀어헤쳐 투명한 눈물길이 되고
서로의 손을 향해 달려가다 미끄러지는 물그림자 위로
강의 숨골 따라 오르내리는 가슴골을 다독인다
머리에 달개비를 꽂아 달라 조르던
너무 사나워서 예뻤던 계집
가슴팍에 미나리아재비를 숨겨 온
너무 영민하여 물풀 같았던 계집
닳고 닳은 노래 다발을 하나씩 꺼내며
떨고 있던 나목을 위로해주던 계집
화관을 버리고 풀피리로 부르는 상여가
패장의 선창이 되어버린 생의 곡조를
여인은 나비 걸음으로 한 발 한 발 넘는다
끝이 없을 허공이기에 걸음도 오른다
콧잔등에서 고집스럽게 반짝이던 후회
기별 없이 찾아 온 이별이
기척 없이 다가온 조우가
큰 송이로 이국의 꽃으로
여인의 얼굴에 핀다
■소요 이영화(48)시인은 현재 용진읍에 거주하고 있으며, 완주문인협회 사무국장, 문화고을 전북지부장, 신문예 자문위원, 아태문인협회 윤리위원, 한국신문예 상임이사 등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