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면(면장 김의철)은 반찬 나눔 사업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지역으로 손꼽힌다. 이는 농가레스토랑 전북혁신점의 역할이 컸다.
실제 지난 2018년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정기적으로 행복 채움나눔 냉장고(혁신 LH10단지)에 식자재를 지원, 취약계층의 식단을 풍성하게 채워줬다.
이처럼 농가레스토랑은 꾸준한 밑반찬 기부로 나눔 공동체에 앞장서왔다. 이와 연계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반찬나눔 봉사를 시작했다.
이후 포장해서 나눔 냉장고에 넣어 두면 가져가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정해진 몇몇이 매일 가져 간다’는 등의 민원이 발생해 결국 맞춤형복지팀원들이 매일 소분해서 가정 배달하는 것으로 방식으로 바꿨다.
그러다가 지난 9월부터 ‘지역사랑봉사단(단장 이미경. 59)’과 ‘행복나눔봉사단(단장 박은선. 56)’ 등 이서지역 2개 봉사단체가 반찬나눔 봉사에 적극 참여의사를 밝히면서 사업 진행도 한층 수월해졌다.
앞서 지난 8월 전북혁신도시 W푸드테라피에서 이미경·박은선 단장과 맞춤형 복지팀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반찬 나눔 사업과 관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간담회를 통해 9월부터 농가레스토랑 전북혁신점의 반찬 배달 봉사에 두 봉사 단체가 참여하고, 후원 음식은 요일을 정해 음식을 포장해서 배송까지 자율적으로 운영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이서면 관내 소외계층 100여 가구를 대상으로, 화요일은 지역사랑봉사단이, 수요일은 행복나눔봉사단이 각각 반찬 배달 봉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밑반찬을 직접 가가호호 배달하면서 대상자들의 건강과 안부도 함께 점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찾아가는 복지 서비스’ 실천의 면모를 확인시켜 줬다.
현재, 두 봉사단체의 합류로 이서면 반찬나눔 사업은 거동이 불편한 홀몸 어르신을 비롯 중증장애가 있는 저소득가구, 부자가구 등 월 평균 100여 가구가 수혜를 보면서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렇듯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흔쾌히 마음을 열고, 따뜻한 동행을 해준 이미경·박은선 단장을 글머리부터 작심하고 홍보해 주고 싶었던 기자의 의도와 달리 이서 반찬나눔 사업의 역사를 먼저 소개해 봤다.
어째든 두 단체가 힘을 보태면서 적은 인원으로 추위와 더위를 몸으로 오롯이 견뎌내면서 매일 5~6가정씩 반찬을 직접 배달해야하는 맞춤형복지팀의 수고와 번거로움을 크게 덜 수 있게 됐다.
사실 이미경 단장과 박은선 단장은 이번 사업에만 참여한 게 아니다. 오래 전부터 지역에서 나눔과 봉사를 꾸준히 실천해왔다.
■이미경 지역사랑봉사단장
이미경 지역사랑봉사단장은 지난 2016년부터 단체를 이끌어 오고 있다. 현재 단원은 20여명으로, 독거 어르신, 지체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가구를 찾아 청소를 해주고, 빙등제 등 길거리 환경 정리 외에도 이서면의 도움 요청에는 언제든 달려갔다.
지역사랑봉사단의 연령대는 40대가 주를 이룬다. 자원봉사센터 산하 봉사단체로 활동하다가 거리, 직장 등 단원들의 여러 가지 편의를 생각해서 이서지역 봉사단체로 전환할 계획이다.
“이서를 벗어나면 거리가 멀고, 젊은 직장인이 많아 봉사하기 힘들고, 무엇보다 이서면 지역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서면을 위해 봉사하고 싶어 그렇게 결정했어요.”
이 단장을 닮아 단원들도 봉사를 좋아하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작년에는 모은 회비로 배추를 심어 김장 200~300포기 했다. 힘들었지만 보람이었었단다.
이 단장은 삼우중학교 출신으로 이서가 고향이다. 남편 직장 따라 부산에서 살다가 2007년도에 고향으로 내려왔다. 부산 광한리에서 장사를 하면서 제법 돈도 많이 벌었지만 누군가를 돕고 싶은데 방법을 몰라 봉사를 하지 못했다.
고향으로 내려와 완주군자원봉사센터 산하 지역사랑봉사단의 수장을 맡아달라는 부탁에 흔쾌히 수락하고 단체 활동을 시작했다.
9년 동안 이장도 맡아봤고, 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 8년 정도 일을 했다.
뿐만 아니라 재향군인회, 생활개선회, 여성체육회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다양하게 활동을 했다.
최근에는 이서면 자율방재단 대표를 맡게 됐는데, 명예가 아닌 봉사를 하고 싶어서다.
“고향에 와서 이일 저일 하다가 봉사활동에 눈을 떴어요. 돈 받고 하는 일은 힘든데 봉사는 보수 없이 내가 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하는 거라 즐겁고 행복합니다.”
이 단장은 특히 이장을 하면서 어르신들을 돌보고 소통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에 독거노인생활관리사로 8년 동안 활동했다.
활동하는 동안 기억에 남는 일이 많다. 92세 어르신이 마을회관에 앉아 있다가 갑자기 쓰러졌는데, 처음에는 “안색이 안 좋은 것 같다”고 했더니 마을 어르신들은 “괜찮다. 밥도 먹었다”며 오히려 이 단장을 안심시켰다.
하지만 어르신들을 많이 만나봤기 때문에 전화 통화만 해도 상태를 알 수 있는 이 단장의 직감은 틀리지 않았다.
멀쩡히 앉아있던 어르신이 갑자기 쓰러졌다. 이 단장은 곧바로 119에 신고를 하고, 땀을 닦아주면서 ‘주무시지 말라’고 계속 말을 걸었다. 이후 이장을 통해 딸과 통화를 한 뒤 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고 건강하게 집에 돌아왔다고.
마을 어르신들은 이 단장에게 “선생님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 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 건넸단다.
이 단장은 “망설이지 말고 무조건 봉사하라”는 말을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지역사랑봉사단이 단단한 모임이 되다 보니 들어오고 싶은 사람이 많았는데, 깨질까봐 한동안 막아놨어요. 올해부터 많은 사람들을 모집해서 같이 봉사하고 싶어요.”
‘인연’을 강조하는 이 단장에게 인생관을 물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고 하는데 우리가 옷깃만 스친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잖아요. 옷깃만 스친 사람이 아닌 서로 보듬어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은선 행복나눔봉사단장
이미경 단장과 ‘봉사’라는 공통분모를 가진 박은선 행복나눔봉사단장은 고향이 이서 돌꼭지다. 3녀 중 둘째로 태어나 24살에 결혼했다.
평범한 주부로 살다가 37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지인 소개로 운 좋게 제약회사에 들어갔다. 처음에 알바로 시작했다가 능력을 인정받아 반장까지 올랐지만 42살에 퇴직했다.
“야근과 잔업, 특근을 많이 했어요. 어느 날 몸이 아파 병원에 갔는데 갑상선암이라는 진단을 받았어요. 그냥 일을 많이 해서 아픈가 보다라고 가볍게 생각했는데...”
결국 회사를 정리하고, 서울로 올라가 수술을 했다. 지금도 6개월에 한 번씩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하고 약을 처방 받는데, 생활하는데 크게 지장이 없단다.
박 단장이 봉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 “수술을 하고 난 2008년도에 요양보호사 붐이 일었는데, 실업급여도 포기한 채 학원에 다녔고, 이서노인복지센터에도 다니게 되면서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맨 처음 행복나눔봉사단장직을 권유받아 봉사활동을 시작했고, 이후 여성자원활동센터 수장도 맡게 됐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건강도 좋아지고, 부정보다 긍정 마인드로 바뀌면서 생활에 활력을 많이 찾게 됐단다. “갑상선 치료를 받다보니 일상생활이 힘들어, 매사에 짜증이 나고, 좋지 않은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심지어 아이들한테 윽박지르기도 했어요. 감정기복이 심했죠.”
그도 그럴 것이 수술 후에 오징어 구우면 오그라들 듯 전신이 마비가 오는 등 견딜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다 보니 ‘죽는 구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천일염이 들어간 음식을 먹어서는 안 되는 등 까다로운 음식조절과 전쟁을 치러야했기 때문이다.
다시 일을 시작해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아 포기했고, 결국 ‘나는 봉사의 길로 걸어 가야겠다’고 마음을 굳게 먹었단다.
박 단장은 현재 이서 행복나눔봉사단장과 함께 13개 읍면 총무도 맡고 있다. 행복나눔봉사단에서는 여름에는 묵 한 사발 나눔, 평소에는 네일아트, 수지침, 국화빵 나눔 등의 사업을 하고 있다.
특히 수지침의 경우 단원 10명이 수료를 하고, 등록회원이 돼 경로당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활동을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도 많다. “밑반찬 나눔을 하던 중 다섯 집을 돌고, 마지막 한 집을 들렀는데 고생한다고 저에게 배즙을 주시는 거에요. 마침 땀이 많이 나 있었는데 마시고 나니 ‘이래서 봉사를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박 단장은 행복나눔봉사단장, 여성자원활성화센터장 외에도 이서지역에서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위원, 새마을부녀회장 등 여러 모양으로 봉사를 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금껏 봉사에 매진하다보니 도의장상, 전라북도자원봉사센터 이사장상, 완주군수·도지사 표창 등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을 받았다. 하지만 누가 추천했는지 모를 정도로 상에는 관심이 없고, 그저 묵묵히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인터뷰 내내 박 단장의 얼굴에서는 진심이 묻어났다. 좋아하는 단어로, 모든 일에 혼자가 아닌 ‘함께’라고 강조하는 박 단장에게 끝으로 각오를 물었다.
“많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흘러듣지 않고,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손 내밀어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박은선이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