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없고 쌀쌀함’을 박절이라 합니다. 살다보면 ‘박절할 수도’, ‘박절한 대접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전주시 어은골 규수방 얘기입니다. 남자 머리카락 한번 끊기에(컷cut) 5000원…. 되게 싸지요? 이발료 ‘왜 5000원이냐’고 물으니 “20년 전 묘령(20살 안팎 여인)의 삭발, 더북한 중학생 머리, 귀를 덮은 노인의 백발을 깎고 받은 요금이 5000원! 누구는 덜 받고 누군 더 받아 ‘박절하게 할 수 없어…’ 그냥 그대로 20년째 5000원”이랍니다. 큰길가 조용하고 깨끗하며 친절합니다.
△김순탁 씨가 밭에 있으면 이웃 사람들이 모여듭니다. 오는 사람마다 채소 ‘솎아가라’, ‘뜯어가라’하기 때문이지요. “아깝지 않느냐?”고 물으면 “필요한 사람 주려고 씨 뵈게 뿌렸고, 거름 한 번만 더 주면 수확엔 지장이 없다”고 합니다. 순탁 씨 덕인 맞습니다.
△전주 엽순공원 가온마을. 여기에 양옥 5채(관후헌, 소이헌, 청아헌, 화안당, 가휘헌)를 지은 김민중 대표이사(건축가·교수)는 공사 중 미세 먼지 하나 날리지 않게 작업합니다. 짧은 기간 내에 집을 잘 지었기에 ‘가온마을 다섯 채/ 민중 kim’s 명품(名品)!/ 앞에서 보나 뒤에서 보나/ 서서 보나 앉아 보나/ 들어가고 싶은 신품(神品)이라네/ 궁전 별궁 동궁처럼 모두를 다 갖췄구나.’ 이 한 마디를 했는데 공사 마치고 가며 쇠 불고기감을 사왔습니다.
△장동우체국 채명숙 씨는 봉투붙이기 등 노약자를 돕는 선인입니다.
△혁신도시(이서지역) 파란약국은 처방전에 모자라는 약을 다음날 인편에 보냈습니다.
△고산면 고 구영철 씨는 고산장날(4일·9일) 화산 화월리 최은식 친구 들리면 꼭 술 먹여 보냈고, 유길준 만나면 밥대접 자주 했습니다. 고산농협장 시절 땅을 구해 너른 건물을 세워 전국 우수조합에 들었으며, 조카 교육에 남달랐지요.
이런 인물이지만 마음에 큰 상처와 쓰라림을 안고 살았습니다. 당시 신문기사입니다. “1992년 4월:(全州=聯合) 全北 完州군 제3선거구 도의회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청년연합회 完州지부장 金泰成씨(41:약사)가 당선됐다. 14일 完州郡 高山·飛鳳·雲洲·華山·東上·庚川 6개 면 총유권자는 1만5천2백81명 이 가운데 1만39명이 참여, 65.7% 투표율을 보인 선거에서, 金씨는 5천3백49표를 얻어 ‘무소속으로 출마한 具永喆 후보(60:4천5백64표) 보다 7백85표 차이로 누르고’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30년 전이네요. 신문 기사 한 꼭지가 이토록 소중합니다. 완주문화원 새 건물을 세워 문화원 새 역사를 썼습니다. 경우회장(警友會長)·시우회장(詩友會長)도 했지요.
좋은 이웃 만나야 행복합니다. 어찌 사람 향기 없으리오. 구영철 원장은 향기를 풍기며 살았지만 시골 정치바람과 씨족의 벽을 넘기에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칠순 잔치에 축사·축시도 사양한 인물입니다. MZ세대는 ‘어른들 이해하기 어렵다’ 하겠지만 본 받을 일이 많습니다.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