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9월 9일이 귀의 날. 이 날이 마침 추석 전날이었다. 두 아들이 다녀간 직후 아내의 말 “9월 20일 진만(조카) 온대요.”. “그래요?” 무척 반가운 소식이다. 미국 건너 간지 근 40년! 얼마나 오고 싶었던 고향인가. 아내는 옷장을 열어 종이봉투를 꺼내 작은 갑(匣)을 보이며 ‘항공료 비싸 혼자만 온다니 이 때 보낼 여호아입니다.’ 듣기 좋은 소리를 하며 본인도 기뻐한다. 곧 이어 동서에게 ‘미국 아들 온다니 얼마나 기쁘냐?’고 전화하니 엄마는 ‘무어하러 와!’ 이러더란다. 귀국을 두고 어머니는 ‘무어하러 와’, 큰엄마는 ‘서랍을 열었다.’ 치매! 치매! 치매! 이렇게 무섭다. 우리 어머님은 40대에 조카며느리가 첫아들을 낳자 하도 기뻐 은비녀를 쑥 빼주었고, 본인은 비녀 대신 젓가락을 꼽고 다니며 싱글벙글하셨다. 질부 내외는 어머님 제삿날이면 가장 먼저 달려와 또 하는 말 ‘비녀 이야기’이다. 미장원 모시고 가지 못했음’을 반성한다며 눈물을 훔친다. 어머님은 남자들이 있거나 말거나 ‘이 집안 우애는 여자들에게 달렸다’ 이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전주시 에코르아파트 이영주 어머님의 배포 크기가 대장부이다. 흉년이 들어 친정에 가니 오빠(김덕암)가 쌀 몇 가마를 실어 보냈다. 화산에서 100여 리 마전(현 효자동 5가)에 도착하자마자 바가지에 쌀을 퍼들고 이집 저집 어려운 일가들에게 나눠줬다. 서부신시가지 개발로 마전은 사라졌지만 ‘화산 쌀가마’ 얘기는 노인마다 생생하게 기억한다. 완주는 촌(村)이다. 촌에 살면 촌사람이 맞다. 심하게 말하면 ‘촌놈’이다. 삼례 김춘배는 신창주재소 무기고를 털었고, 고산 고정식은 서울에서 만난 김진성에게 ‘우리 집 돈 많으니 함께 가자’ 끌고 내려와 9600원을 가져가게 했다. 2010년 봉동 출신 문수 스님은 4대강사업 반대에 나섰다가 분신공양(焚身供養)을 했다. 삼례↔봉동↔고산은 만경강 하천문화권이다. 잡힐 줄 알며→‘무기고를 털었고’, 일 커질 줄 알면서→‘아버지를 협박하라’했으며, 이명박 대통령 고집을 아는 스님이→‘몸에 불을 붙였다.’ 염치없이 맹랑한 자 눈에는 ‘촌놈 행위’로 보일 지라도 완주 10만 군민 속빈 강정이 아니다. 만경강가에 나서면 강줄기-강둑-물풀-길만 보지 말고 삼례정신, 봉동패기, 고산기질을 꿰뚫어 봐야한다. 장기리 숲속에서 왜 50여 인을 죽였나 들춰내야 한다. ‘고산 놈 발가벗고 30 리 간다.’, ‘봉동 놈 발가벗고 탱자나무 사이로 30 리 간다.’ 비웃지 마라. 위아래 사람마다 한과 슬픔을 지니고 살았으니 서로 이해하며 달래줌이 인정이다. 완주문화의 특성을 요약해 봤다. 사람은 어울려야지 혼자는 못 산다. 자동차도 함께 좀 타라. 전화도 가끔 하라. 덕(德)을 노래하자. 꽃은 봄이면 환생하더라.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최종편집: 2025-06-24 03:4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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