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짙푸른 골격이었을 때
북풍에도 얼지 않을 땀방울을 심느라
계절이 등 뒤로 떨어짐을 몰랐다
일군 밭뙈기에 언 마음을 녹여 넣고
어느 날 날아들 딱새 놈 하나
하늘 좀 쪼아보라고
몸에서 뽑아 낸 깃털로
이엉을 촘촘하게 올렸다
이불속 얽힌 발들이 잠들 때를 기다리고
한데 두고 온 걸음수를 숨죽여 되짚느라
짚더미처럼 푹 젖은 발을 아무데나 쑤셔 넣는다
아슬하게 매달린 채 살아내기는
밥과 함께 와작 씹은 돌을 가려내는 것보다
밥상을 물리고 돌아서 흙먼지를 뱉어내는 것보다
어렵고 눈물겨운 일이지만
천지에 그득 하이얀 물빛이 일 때
눈물의 파도에도 휩쓸리지 않을 섬-이고져
지난 계절은 물로 쓴 국경에서 오래도록
무르고 뜬 눈이었음을
기억해다오
아들아
■소요 이영화(48)시인은 현재 용진읍에 거주하고 있으며, 문화고을 자문위원 및 이사, 신문예 자문위원, 아태문인협회 윤리위원, 한국신문예 상임이사, 완주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