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관(광주객사)에 있는 황박(함열)의 시(詩) 이다.(황양규·황여현 제보) 오랜만에 얘기하며 뜰 안을 걷다 보니(話久庭看跋-화구정간발)/ 성긴 발 사이로 동산에 달 돋아 오른다(簾疏月出東-염소월출동)/ 조순 님 수심과 날마다의 행적(行愁‘趙盾’日-행수조순일)/ 고인 기풍 나에겐 기쁨 되어 다가오네.(來喜故人風-내희고인풍)/ 이 한 밤 모임이야 잠깐 이뤄지지만…(此夜暫成會-차야잠성회)/ 내일 아침 헤어지면 멀어지겠지.(明朝還墮空-명조환타공)/ 천리 밖 기리는 서로의 생각들이야(相思千里意-상사천리의)/ 겹겹인 산 바다인들 가로막진 못하리(不隔山海重-불격산해중). 황박은 임진왜란 때 웅치에서 싸웠고, 이치에서 죽은 의병장. 이 시는 스물일곱 이전에 지었다. △달뜨기 전 장면으로 뜰 함께 걸은 사람 누구일까? 친구? 초청자? 안내자? 연인?… 한없는 상상을 펼쳐본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헤어질 몸∼’ 그 다음 구절 △‘천리 밖 기리는 서로의 생각이야’ △‘산·바다 겹겹 가로막지 못 하리’ 도대체 누구이기에 이런 표현일까. 그러나 황박은 이사람 다시 만나지 못하고 죽었을 것이다. 여류시인 매창, 황진이, 허난설헌, 이옥봉(閨情:안방에서)의 이별과 기다림의 글을 보았지만 이처럼 애절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여자였던 남자였던 그 깊은 뜻이 대단하다. 황박은 핑계대고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아버님 상을 당해 시묘 살이 하던 중 임진년 왜군이 쳐들어오자 의병을 모아 전선에 나선 그 기질 보통이 아니다. 우주황씨 800년 역사에 유일무이한 인물이다. 이치(이현, 배재)전투에서 황진 선봉장이 부상을 입어 전선이 흐트러지자 후군장 29세 황박 장군이 하늘과 병사에게 “우리 여기서 죽으면 200년 종묘사직 살아남고, 우리가 살면 조선은 간 데가 없다.” 이렇게 외쳐 이기고는 400인 군사와 함께 죽어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とよとみひでよし)의 야망을 꺾어버렸다. 황씨 집안이나 전북 학계에서 잘 모르는 위의 시(詩)가 전남에서 나왔다. 2021년 11월 이치 싸운 자리에 황박 장군 추모비를 세우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詩)가 나와 그 의미가 더욱 크다. 27세 이전 광산관에서 쉬며 잘 정도라면 신분이나 그 패기를 짐작할만하다. 비 앞 상석이야 좁지만 꽃다발-꽃바구니 놓고, 때로는 주과포를 차리도록 구상한 것이다. 비가 선 자리는 특히 경내에서 가장 좋은 터이다. 어딘가에 시비를 세워 전했으면 한다. 제막식 행사에 젊은이와 부녀자가 많이 나올수록 우주황씨의 자랑이요, 충·효·덕… 매사를 기쁨으로 바꿔 나가는 기회이다. 황양규→황병주·강시복→박성일은 ‘광야에 불을 붙인(星星之火 可以燎原)’ 보배 큰 일꾼이다.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최종편집: 2025-06-24 03:2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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