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 부는 날에는
구이 호수로 가야 한다
햇빛에 반짝이는 윤슬도 봐야 하고
둘레길 도는 사람들과
눈인사도 나누고
강가에 앉아 세월을 낚는
낚시꾼들의 시간을 헤아리다가
수면 위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들의
은빛 작은 유희도 봐야 하고
운 좋으면,
물 밖으로 끌려 나와 탁본 뜨는
붕어의 크기도 눈 저울로 재야 한다
바람 부는 날에는
욕망의 덩어리,
미남미녀가 넘쳐나는
압구정동이 아닌
마주치면 인사하고
낚시꾼들이 세월을 낚고
자연을 낚는 구이 호숫가로 가야 한다
바람 부는 날에는
■김숙미씨는 1955년생으로 구이면을 중심으로 시(詩)를 좋아하는 주부들이 모여 만든 동인회 ‘까치밥’의 회장을 맡고 있다. ‘까치밥’동인은 지난 2011년 11월부터 매월 직접 쓴 2~3편의 시를 모아 회보를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