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아무리 오래 살아도 이것저것 ‘100년 잔치’ 볼 기회는 단 한 번뿐입니다. 2023년 5월 18일은 봉동초등학교 개교 100주년으로 이 지역 주민에게 가장 기쁜 날이지요.
이 날을 위해 꼭 할 일은 『100년사』 발간입니다. “누가 이 어려운 일을 하나요?”, “하나도 어렵지 않습니다.”
▲“이 돈 제가 학교 다닐 때 못 낸 월사금입니다. 도서관 지으세요(이진영 말).” ▲교문 안에 들어서면 글 새긴 돌이 많고 이를 적어 쉽게 설명하면 금방 10여 면이 됩니다.
▲고개 들어 마주한 ‘나무들’과 얽힌 얘기도 쓸거리입니다. ▲교실 앞에 서면 ‘구구단 외우는 소리’, ‘풍금(피아노) 소리’ 멋진 얘기가 됩니다.
▲운동장에서 공차고 달리고… 특히 가을운동회를 더듬어보면 흥이 절로 나 좋은 기억 줄줄이 나옵니다. 2,000여 학부형! 주장 술 석 달분이 하루에 팔렸습니다.
▲이형우, 이계원 본교 출신을 비롯하여 교육학박사 구정태, 특출한 김학영 교장 얘기를 적다보면 폐이지는 자꾸 늘어납니다.
▲수학여행·소풍의 즐거움이 새벽닭을 울게 하며 ▲학생 너무 많아 둔산-구미-성덕-운곡에 분교장을 냈고, 곧 초등학교로 승격 오늘에 이르렀지요.
▲봉동공립보통학교 개교 이전 밤소 학동들은 고산보통학교에 다녀 율소 교육수준이 높았습니다. 제내리교회와 봉상교회에 학교를 연 신교육 이야기 재미납니다.
▲솔굉이(관솔), 장작, 마초, 비, 걸레, 양초, 물감, 풀, 잔디씨, 쥐꼬리, 학급비, 쇠붙이…등등 오만가지를 다 가져오라했고, 화단·운동장 풀매기와 대청소, 논두렁에 콩 심기, 송충이 잡기… 화나는 일도 많았습니다.
▲7월 구 장터 씨름판에서 후배에게 지면 절치부심 ‘기어이 이기고 말겠다.’는 각오가 결국 ‘소를 따는 상 씨름꾼’을 만들었지요.
▲베풀고 손 큰 사람도 많았지만 건달 주먹 멀리도 가까이도 하기 어려운 동창생 더러 있었습니다.
▲‘송아지 송아지∼’ ‘따르릉 따르릉∼’ 동요를 담으면 금방 소년으로 돌아갑니다.
▲딸, 아들, 며느리 진안 장수 남원으로 발령 나면 하숙해야 하고, 특히 맘 못 놓아 쌀 몇 가마만 쓰면 봉동초등학교에서 근무했던 ‘아빠 찬스’ 시대가 있었습니다.
▲예쁘고 집안 좋은 집 처녀 부임하면 탐내는 사람 흔했습니다.
▲봉동 주민의 교육열은 완주에서 으뜸이었지요. 해방 당시까지 중학교가 없던 완주에 최초 중학교를 세웠습니다. ‘내 밭에 지어∼’, ‘우리 논 운동장에 집어 넣으랑께∼’
▲졸업생 전원 명부를 별책으로 만들면 일천 페이지 곧 됩니다. ▲광고, 사진, 통계표… 화사한 책이 됩니다.
구정태 전임 교장과 박무성 고산초교개교100주년기념사업회장에게 물으면 기쁨은 배가, 어려움은 반이됩니다. 모금 3억 목표! 봉동 유지들마다 ‘이까짓 것’ 할 분 많습니다.
유리창 위에 호오! 입김 불어 그 사람 이름 썼다 이내 지웠던 그 친구를 찾아 냅시다.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