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까르르 웃다가 책을 읽는 아이, 탁구대에서 라켓을 휘두르며 땀을 흘리는 풍경, 라운드테이블에서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여학생들…. 고산면 고산로에 있는 청소년센터 ‘고래’가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코로나19로 올해 3월 중순까지만 해도 모든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사실상 휴관했던 이곳이 일상의 회복과 함께 고산면을 포함한 인근 6개 면 지역 청소년들로 활기 찬 옛 모습을 되찾았다. 고산초 인근에 있는 ‘고래’는 완주군이 지난 2017년 7월에 농협 창고건물을 사들여 연면적 450㎡의 2개 동을 프로그램실과 청소년아지트, 세미나실로 리모델링한 곳이다. 농촌 아이들이 하교 후에 잠시 쉬며 공부도 하고 서로 대화하는 소통의 거점공간으로 운영되며 한때 전국적인 벤치마킹 대상으로 급부상했지만 코로나19 이후 휴관을 반복해 온기(溫氣)를 잃었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요구로 2개월 전에 다시 문을 열었고,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지난달 18일 이후 평일 40~50명의 청소년들이 이용하는 ‘천국의 공간’으로 되살아난 것이다. 최근에 찾은 ‘고래’엔 막 학교 수업을 끝낸 중학생 20여 명이 책가방을 놓고 각자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고산중 3학년인 강상엽 군은 “학교 수업을 끝내고 고래에 들러 약 30분 가량 쉰 뒤에 다시 학원에 간다”며 “만약 고래가 없었다면 편의점이나 길거리에서 시간을 때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고래는 안방과 같은 천국의 공간”이라며 “1주일에 평균 4~5일 가량은 이곳에 들러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잠시 쉬는 휴식처”라고 환하게 웃었다. 고래의 별관에서는 여학생 10명이 고급 간식인 밤만주를 만드는 요리 수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소금과 설탕을 계량하고 물엿과 계란, 버터의 비율을 맞추려는 학생들의 얼굴엔 자못 진지함이 흘렀다. 한 여학생은 손가락으로 승리의 V자를 만들며 “이곳에 오면 재미있고 편안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이곳은 완주군이 파견한 2명의 청소년지도사와 청소년들로 구성된 운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고래’라는 명칭부터 청소년들이 제안하고 투표를 거쳐 결정됐다. ‘고산의 미래’와 ‘오래된 미래’를 뜻하는 데, 넓은 바다를 누비는 거대한 포유류처럼 청소년들이 큰 꿈을 꾸며 세계로 나아가자는 마음을 담고 있다. 이장형 운영위원장(고산중 3년)은 “누나를 따라 초등학교 6학년 때 처음 고래를 방문했는데, 지난해 선배들이 활동하는 모습을 보고 위원장에 자원했다”며 “청소부터 모든 것을 자율적으로 하다 보니 꿈도, 실행의지도 단단해 지는 것 같다”고 웃었다. 그래서일까? 이곳을 찾는 아이들의 얼굴엔 해맑은 웃음과 당찬 포부가 엿보인다. 매일 친구들과 함께 숙제도 하고, 간식도 먹고, 공부를 하면서 미래의 희망을 키워나간다. 학습과 진로 상담, 요리 체험 등 매년 진행하는 4~5개의 프로그램은 아이들의 참여 열기로 뜨겁고, 학부모들은 “고래가 있어 고민을 덜 수 있다”고 반긴다. 청소년센터도 일상의 회복에 맞춰 아이들이 원하는 ‘e스포츠 대회’ 개최 등 새로운 프로그램 마련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동훈 청소년지도사(34)는 “코로나19 이후 청소년들의 문화도 많이 바뀌었다”며 “지역의 청소년들이 건강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대안문화의 공간이자 학교 밖 학교, 마을 도서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편집: 2025-06-24 13: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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