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삼대악성(三大樂聖) 조선 초기의 박연(朴堧) 집안 가훈을 싣습니다. 가훈 17조를 먼저 소개하지요. ①아이가 서너 살이 되면 언동을 바로잡아주고, 칭찬과 격려로써 글을 익히게 하되『소학』을 숙독한 뒤에 사서(四書)에 들어가야 할지니, 내 자손들은 오직『소학』을 스승 삼아 잠시라도 게을리 하지마라. ②형제는 부모가 끼친 몸이라, 신의를 바탕으로 사랑하고 권선징악하며, 노여움과 원망을 멀리하되, 일가친척 간은 애(愛)로써 ‘더 가지거나 배운 자가 후의(厚意)’를 다하라. ③집을 다스리는 데는 ‘화순(和順)’이 으뜸이라, 축첩은 분란의 씨앗이니 적서 상하를 분별하여 본처에게 품결케 하며, 노비 재산 분배는 공평무사하고 모질게 부리지 마라. ④상처하고 본실 자식이 있거든 재취할 경우 절도와 가정의 평안을 위해 ‘단산녀(斷産女)’를 택하라. ⑤자손 중 후사(後嗣)가 없을 때는 같은 파 ‘일가에서 입양하고’, 마땅찮거든 동성동본에서 택하라. ⑥일가 중 가난하여 과년(瓜年)한 처녀가 있거든 문중에서 ‘금품을 각출’하여 출가에 협조하라. ⑦상례는 『주자가례』에 따르고 애통해 몸이 상하지 않게 하며, 제수는 분수에 맞게 성의를 다하고, 과음 포식 송사 여자관계 및 상사 아닌 일로 쏘다님을 삼가라. ⑧‘부모 상고’ 시 만사 우선하라. 효는 덕의 으뜸이니, 나를 낳아 기르고 가르치신 은혜로움을 명심, 제물은 간략하되 정결하고 숙연히 상례를 치르라. ⑨효도·우애·충성·신의·예의범절로써 가법을 삼고, 남을 사랑과 믿음으로 대하며, 그들의 과실과 비밀을 발설치 말며, 구제하고 경조하며 오직 ‘성훈(聖訓)의 가르침’에 따르라. ⑩거문고와 비파는 정통악기로서 군자 품성과 정서 함양, 지각적 감성에 유효한지라 정직하고 단정한 선비를 벗 삼아 청풍명월의 정취를 읊조리며 회포를 풀되 ‘품위에 유념’하라. ⑪내 자손들은 ‘매와 개로 사냥’을 일삼아 살생과 함께 소일만 하는 망령된 취미에 빠져 문벌을 잃지 않게 하라. ⑫입은 화복(禍福)의 문이라. 옛 성현의 자취에서 법으로 삼거나 경계할 것만을 환담하고, ‘정치 종교 명예훼손’ 될 말을 삼가라. ⑬친척이나 벗이 소첩에 빠져 있는 집이나 미망인 집에 드나드는 것을 삼가고 ‘내 집에 불러 상종’하라. ⑭‘여색’은 명예와 절조에 관한 가장 중요한 문제라. 신중치 못하고 순간적 실수로 돌이킬 수 없는 종신의 흠을 남기지마라. ⑮공사 간 연희 등 환락의 자리에서 ‘기생’들과 의혹될 일을 조심하며, 오래 머물지 말고 핑계를 만들어 물러나라. ⑯판관이나 대사간이 되면 ‘공정을 사명’으로 부당한 청탁은 물리치고, 호족과 여자 문제는 더욱 소홀함이 없게 하며, 애매한 사건은 받아들이지 마라. ⑰우리 집은 후손에게 전할 만한 보화(寶貨)가 없느니, 오직 ‘청백’으로 보배를 삼을 따름이라. 다만 내가 평생 밟아온 일들을 기록한 것과 원하는 바를 적은 책이 있으니, 이것을 잘 살펴 불후의 가법으로 삼기를 바랄 뿐이다. 힘쓰고 또 힘쓸지니라. “서기 1455년(단종 3년, 세조 1년) 을해년 맹추 상순 78세, 늙은이의 손으로 써서 전하노라.” 피눈물로 써 내린 가훈의 사연은 이렇습니다. 수양대군이 어린 조카 단종을 몰아내고 자기가 임금 되려는 꿈을 꾸며 움직일 때, 박연의 셋째 아들 박계우(朴季愚)가 반대를 하자 교살(絞殺)을 당하였고, 삼족을 쓸어버리는 위기를 맞자 그 아버지 박연은 귀양을 자청했습니다. 수양대군은 ▲우리나라 삼대악성(三大樂聖)이요 ▲세종→문종→단종을 받든 중신(重臣)이기에 차마 죽이지를 못하고 고산현(高山縣)으로 귀양을 보냈습니다. 악성 박연은 3년5개월 고산에서 참혹한 생활을 하는 동안 가훈 17조를 지었습니다. 식당이나 생선가게 ‘원산지(原産地)’ 표기가 중요합니다. 박연 집안의 가훈 원산지가 바로 우리고장 ‘고산’입니다. 조선 최고의 음악가인 박연이 ‘우리고장 고산에서 대대손손 이어나갈 가훈을 지었다 함’은 역사적인 사실이지요. ‘6촌을 모르고 4촌도 가물가물하다는 세대에게 가훈이 무슨 소용 있느냐?’ 하면 할 말이야 없습니다. ‘6촌 4촌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으뜸도시를 만들어 준다?’ 지성인들이 보기에는 너무나도 허탈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람에겐 이성(理性)도 중요하지만 ‘감성(感性)’이 더 소중합니다. 소양면 명덕마을 김영옥 씨 마당을 한 번 밟아보시지요. 큰 돌 2단에 가훈 ‘겸손-신의-인내’를 깊이 새겨 놓았습니다. 울안에는 고인돌도 있습니다. 대문 앞을 지나는 이마다 걸음을 멈추고 쳐다봅니다. 나라와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가정이라도 조용하기 바랍니다. 가훈이 없는 것 보다야 있는 것이 낫지요. 도움 되기를 바랍니다. 경주에 12대 만석꾼, 9대 진사 최 부잣집 가훈은 이렇습니다. ❶스스로 초연하게 지내고 ❷남에는 온화하게 하며 ❸일이 없을 때는 맑게 지내고 ❹유사시엔 용감하게 대처하며 ❺뜻을 얻었을 때는 담담하게 행동하고 ❻실의에 빠졌을 때에는 태연하게 행동하라. 병에는 약이 필요하고, 평탄한 삶에는 배움이 절대적입니다. 5월은 가정의 달 화락합시다. 나희덕의 시구로 마칩니다. ‘얼어붙은 호수는 아무 것도 비추지 않는다./ 불빛도 산 그림자도 잃어버렸다.’ 필자는 독자를 위해 567년 전 남의 집 가훈을 쓰며 눈물을 떨어뜨렸습니다.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최종편집: 2025-06-24 03:5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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