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모을 줄만 알고 쓸 줄을 모르는, 매우 인색한 사람을 가리켜 ‘수전노’, 혹은 ‘노랑이’, ‘자린고비’라고 부른다. 가진 것이 많아도 나눌 줄 몰라 손가락질을 받는 사람이 있다. 반면 비록 가진 것은 적지만 함께 나누고, 베푸는 일에 인색함이 없이 모두 내어주면서 칭송을 받는 사람이 있다. 바로 삼례읍 삼례리(웃삼례길 22)에 위치한 ‘함께하는교회’ 박남일(50) 담임목사가 그런 사람이다. 성도가 몇 되지 않는 작은 시골 교회 목사가 지역에서 맨 처음 나눔·기부활동을 시작하자, “교회 홍보해서 교인 늘리려는 것 아니냐”등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 하지만 자신은 드러내지 않고, 남을 높여주려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지역사회의 시선도 달라졌고, 지금은 동행을 자처하는 든든한 지원군도 많이 생겼다. 지난 20일 기적 같은 삶을 통해 “나눔은 가진 것이 아닌 마음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깨달음을 얻게 해준 박 목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지킬박사에서 목회자로 박 목사는 충남 서천군 장항읍이 고향이다. 공직자인 아버지 박유규(77)씨와 독실한 크리스쳔인 어머니 김영애(75)씨 사이에 1남 2녀 중 둘째로 태어났다. 모태신앙으로 군산 방주교회에 다니면서 한 살 어린 아내 석하나(49)씨를 만나 결혼까지 이어졌다. 현재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사실 원래 꿈은 목회자가 아니었다. 92년도에 대학에 들어가 토목공학을 전공했는데, 돈벌이가 괜찮을 것 같아 ‘폭파공학’에 관심을 갖고 공부를 했다. 대학생활을 하면서 누구보다 잘 놀기로 소문났고, 교회에서는 모범 답안 같은 성실한 사람이었다. 자신의 신앙생활을 인간의 양면성을 다룬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작품 ‘지킬박사와 하이드’로 비유할 만큼 신실한 크리스쳔은 아니었다. “주인공 지킬박사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 평생 선행을 베푼 유명한 의사지만 향락에 쉽게 빠지고, 무미건조한 학문의 지겨움을 이기지 못하는 불완전한 인간이잖아요.” 좀 더 좋은 집에서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인생의 목표가 됐고, 연구소에 가서 5년만 일하면 군대를 면제해준다는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 교수프로젝트에 따라다니기도 했다. 그러다가 대학 2학년 말에 ‘하나님’을 만나게 되면서 인생이 변하게 됐단다. 그리고 대학 4학년 때 토목기사를 준비하던 중 부흥회에 참석했다가 4년 동안 지켜보던 목사님의 권유로 신학대학원에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 선교사로 활동하다 박 목사의 아내 역시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선교 사역에 뜻을 품고, 신학대학원에 들어갔다. 둘 다 공부를 좀 더 하고 사역을 하고자 미국으로 가려했지만, 늦은 나이에 신학을 하고, 졸업하니 어느 덧 29살이 됐다. 그해 결혼하고 군 입대했다. 그런데 훈련을 받다가 허리를 크게 다쳐 수술을 두 번 했는데 잘못 돼 다시 수술하고 두 달 있다가 갑자기 원인모를 백혈구가 감소하는 병이 생겨 무균실에서 한 달 반 동안 있어야 했다. 당시 박 목사는 살고 싶어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 “중국 선교사로 갈테니 제발 살려 달라”고 기도 했다. 기도는 기적처럼 응답을 받았고, 이후 중국에 먼저 들어간 아내와 함께 길림성 장춘에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설교하는 등 선교사역을 감당했다. 그렇게 12년 동안 중국에서, 그리고 필리핀에서 4년 동안 선교사로 활동했다. ■ 삼례와 인연을 맺다 박 목사가 삼례와 인연을 맺게 된 때는 지난 2015년이다. 올해로 7년 째다. 지금 시무하고 있는 함께하는 교회는 ‘교단 80주년 기념’으로 세워졌다. 기념교회 담임목사로 청빙을 받았지만 성도가 하나도 없이 맨 몸으로 시작했다. 땅을 매입해서 30평 남짓 교회를 지었다. 사실 한국으로 나오게 된 이유는 중국선교의 영향이 컸다. “알아보니 중국유학생이 우석대에 1천명, 전북대에 2500명, 전주대에 600~700명 정도 됐어요. 연결이 잘 돼서 2016년부터 중국 사역을 할 수 있게 됐어요.” 귀국 후 거처가 없어 군산에서 도시락을 싸들고 매일 차를 타고 오전과 오후, 저녁으로 나눠 전북대와 전주대, 우석대 등 3개 대학을 돌아다니면서 중국어 예배를 인도했다. 그런 열정적인 모습에 감동했는지, 어느 날 우석대 교수들로부터 ‘우석대교회를 맡아 달라’는 제의를 받았다. 기분 좋은 제의도 잠시, 2018년도에 신장암에 걸려 전주대와 전북대 중국어 예배는 내려놓고, 우석대와 함께하는 교회만 섬기게 됐다. 신장암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 벌이가 없다보니 생활이 녹록치 않게 돼 보험을 하나 만 남겨 놓고 모두 해약했다. ‘하늘이 도왔을까?’ 운 좋게도 해약 하지 않은 게 암 보험이었다. 지급된 보험금으로 병원비 등을 계산하고, 남은 돈으로 빚도 조금 갚았다. ■ 삶은 늘 기적이었다 함께하는 교회에서 주일날 예배드리는 성도는 10여 명 남짓. 상당히 적은 숫자다. 당연히 생활이 어렵지만 신기하게도 부족하면 누군가가 채워준단다. 박 목사는 “살아가는 게 기적과 같다”라는 말을 여러번 반복했다. 지난 달 초에 함께하는 교회에서 삼례읍 관내 청소년들에게 장학금 130만원을 지원했다.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다. “맞춤형복지 팀장님과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죠. 믿음으로 제가 헌금을 했는데,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이 신학기가 되기 전에 운동화 한 켤레라도 사는데 보태고 싶었어요. 여력이 안 되다보니 금액이 너무 적어 미안하더라고요.” 지난해 9월에는 삼례읍행정복지센터 내 ‘한냇물나눔가게’와 정기후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매월 5만원 상당의 식료품을 보내주고 있다. 식료품 후원을 위해 박스를 주워 팔거나, 대학생들이 몇 천원 씩 헌금하는 등 교인들도 박 목사를 닮아 이웃을 위해 베푸는데 익숙해져 있다. 작년까지는 쌀국수 25개를 기부했는데 올해부터는 여성용품도 후원하려고 예산도 어느 정도 비축해놨단다. 흥미로운 사실은 박 목사의 부모님과 장인·장모님이 군산에서 다정하게 매주 출석해 교회 재정 등 여러 모양으로 든든하게 힘을 보태고 있단다. 앞서 박 목사가 사는 게 기적이라고 말했는데, 정말 기적과 같은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실례로 일면식도 없던 타 교회 성도가 박 목사가 작은 컨테이너 박스에 살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3천만 원이 넘는 콘테이너 집을 공짜로 선물해줬다. “권사님이신데요. 나보다 더 어려운 목사님이 있는데 자꾸 기도 중에 ‘하나님이 자꾸 저에게 갖다 주라’고 하셨다는 거에요. 정말 갚아주시는 하나님이라는 것을 많이 경험하고 있습니다.” ■ 삼례 교회들과 동행하다 목회를 시작하면서 지역사회에 대한 나눔과 봉사는 ‘어떠한 일이 있어도 반드시 지켜야할 약속’이라고 머리와 가슴속에 못 박아 뒀다. “원래 ‘교회 재정의 70%는 선교나 구제로 흘려보내는 교회가 되자’가 교회 설립의 목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땅을 매입하고, 교회를 지을 때 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을 갚다보니 실행에 옮겨지지 않아, 다른 금융사로 바꿨다. 함께하는 교회는 현재 중국을 비롯, 네팔, 필리핀, 대만, 터키, 몽골, 극동방송, CCC 등 13곳을 선교하고 있다. 또한 우석대 기독동아리를 대상으로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고, 중국유학생 초청잔치 및 장학금 지원 등 우석대에만 연간 1천만 원이 넘게 후원하고 있다. “진짜 감사한 것은 지역에 있는 교회들입니다. 제가 사역을 하겠다니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하나같이 도와주고 있습니다.” 맨 처음 우석대 교회에서 사역할 당시, 삼례 관내 목사들의 박 목사에 대한 시선은 냉랭했다. ‘박 목사가 자기 교회를 홍보하고 전도하려는 목적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일예배는 인근에 가고 싶은 교회에서 다니도록 하는 등 지역의 교회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모습을 본 목사들은 이후로 박 목사의 진심을 알고, 돕는데 적극 팔을 걷어부쳤다. “삼례지역 목사님들이 우석대에서 사역을 한다고 하면 십시일반 도와주십니다. 유학생 초청잔치도 삼례지역 교회들이 30만원, 40만원씩 후원해 주시고요. ” 특히 박 목사는 유학생활을 하느라 힘든 학생들을 위로하기 위해 2017년부터 ‘초청잔치’를 열고 있는데, 식사와 다과 대접 외에 크리스쳔 의사들과 연계해 건강을 진단해주는 일도 해오고 있다. “아프카니스탄 형제의 경우 병원비가 1천만원 정도 나왔는데 삼례지역 목사님들이 협력해서 상당부분 지원해 줬어요. 뿐만 아니라 한 달에 한 번씩 연합예배를 드리는데 흔쾌히 설교도 해주시고, 피자 등 간식도 사주시기도 합니다.” 박 목사는 또 선배 목사가 시무하는 익산 갈릴리 교회 오케스트라의 ‘라면 콘서트’를 벤치마킹해 지난 2018년과 2019년에서 우석대에서 개최했다. 라면 콘서트는 익산 갈릴리교회 오케스트라팀 초청 공연을 입장료 대신 어려운 이웃들의 ‘한끼 식사’를 위해 라면 멀티팩을 기부하는 것으로, 2018년에는 200박스, 2019년에는 120박스를 삼례읍행정복지센터에 기탁했다. 라면 콘서트 역시 삼례지역 교회들이 적극적으로 후원해주고 있다. ■ 꿈은 다음세대를 키우는 것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성경 시편 133편에 나오는 말씀을 늘 묵상하며 산다는 박 목사의 최종 꿈은 ‘다음 세대를 키우는 것’이다. “신앙은 있지만 실력이 없는 친구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주고 끌어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아들을 교대에 보낸 이유도 일반 학교가 아닌 전인격적인 교육을 할 수 있는 학교를 세우기 위해서다. 빚을 얻어가며 땅 500평을 산 이유, 북카페를 지은 것도 여기에 있다. 박 목사의 꿈이 이뤄지기를 간절히 기도하며, 인터뷰를 마친다.
최종편집: 2025-08-09 17: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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