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절은 예수께서 가장 분하고 억울하게 당한 날이다. 1930년대 사모리 예배당의 강팔순(姜八順:30) 목사는 30명 안팎의 신도 앞에서 “성도 여러분!” 거듭 세 번째 부른 때야 “예” 소리가 났다.
목사는 홑치마에 홑버선만 신은 성도, 주걱글겅이 한 술 뜨고 나온 주부, 모레가 제사인데 제수비 꾸러 다니는 김 집사의 살림이나, 오래 만에 오신 친정아버지가 쌀독 밑바닥 긁는 바가지 소리에 놀라(?) 그냥 가셨다는 밤실 아주머님의 얘기 등 낱낱이 알고 있다.
추동 아주머니(60)를 향해 “우리 이런 고생 언제까지 해야 합니까?”, “이 고생 벗어던질 수 있을까요?”, “……”. 대답이 없자 그 며느리(40)에게 눈길을 돌려 답을 구하니 “글쎄요”가 전부이다. 목사는 손자며느리(20)에게 같은 질문을 하니 “예! 능히 벗어날 수 있습니다.”
목사 이 대답에 힘을 얻어 “천국은 병·가난·고통 없이 평안합니다.”, “아니 이 세상도 밥·옷 걱정 없는 그날이 80년 안에 꼭 옵니다.”, “그땐 성냥갑만한 걸 귀에 대고 세상 누구와도 얘기하며, 궤짝에 빨래 감 넣고 손가락만 까딱하면 때가 쪽 빠집니다.”, “찬장에 음식 넣고 몇 달 둬도 성합니다.”, “기름 때어 방바닥 따끈하게 한답니다.”, “여자들 길쌈 않고 좋은 옷에 맘대로 나다니며 춤추고 노래하는 세상이 옵니다.”, “말만하면 장보기 집에 갖다 줍니다.”, “가가호호 자동차를 부립니다.”, “먹기 좋게 단 약이 나올 것이고, 왼편으로 돌리면 찬물, 바른쪽으로 틀면 더운물이 나옵니다.”, “불알(전등)은 바람에도 끄떡 않고 밝아 눈감고 바늘귀에 실을 뀝니다.”, “…예수님은 병자 가난뱅이 억울한 사람 편에 섰다가 ‘십자가에 못 박혔고’ 권력자는 이도 모자라 창으로 옆구리를 찔러 죽였습니다. 이 때 나이가 서른세 살이었습니다.”
이 소리에 평촌댁이 “목사님! 그럼 저와 동갑이네요” 성도들 모두 까르르 웃었다. “예수의 부활 얘기가 『신약 성경』에 있습니다. 한 번에 다 읽지 마시고, 하루에 두서너 장씩만 쉬엄쉬엄 읽어 두세요.” 오늘은 여기서 마칩니다.
빨래터, 모정, 사랑방, 장에 가는 길목에서 ‘천당과 지상천국’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어느 날 완고하고 점잖은 김 학자가 찾아와 사람 사는 목표를 묻자 강팔순 목사는 △고통 이김(극고 克苦) △가난 이김(극빈 克貧) △병을 이김(극병 克病)) △자기 감정 욕심을 누름(극기 克己)을 실천하는 것이라 설명을 하니 쉬 알아듣고 일어서며 “나도 교회에 나오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강 목사는 마을 청년들과 의논해 문맹자에게 한글을 가르칠 때 김 학자가 교사로 참여했다. 지금 세상 곳곳의 십자가는 바로 예수의 부활을 상징하는 것이다. 사람 죽으면 잊기 마련이나, 예수는 달랐다.
예수를 못 잊어 모이는 곳이 예배당, 예수 좋아 모임이 교회이다. 오는 4월 17일이 부활절! 기억나는 얼굴 있으면 전화 한 통 보내보자.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