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문(黃門)인심-“어머니! 이 보신탕 아버지 드리세요.” 황씨는 시아재 생각이 나 남편에게 “아들이 가져온 보신탕…이러고저러고…” 의논을 하니 “내가 먹는 것보다 더 나은 일이요.” 쾌히 승낙을 하자 황씨의 말 “혹 아들이 먹었느냐 묻거들랑 자셨다 해요.”, “그럽시다.”
다음 날 아들 전화를 받고 차마 거짓말을 하지 못하는 어머니 “니 작은아버지 드리려고 보관 중이다.” 솔직하게 대답을 하자 그 이들 곧 달려와 “저 먹을 만큼 덜어 놓고 왔습니다. ‘이것 아버지 드려요.’” 부자간숙질간-내외간의 정과 가족 인심이 매화 향기보다 더 그윽하다.
△구문인심-형(具正太 박사)의 말 “동생! 예식 끝나면 혁신도시 함께 들리지. 난 그 집을 몰라. 동생(인서)은 알고…” 아우 “그럽시다.” 초인종을 눌러도 문짝을 두드려도 감감소식. 들고 간 선물을 문 앞에 두고 갔다.
몇 시간 후 주인 전화를 받은 구 박사의 말 “막상 가보니 골목이 변해 집 찾기가 어려워 난감한데 마침 어느 부인에게 묻자 ‘대문 앞까지 안내’해 주더라.” 가온마을 인심을 먼저 드높여 천금 같은 값진 우정을 더욱 듬뿍 느꼈다.
주인이 없으면 그냥 와(가)도 무방한 일인데 선물을 놓고 갔다. 옥오지애(屋烏之愛)란 말이 있으나, 난 그런 재목이 아니고 코로나19… 하루 35만 인 시대, 동생과 함께 서귀포 귤을 사들고 오다니! 감격 충격이다.
구 박사의 선대 죽유 구영(고산 백현사 배향) 선생은 화산 심 아무개 친구가 염병으로 죽었다기에 가보니 이 방 저 방에 시체가 널려있다. 팔을 걷어붙이고 염하여 모두 묻어줬다. 구정태 박사는 선대 죽유 선생을 꼭 닮았다.
△A씨 인심-2022년 3월 5일 이서면사무소에서 20대 대통령 사전투표를 마치고 나오자 반갑게 인사하며 “마치고 곧 바로 올 테니 잠깐만” 기다리란다. 몇 분 후 곧 만나자마자 점심대접을 한다며 자기 집으로 끌고(?)가 밥상을 차렸는데, 아욱국과 반찬은 부추전, 부추무침, 더덕구이 세 가지이다.
20년 전 열세 가지 큰 밥상 얘기를 하니 ‘그 때 못 놓은 것’만 챙긴 것이라며 모두를 뚜렷하게 기억한다. 국에 밥 말아 부추와 더덕구이를 맛있게 먹는 걸 보고 “그럴 줄 알았다”며 좋아한다. 이 말 역시 반찬처럼 맛나다. 부추는 파옥초로 아들을 주면 며느리가 좋아하고, 사위가 먹이면 딸에게 좋은 음식이며, 더덕은 인삼 다음의 식자재이다.
△정문 인심-정진태 장로 가게에 들려 “복합비료 한 포대 사러왔어” 주인은 이 말에 거기서 고르란다. 값을 치르려하니 안방에 발을 들여놓으며 그냥 가져가란다. 비료 먹고 잘 자란 감나무 감을 따가지고 가니 정진태 장로 고인이 됐다.
우리 완주 인심은 세계박람회에 내놓을 만하다. 어둠 속에서도 불빛 속에서도 변치 않는 사랑을 배웠다. ‘이쪽에서 바람 불면 저쪽에서 버텨주는 지지대…’ 이게 완주 문화이다.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