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교원 소주병(가명)은 남들보다 풍족하므로 술값 걱정 없었으며 성질이 괄괄하여 남에게 지기를 싫어하고, 상대를 꺾는 수단은 술이었다. 자녀 담임, 동료, 상사 간에 좀 빳빳하게 보이면 ‘술 한 잔 합시다.’ 이렇게 이끌어 자리를 잡자마자 큰 병들이 백화(정종)를 불러 맥주 컵에 따라 벌컥 벌컥 마시며 상대방에게 권하는데 ‘몇 잔에 쓰러지나’ 보는 심통이었다. 이튿날 출근을 하면 강자요, 못했으면 약자로 보았다. 처신을 이렇게 하니 승진이 남들보다 빠르고, 그럴수록 의기 양양 술 공세가 일종의 출세 지략이었다. 3월 2일 입학식 날이다. 운동장 조회대에 올라 마이크를 잡고 “존경하는 학부모님!∼” 이런 연설을 할 차례인데 음향기가 먹통이다. 화가 난 소주병 교장은 “겨울 방학·봄방학 내내 뭣들하고 이 지경이냐…” 소락빼기를 지르던 중 퍽 쓰러져 그 길로 멀리멀리 떠나갔다. 성급한 기질에 과시욕, 술로 망가진 몸, 상사의 덕행 부족이 결국 명을 짧게 했다. ‘상대를 꺾던 덫에 자기가 치었다.’는 얘기가 얼마동안 주변에 나돌았다. 6월초 산에 갔다. 묘 벌 안에 유독 많은 곰취가 너펄거린다. 동행자의 말 “이게 소주병의 묘 ‘죽어서나 살아서나 취해 있다.’”고 한다. △자가용이 드물던 시절 모 교장의 말 “고 선생! 퇴근 후 술이나 한 잔 할까?” 고산봉(가명) 선생은 “예”. 술집 안쪽 깊숙한 방에 들어섰다. 여주인이 “오셨어요? 상 어떻게 차릴까요?”, “전과 같이…” 홍어회, 굴, 육회 술은 청주이다. 우선 잔을 채워 올리자 쭉 마시며 “남자는 술도 좀 할 줄 알고, 살줄도 알아야 해” 두어 시간이 흘렀다. 교장 왈 “나 화장실에 좀 다녀 올 테니 여기 있어…” 7∼8분을 기다리던 고산봉 선생 ‘이것이구나!’ 머리가 번쩍하여 계산대에 가 물으니 반달 월급이었다. 지갑을 털고 일부는 외상. 그 때 나타난 박기만(가명) 교장은 주인을 바라보며, 손이 주머니에 올라갈 때 여우같은 여주인 “젊은 선생님이 벌써 계산 끝냈습니다.” 여기 박기만은 시내 삼악도(三惡徒) 중 하나이었다. 50대에 교장이 되어 정년 때까지 분필 한번 잡은 적이 없고, 이렇게 공술만 먹으며 월급은 척척 받아갔다. 승진을 바라거나 전근하려는 교사는 Y샤스나 넥타이를 사다줬고, 5∼6인 자녀 여울 때 봉투 들고 갔으며, 회갑 잔치도 해줬다. 2월말 교원 인사이동 때에 나돌던 말 “넌 죽었다!” 이 말은 박기만 교장 학교로 발령 난 교원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약초주(정성들여 담근 술 선물용)가 있다. 도라지, 당귀, 개똥 쑥, 오가피, 더덕, 탱자, 우실, 민들레, 인진쑥, 영지버섯, 하늘수박, 돌배, 개복숭아, 소리쟁이, 감초를 소주에 넣어 18개월 이상 숙성시켰다. 보광((葆光) 황용순 회장은 매년 명절마다 이를 친구들에게 보내어 받는 이마다 감동. 고맙고 아까워 차마 마시지를 못한다.
최종편집: 2025-06-24 03:5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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