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읍에 사는 남상훈(74)씨. 완주군에서 웬만한 사회활동을 해본 사람이라면 그의 얼굴을 기억하고, 이름 석자는 들어봤을 것이다. 현재 (사)대한노인회 완주군지회 부설 노인대학장을 맡고 있다. 그동안 완주군새마을회, 완주군체육회 등 완주군 내 여러 기관·단체에서 회장, 사무국장 등 중책을 맡아 활동하면서 기념비적인 업적도 남겼다. 하지만 그를 가장 빛나게 하는 직함은 ‘장로’가 아닐까? 그는 새벽예배를 단 하루도 거르지 않을 정도로 독실한 크리스쳔이다. 그러니 ‘신앙’을 빼놓고, 그의 인생을 논할 수 없다. 이런 신앙이 바탕이 돼 연탄나눔, 장학금 지원 등 지역 사회공헌에도 적극 앞장섰다. ‘정치’ 역시 그를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그간 도의원과 국회의원에 여러 차례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시곤 했다. 이렇듯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왔지만 2021년은 특별한 해로 기억된다. 완주군의 명예를 드높이고 지역발전에 기여한 군민에게 주는 ‘제56회 완주군민대상’ 시상식에서 효열부문 대상을 수상했기 때문이다. 26년 전 뇌졸중으로 쓰러져 거동을 못하는 아내를 지금까지 지극정성으로 간병하고, 세 자녀를 바른 사회인으로 훌륭히 키웠다는 게 수상 배경이다. 최근 삼례의 모 찻집에서 그를 만나 살아온 이야기를 들어봤다. ■ 남상훈, 국회의원 꿈꾸다 남씨의 고향은 삼례읍 삼례리다. 남일봉·정옥봉 부부의 6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그는 영신학교(현 삼례중앙초)와 삼례중, 그리고 전주신흥고등학교, 광양보건대학교 사회복지학과를 졸업했다. 부친은 충남 논산에서 현재 우석대 인근(당시 왕궁면 온수리)으로 이사와, 정착해 농사도 짓고, 고물상을 하며 많은 사람들을 부자가 되게 했다. “아버지는 전주 대창운수, 이리 대륙운수를 차려 큰형을 밀어줬는데, 큰형이 4.19가 나던 해 35살이란 젊은 나이에 암으로 세상을 떠나 어려움이 있었지만 나름 가정을 잘 이끌어 가셨어요.” 중학교 다닐 무렵, 큰형이 세상을 떠나면서 생활 형편도 어려워졌다. 그래서 2학년 때 신문배달을 했다. “옛날에 대한일보를 삼례역에서 받아다가 하리, 석전리, 수계리를 돌며 매일 2시간 씩 2년 동안 배달했어요.” 힘든 가정환경이었지만 밝게 살았다. 그리고 남들과도 잘 어울릴 줄 아는 활달한 성격 탓에 주위에 늘 사람이 많았다. 그래서 일까? 그는 어려서부터 국회의원의 꿈을 꿨다. 신문 배달을 하면서도 “나는 국회의원이 될 거야”라고 큰소리로 외치곤 했고, 고등학교 때는 학생회(당시 소년회)를 조직하기도 했다. ■ 신앙이 맺어준 아내 ‘박정현’ 남씨는 초등학교 때 삼례제일교회에 다니면서 복음을 접했다. 중학교 1학년 무렵, 부흥사이자, 교수로 다양한 사역을 펼쳤던 차남진 박사가 삼례동부교회에서 부흥회를 열었는데, 당시 많은 삼례주민들이 참석했다. 이 부흥회를 통해 친구의 권유로 삼례동부교회로 옮겼다. 신앙의 깊이가 더해지면서 고등학교 때부터는 연합활동으로 섬김을 실천했다. 실제 미션스쿨인 신흥고등학교 재학시절, 전주지역 학생연합회장을 맡으면서, 복음화와 신앙운동에 앞장섰다. 그렇게 학창시절을 보내고, 스물 세 살 때, 같은 교회에서 만난 두 살 연상의 아내 박정현(76)씨와 결혼을 했다. 군 입대 전이었다. “결혼은 5월 4일 날 했는데 그해 12월 13일 날 군대를 갔어요. 갑작스럽게 군대에 가다보니 혼자 지내는 아내 걱정을 많이 했죠.” 우려와는 달리 아내는 피아노학원과 양장점을 운영하며 살림을 야무지게 꾸려갔다. 가정뿐만 아니라 교회에서도 반주자를 맡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으로 교인들로부터 두터운 신망을 얻었다. 이외에도 완주군합창단과 삼례여성합창단 지휘자로 활동하는 등 사회생활도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었다. ■ 세상에서 가장 예쁜 아내 사라, 한나, 안나, 세 딸을 낳고, 아내와 행복하게 살고 있던 어느 날, 시련이 찾아왔다. 아내가 수요예배에 앞서 성가대 찬양 연습을 지휘하다 갑자기 쓰러졌다. 곧바로 종합병원 응급실로 실려 간 이후, 뇌졸중 판정을 받고, 지금까지 주변 도움 없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전신마비 증세로 침대에 누워 생활하고 있다. “쓰러지기 전, 아내 박정현 권사는 매일 교회에 나가 기도하고, 지휘자로 봉사하고, 전자올갠을 교회에 헌물 할 정도로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고, 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 고모까지 극진히 돌보는 등 효심이 깊은 아내였어요.” 뿐만 아니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돕는 일에도 발 벗고 나섰기에 안타까움은 더했다. 아내가 쓰러진 지 올해로 27년째 됐다. 남씨는 줄곧 아내 곁을 지키며, 대소변을 처리하고, 끼니 때마다 식사를 챙기는 등 지극정성으로 병간호를 하고 있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듯, 27년이라는 오랜 시간 동안 간병하면서 원망하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을 텐데, 물음에 돌아온 답은 “한 번도 없다”였다. “지금도 감사한 것은 아침에 일어나면 집사람 얼굴을 보면 천사 같아요. 세상에서 제일 예쁜 사람 같아요.” ■ 정치 쓴 맛 보고 봉사로 열매 얻어 남씨는 제대로 된 직장생활을 해본 적이 없다. 봉동읍사무소에서 2년간 근무한 뒤, 인쇄 약품 전북총판을 운영하며 꽤 많은 돈을 벌어 땅도 샀다. 직장을 다니고, 사업을 하면서도 늘 그의 머릿속에는 ‘정치’가 맴돌고 있었다. ‘공천’을 손에 쥐고 꿈을 꾸던 금배지를 달기 위해 정당에 몸을 담고, 열심히 활동하면서, 기회가 오는 대로 도전했다. 하지만 매번 쓰디쓴 패배를 맛보면서 조금씩 정치와 거리를 뒀고, 교회로 돌아가 신앙인으로서 길을 다시 걷기 시작했다. 비록 국회의원의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그간의 정치 도전은 교회 생활과 연합회 활동에 자양분이 됐다. 16개 교단 장로회연합회의 모임으로 국내 유일의 초교파 장로회연합체인 한국장로회총연합회 대표회장에 당선된 것을 비롯 장로부총회장, 한국CE동지회장, 기독신문사 사장, 전국장로회연합회장 외에도 총회와 한국교계에서 수많은 활동이 이를 입증해 준다. 사람들과 소통할 줄 아는 끼는 완주군 사회단체 활동에서도 발휘됐다. 그는 완주군새마을회장,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완주군의장, (재)전라북도인재육성장학재단 이사, 전라북도 학교운영위원회 시군연합회장, 완주군교육전문위원, 완주군체육회 전무이사, 완주문화원 사무국장, 완주청년회의소 회장, 삼례체육회장, 재향군인회 사무국장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단체에서 지역사회를 위해 봉사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대통령표창 2회, 총회장표창 3회, 내무부장관 표창 1회, 완주군민회장 표창 2회를 비롯 100여회에 달하는 표창수상이라는 열매를 맺게 됐다. 그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전북일보 완주지사장을 맡고 있을 때였단다. “우리 삼례동부교회에서 연탄 장사하는 사람이 암 판정을 받고, 지인을 통해 병원을 연결해주고, 신문 지면을 통해 모금운동도 해줬어요. 집도 장만하게 되고 다행히 건강도 회복했죠. 보람있는 일로 기억됩니다.” ■ 작은 소망 ‘모두에게 평안 얻기를’ 새벽에 일어나 교회에 다녀온 뒤, 운동을 하고, 집에 들어가 아내의 식사와 약을 챙긴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 반까지 간병인이 아내를 돌봐주는 시간 외에는 아내 곁을 어김없이 지킨다. 신앙인으로서 성실하게 살아온 덕분에 주변에서 투자 없이 안전하게 할 수 있는 여러 사업들을 추천해주지만 쉽지 않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함을 느낀단다. 또 최근에 김영기 완주노인회장으로부터 부설 노인대학장을 맡아 달라는 권유에 고민하다 함께 돕기로 했다. 완주노인대학장으로서 노인들의 복지에도 관심을 갖고 열심히 봉사할 계획이다. 또 삼례동부교회 장로서 선교활동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실제 섬 선교를 계획하고 있는데, 먼저 섬선교위원회를 구성하고, 한 개의 섬을 선정한 다음, 물질과 기도 등 여러 방법으로 후원할 생각이란다. “요한복음 14장 27절,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라는 성경구절을 좋아합니다. ‘평안’이 첫째죠. 아내에게도 평안이 찾아오고, 코로나19상황이 속히 종식돼, 모두가 평안을 얻기를 늘 기도하겠습니다. 그리고 불평하기보다 하루하루 감사하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국회의원이라는 꿈은 이루지 못했지만, 지역을 위해 봉사하고, 아내를 위해 헌신한 삶이 앞으로 더 많은 결실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며, 열심히 응원한다.
최종편집: 2025-08-10 02: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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