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0월 중암(김춘회)은 가고 나 남아 글을 씁니다. 소태산 대종사께서 “세상사람 말이 ‘살아있는 세상을 이승’, 죽어가는 세상을 ‘저승’이라 하여, ‘이승’과 ‘저승’을 다른 세계처럼 생각하나, 다만 ‘몸’과 ‘위치’를 바꿀 따름이요, 다른 세상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대종경(천도품10)』” 했습니다. 기독교계선 ‘천국’, ‘지옥’을 말하지요.
종교를 떠나 살아 있는 나와 죽은 친구간의 고백입니다. 70넘어 일이 줄자 ‘동무들이나 자주 만나자!’는 동심이 작동했습니다.
“여기 아파트 주차장이여!”, 때로는 “집 앞이야!” 이랬습니다. “집에 없으면 어찌하려고 이랬소?”라고 물으면 “못 만나면 그냥 가는 게지”. “앞으론 그러지 마오.”하면 “알았어.”라는 대답이 돌아왔지만 이 때 뿐이며 번번이 이랬습니다.
모텔서 일어나 남부시장에서 조반을 마치면 친구 각자 집 앞에 내려주고 올라갔지요. 정해 준 자리에 나가면 동서남북 중 한 방향을 가리키랍니다. 팔도강산 여행은 이렇게 시작 됩니다.
△오두산에서 북한을 넘어다 봤고 △화엄사-쌍계사-백담사-통도사 큰 절 많이 가 보았습니다. 2008년 3월 18일 봉하마을에 가 노무현 대통령을 찾아뵈었지요.
△성남 야탑 터미널에서 만나자마자 예고도 없이 김포 비행장에 도착, 곧 제주공항에 내려놓았고 우도까지 건너가 금방 잡은 생선회를 산간 촌놈 입 터 질 정도로 밀어 넣었습니다.
당질 혼례식장 자유총연맹 현관에 들어서자 분위기가 다르고 마당에는 양복을 갖춰 입은 20대 30대 청년 수 백 명이 가득하여 주먹 세계의 행사임을 단번에 알아차렸습니다.
혼인은 관심 밖이고 이들의 동태에 정신이 쏠렸고 마침 정장을 한 청년이 양편으로 정렬, 90°도로 몸을 숙여 절을 하자 그 가운데로 보스가 지나 식장에 들어서자 혼례식이 시작됐는데 국회의원이 주례, 사회는 지상파 방송사 아나운서였습니다. 이날 음식은 수십만 원 최고이었습니다. 신랑은 주먹 세계의 최고 간부급이 확실합니다.
나이 드니 중암의 속마음 ‘묻히고 싶은 A 후보지’가 있었고, 묘지 결정에 영향력이 큰 3종(8촌)이 있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80을 넘어 급해지자 ‘희망지’를 포기하고 석공을 불러 ‘제2지구’에 치표를 했습니다. 비석 뒷면에 아무런 글이 없습니다.
술 밥 먹고 한 방에서 둥글 때 혼인 식장에서 본대로 “중앙은 주먹 세계 우두머리 김○○ 당숙이여!” 이 소리를 차마 시원스럽게 이야기를 하지 못했습니다. 종중문제라 참았지요.
이승에서 저승 건널목을 바라보며 중암에 대한 부끄러움을 면해보고자 ‘나 죽으면 화장하라’고 선언했습니다.
불러도 대답 없는 친구여! 중암이여! 김춘회여! 점심 상 앞 아는 분이면 행복하게 여기고 한 이불 속 옆 사람 아는 분이면 소중하게 여깁시다. 눈물로 작별하는 그 날이 오기 전에!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