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호에 다소 어색하시더라도 너그럽게 봐 주세요. 천하에 동군(同郡) 동면(同面)이면 어쩐지 가깝게 여겨지는 지방 정서가 있습니다. 저 오래 전 와룡·종리에서 살았습니다. 제 설명이 길어지면 편지 성격이 흐려지기에 춘부장 말씀부터 드리렵니다.
△아버님(이경재)은 화산 행정의 달인이셨습니다. 종리 산 1번지부터(전답 대지 포함) 운산리 임 009,999 번지까지 머리에 다 외우고 있었습니다. 같은 사무실 한경석도 대단했지요.
△20대 보건복지부장관(김정례: 1982.5.21∼85.2.19)이 효자-효부-효녀-전통모범가족을 골라 청와대 방문 등 전국 표창행사를 펼칠 때 화산면 대표로 선발 돼 김봉회와 다녀오셨습니다. 조선시대라면 ‘정려(旌閭)’를 세우라는 은전으로 봐야 합니다.
△원종리 이용구 어른이 아버님의 당숙이고, 이후재와는 재종(再從)간이었습니다. 출장 나오면 당숙 뵈려 들렸지요. 이때 제 또래 이종규가 아버님께 ‘아저씨! 아저씨! 하면 우리들은 무척 부러웠습니다. 지금이나 그 때나 공무원이 좋고, 면사무소에 잘 아는 서기(書記)가 있으면 든든했습니다.
△통성명을 하고 꼭 본관을 물었지요. 이종민 님은 광주이씨입니다. 용동리 평택임씨부터 운곡리 결성장씨까지 양반 아닌 분 없지요. 이약수(李若水)·이약빙(李若氷) 사화이야기가 나왔을 때 ‘그래요!’ 이 정도의 공감이 나와야 화산 지식다인으로 잡아 줄 수 있습니다. 근세에 오병훈(정재)-김정만(신암)-구영조(농은)-임희성(구암) 선생이 계셔서 아는 체 하기가 어려웠습니다.
△‘花坪還孝(화평환효)’를 확인합니다. 화평으로 환고향(還故鄕)하셨나요? 아직 귀거래사를 보지 못했습니다. ‘花坪還孝’ 대환영합니다.
초등학교만 졸업하고 제4대 국세청장을 한 김수학 잘 아시지요. 청장을 마치고(1982. 5. 20) 어머니가 계신 경상도로 내려갔습니다. 어느 날 젊은이가 찾아왔어요.
“저 면장 아무개입니다. 청장 님! 우리면 명예면장을 해 주시지요.” 김수학 전 국세청장은 빙그레 웃었습니다. 두 사람 이야기가 잘 돼 김수학이 명예면장이 됐습니다. 면민도 면장도 김수학도 얼마나 멋집니까?
이종민 님! 명예면장 한 번 하세요. 우체국 옆 장자나무가 좋습니다. 차일 몇 개치고 만나 반가운 면민들과 막걸리 한 잔 나눠보세요. 멋진 장면입니다. 시간을 쪼개셔서 춘산리 김종준 어른에게 전화하면 반가워 할 것입니다. 상처하고 혼자 삽니다. 해도 길고 밤도 긴 남자입니다.
이종진 님의 낚시 취미는 모르나 물고기를 낚아 오모가리탕을 끓여 누군가와 한 잔 해보세요. 화산면의 자랑거리를 찾다가 이종민 님 환향을 첫째로 뽑았습니다. 곁으로 이사하여 첫눈이 내리는 날 마당을 쓸어주고 싶네요. 상강 지나면 수락 약수가든(대표:임달영)에서 붕어대가리 맛에 빠져보고 싶네요. 2021. 6. 1
▲이종민 : 1956년생 /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 박사 / 전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 / 동학농민혁명기념사업회 이사장 / (前)전북대학교 인문대학 학장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