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잘하는 사람 부럽고, 아무리 부러워도 음악(노래)은 격이 높아 감히 이러쿵저러쿵 말할 째비가 못 되지요.
그래서 ‘소락빼기’로 들리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여간 큰 소리를 ‘소락빼기’라 합니다. 일상 대화에서 부드러운 말씨가 좋고, 억양이 높거나 세면 듣기에 거북하지요.
오래 두고 기억나는 말이나 글이 있습니다. 신문도 이처럼 돼야합니다. 이 있어서 연속 칼럼 740여 회를 쓰지만 독자 호응도는 아직도 몰라 솔직히 ‘달밤에 저 홀로 탈춤 추는 격’ 아닌지요.
신문 버리지 않고 차곡차곡 보관하는 분이 있습니다. 기사 가운데엔 들어온 원고도 있고, 발로 직접 뛰어 현장에서 몸소 적어온 글이 있는데 두고두고 보기 위해 보관한답니다.
이 말을 들으니 받은 명함 한 장도 버리지 않은 기인이 생각납니다. 보관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준분과 틈틈이 전화, 편지, 방문, 안부를 전하며 그 누구든지 인연을 절대 놓치지 않는 달인이 있습니다.
관계-정치-경제-교육-문화-사회 명사-예술인… 친구, 선후배, 지인으로 삼아 모르는 사람 없이 그 인맥이 대단합니다. “아는 분이 몇이냐?”고 물자 3,000인이랍니다.
전주고등학교 고 김종현 선생은 졸업생 전원을 다 안답니다. 제자들 간에 혹 무슨 일이 있어 김종현 스승을 찾아가면 이리저리 전화를 해줘 쉬 해결시켰답니다. 전고 59차 동창회 총무 ○○○은 40년 넘은 열두 반 친구가 문 앞에 들어서자마자 망설임 없이 ‘자네. 몇 반이지!’ 콕콕 찍어내어 혀를 내밀게 한답니다.
국사편찬위원회 김대길 박사는 400여 명 사료조사위원들과의 첫 만남에서 전원 이름을 하나하나 제대로 부릅니다. 조광조 선생은 책 1만 권을 엎어놓고 읽었다는데 사실 여부를 떠나 대단한 학자요 정치인이었습니다.
가온마을 황 아무개는 30년 전 받은 축하금과 그 이름을 하나하나 기억합니다. 화산면 원종리 신암 김정만 선생은 스무 살 전에 4서3경을 외웠고 노년에도 새벽이면 바른 자세로 앉아 암송하심을 직접 보았습니다.
선거 공직자는 전화와 e-메일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국영석 고산농협장 전화 잘 받는다는 정평이 나있습니다. UN이 정한 평균 나이에서 중년이 66∼79세라는데, 봉동·고산 등지의 ‘중로당(中老堂)’ 간판은 문제가 있습니다. 80∼99세를 노년(老年)이라 했음을 알아둬야 합니다.
‘술 받아주고 뺨 맞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위한답시고 ‘중년’을→‘노인 취급 인사 잘못하면’ 역효과가 나오지요. 통찰력이 바로 지혜입니다.
지능 차이가 무섭습니다. 하여간 자주 만나야 관계는 깊어집니다. ‘제 집 장맛은 보여주지도 않고 제 집 장 국 맛을 내라.’하면 지나친 요구입니다.
/ 이승철 = 칼럼니스트,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