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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경(萬頃)에 폭을 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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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런한 까치들의 입술에
밤샘의 새벽이 걸려 있던 날
옹이진 등거리를 편 농부 하나
지친 허리춤 고샅길에 끄른다
목말랐던 정오의 쟁기들이
화평 물가에서 흙을 탈탈 털던 날
물베게 베고 휘적 따라온 마음 하나
여미었던 가슴팍을 치마능선에 푼다
전라의 가지들에 오른 어린 순이
위봉의 도포자락에서 농무를 추던 날
돌덩이 감아, 감아온 물길들이 모여
철쭉의 곡조를 능청스레 땋아 두었다
느티의 수염 끝에 주렁이는 바람들아
만개의 이랑마다 실뿌리를 내려라
곰삭은 약속하나 너른 물폭에 던지려
만경에 폭을 대는 날이다
■소요 이영화(48) 시인은 전북대 사회교육과 졸업했고, 용진읍 대영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영어 개인교습자로 일 하고 있다. 시인은 최근 신문예 104호와 문학고을 4호에 각각‘틈새에 피어나’와 ‘피사체의 25시’등 시 두 편이 선정, 신인상을 수상했다. 현재 문학고을 자문위원, 신문예 자문위원, 아태문인협회 윤리위원, 한국신문예문학회 상임이사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