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나오는 사람 이름은 세상 분위기가 좀 바뀌면 밝히겠습니다.
△고씨는 주막에 들러 술 고이는 냄새가 나면 주인을 불러 쌀 몇 말분이냐 물어 재료비·이윤·수고비를 주고 선매(先買)해 친구 불러 바닥이 날 때까지 마신 대장부이었습니다.
△노씨는 시장에서 술 마시고 조용히 오다 자기 마을에 들어서면서부터 큰 소리로 욕지거리 술주정을 부린 졸장부이었습니다.
△도씨는 술 생각나는 경우 주막 근처를 서성이면 술 마시던 동네 사람들이 ‘이리 와 한 잔 하지’ 이렇게 얻어만 마셨으며, 그 아들은 아버지 술대접 잘 하려고 고시에 합격 ○○서장이 됐습니다.
△리씨는 시장에 가 술 한 잔 들어가면 맘이 열려 이사람 저사람 술대접을 하고 집에 돌아와 그날부턴 쓴 돈 보충이 될 때까지 이리저리 아끼며 한 잔도 마시지 않았습니다.
△문씨는 밀주단속이 심해도 제주(祭酒)를 꼭 해 썼습니다. 정보는 있는데 아무리 뒤져도 찾을 길이 없었고 해방 후 물어보니 ‘대문 칸 땅바닥에 항아리를 묻어놓았다’고 합니다.
△박씨는 친구와 술을 좋아하여 하룻밤에 술 상 열세 번을 차리게 했는데 그 며느리는 임진숙 효부였습니다.
△맨발씨 주막에 밤손님이 찾아와 술을 청하면 없는 경우에도 부인은 부엌에 나가 달그락거렸고, 남편은 얼른 주조장에 달려가 술을 받아왔습니다.
△화산면 춘산리 김한배 님은 술을 즐기므로 그 아들 김종래가 매일 고성리 주조장에 갔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내 것도 한 되 사와’, ‘그래유’ 이러다보니 한 되, 세 되… 결국 술통을 나르는 배달부가 됐습니다.
△도박 좋아하는 주장주인 소씨는 밤에 돈 잃고 날이 새면 그 돈 보충하려고 술독에 맹물을 부었지요. 이리하여 술맛이 세면 주인 돈 딴 날, 싱거우면 돈 나간 날로 알았습니다.
△세무서에서 밀주 뒤지러 나왔다는 말을 들은 우씨는 술병을 숨기려는 참인데 ‘들이닥쳤다.’ 이를 어쩌나! ‘누구세유?’하며 술병을 대문짝 뒤 고리에 얼른 걸며 활짝 열어 재꼈습니다.
△운주 박기준 면장은 애경사에 술 한 말씩을 꼭 보내므로 뉘 집이나 ‘면장 술 오리라’ 기다렸고, 문상 오면 반말은 마시고 간 소탈한 호주가이었습니다.
△술 좋아하는 주씨는 부인과 안 마시기로 약속을 했는데 술기운이 있어 살펴보니 밭에 감춰두고 마시더랍니다.
△추씨는 술 한 말 들고는 못가도 마시고는 갔습니다.
젊은 분들이여! ‘윤창호 법’ 잘 지키며 연말 조심하기 바랍니다. 술 마시는 상대 바꾸는 사람이 성공합니다. 술친구라도 없는 것보다야 낫지요.
화전놀이·천렵 사라진 것도 아쉬운데 코로나19로 나가기 어렵고 나가 만날 친구도 줄어 허무합니다.
완주군 화산면 가양리(佳陽里)의 ‘가양주(家釀酒)’박사 오복희 권사의 재능을 누가 이어나갈 것인가 서글퍼집니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