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은 명당(明堂)의 날이다. 전북 완주군 화산면에서 넉넉하게 살다 나가서도 잘된 사람은 단연코 유창석(1900-1965)씨 집안이다.
한말 이용직(재임:1904∼1905)이 전라관찰사로 올 때 경기도 가평 승훈랑[정6품] 유민[호:소산(少山)]을 데리고 왔는데, 유창석 할아버지이다.
명당으로 이름난 화산에 자리 잡은 건 1897년이란다.
중극·중환이 아들 ▲장자 중극은 5형제를 두었는데 △광석은 전주농교(1회 수석)를 졸업해 도청을 거쳐 군청 과장을 했고 △동석 역시 전주농교를 나와 금융조합 이사를 했으며 △창석도 전주농교(7회)를 졸업 화산면 서기를 했다. △다섯째 증석은 전주고보와 전주사범학교(1회 수석)을 마치고 교편을 잡았다. 객지에서 들어와 무슨 재주로 이렇게 잘 됐는지 모르겠다.
창석은 일제시대 화산면장을 했고, 해방 후 부안군수를 거쳐 도청 국장을 지냈다. 유창석 장남 제원은 전주고를 졸업 전북도청 계장을, 둘째 제영은 전고를 나와 서울대서 물리학을 전공한 교수(이학박사)요, 셋째 제춘도 전고·서울공대를 졸업 삼양사 부사장을 했다.
넷째 제신도 전고·서울공대를 나온 해외 기술회사 사장이란다. 창석 동생 기석은 전북수리조합 경리부장이었다.
막내 유증석의 장남 제운이 전고와 서울공대를 졸업 독일 유학 후 나주비료공장 이사와 미원회사 사장을 했으며, 제식은 전북대 교수이었다.
유민의 ▲둘째 아들 중환계 얘기는 지면이 모자라 다음으로 미룬다.
‘경천저수지 물은 말라도 이 집안 돈 떨어지지 않는다.’는 속언이 있었다. 모이는 화산에서 먹고 달걀은 밖에서 낳는다. 뒤처진 우리끼리 잘 사는 방도는 오로지 ‘화목 화합’이 아닐까?
완주군 화산면 운곡리 학정마을 48만8,000㎡ 너른 땅에 을 조성 2020년 5월 개원했다. 객지생활 오래한 사람일수록 죽어서라도 고향에 오라는 취지가 담긴 땅, ‘학이 알을 품은(鶴抱之卵:학포지란) 지형’이란다.
프랑스 드골 대통령 고향에 묻혔고, 노무현 전 대통령 현충원이 아닌 김해시 고향 봉하에, 윤보선 전 대통령은 충남 아산 선산에 장사하여 그 지역이 더 한층 돋보인다.
서울·성남 김춘회 죽어 화산면 종리에 묻혔다. 박태근 옹 사업과 재산을 정리하고 비봉면 수선리 평지마을에 내려와 노년을 아름답게 보낸다.
가끔 다산 임병교, 유하당 이승철을 불러 짹깍짹깍 지나가는 세월 속 재미나는 얘기를 들러주며 평안하게 지낸다.
호남의 북쪽 시작이 화산. 화산은 ‘화려강산(華麗江山)’이다. 고성산 원 이름이 도솔산(兜率山)이고, 운서면(雲西面) 흔적이 운곡·운산리이다.
‘昊(여름 하늘 호) 晸(햇발 불그레하게 치밀 정)’ 이름 설명은 대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경천저수지 북편에 새로 나는 길 이름은 반드시 운선로(雲仙路)이어야 옳다.
/이승철=칼럼니스트/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한국국학진흥원 자문위원회 운영위원